떠나가는 환자들, 늙어가는 의사들… 벼랑끝에 선 공공병원

김유나 2024. 1. 25.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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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료원 가보니]
투석 환자 51명→5명으로 줄어
“코로나19때 헌신했던 공공병원 지원 확대해야”
지난 24일 인천 동구 인천의료원 내 인공신장실에 투석을 위한 장비를 갖춘 병상이 환자가 없어 텅 비어있다. 김유나 기자

지난 24일 인천 동구 인천의료원 본관 3층에 위치한 인공신장실. 30여개의 병상마다 투석을 위한 최첨단 장비가 달려 있었지만 침대에 환자는 한 명도 없었다. 병원 곳곳에는 ‘지역책임의료기관 인천의료원, 정상 진료합니다’라는 안내 현수막이 붙어 있었지만 환자가 적어 한산한 분위기였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만 해도 이 병원에서 신장 투석을 받던 등록 환자는 51명이었다. 전국 혈액투석기 보유 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평가에서도 1등급 의료기관으로 분류를 받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운영되는 동안 감염을 우려한 환자들이 다른 병원으로 옮겨갔다.

경기 성남시의료원 의료진들이 코로나19 교대 근무를 위해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습니다. 연합뉴스


의사들도 병원을 떠났다. 코로나19 이후 일상회복이 이뤄진 뒤에도 인천의료원은 신장내과 의사가 없어 인공신장실을 2년 넘게 운영하지 못했다. 지난달 전문의 1명을 극적으로 충원해 다시 문을 열었지만 돌아온 환자는 25일 기준 5명(2명은 신규 환자)뿐이다. 당장 내년 하반기 심·뇌혈관센터를 준공하지만 심·뇌혈관조영장비를 활용할 수 있는 의사가 없다.

2019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던 상당수 공공병원이 코로나19 후유증으로 고사 위기에 놓였다.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다른 환자를 받지 못했는데, 코로나19 일상회복 이후에도 환자들이 찾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천정부지로 오른 의사 연봉을 맞추지 못해 인력마저 대거 민간 병원으로 이탈하고 있다.

경기의료원 파주병원은 이비인후과나 비뇨기과 전문의가 아예 없어 진료에 차질을 빚고 있다. 경기의료원 이천병원은 지난해 정형외과 의사 충원을 위해 유료 공고를 내고, 헤드헌팅 계약까지 진행했다. 수도권 한 공공병원 관계자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자신의 전공 환자를 돌보지 못하는 기간이 지속되면서 버티지 못하고 떠난 의사들이 많다”며 “특히 필수적으로 배치돼야 하는 분야 의사들이 대거 떠나면서 환자들도 떠났다. 병원으로서도 타격을 입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도 떠나고 의사도 떠났다… 실적 악화
공공병원은 코로나19 직후 실적이 눈에 띄게 악화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립중앙의료원의 의료손실은 2022년 727억원, 서울의료원은 815억원 등을 기록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전체 공공병원 적자 폭을 지난해 기준 3200억원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의 ‘공공병원 역량강화 사업’ 예산(513억5000만원)과 지방비를 합치면 지원금 규모는 1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병원마다 자구 노력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정상화에는 역부족하다. 당장 환자가 없다고 하더라도 다음 감염병 등을 대비하기 위해 병상 규모를 유지하지 않으면 공공 병원 역할을 하기 어려운 구조다.

여기에 필수의료 기피 문제까지 겹치면서 의사 구인난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인건비 총액 상한 규제를 받는 공공병원 특성상 고연봉 의사를 채용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신 1년 단기 계약직 의사들로 대다수를 충원하거나 은퇴를 한 의사를 다시 채용해 대응하고 있다. 인천의료원에도 65세 이상 의사 5명이 근무하고 있다.

공공병원들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경영 상태를 회복하는 데는 3년 정도 걸릴 것이란 게 의료계 안팎의 대체적인 관측이었다. 하지만 공공병원마다 경영난이 심화하면서 당장 인건비 지급마저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고사 위기에 놓인 공공병원에 대한 지원을 확충하지 않으면 ‘넥스트 팬데믹’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전쟁 안난다고 군인 줄일 수 없어… 넥스트 팬데믹 대비해야
조승연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회장이 지난 24일 인천 중구 인천의료원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유나 기자

공공병원들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경영 상태를 회복하는 데는 3년 정도 걸릴 것이란 게 의료계 안팎의 대체적인 관측이었다. 하지만 공공병원마다 경영난이 심화하면서 당장 인건비 지급마저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고사 위기에 놓인 공공병원에 대한 지원을 확충하지 않으면 ‘넥스트 팬데믹’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조승연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인천의료원장)은 지난 24일 인천 동구 인천의료원에서 진행한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환자가 있는 곳에 병원을 지어주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지역 거점 공공병원의 역할”이라며 “결국 의료 접근성이 좋아야 하고 필요한 만큼 진료 기능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인력과 시설이 보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공병원은 땅값이 저렴한 곳에 짓다 보니 교통이 불편해 환자들이 외면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인천의료원의 경우에도 공장지대에 위치하고 있다. 제2병원을 교통이 편리한 부평구에 건립할 예정인 만큼 도심에 제2병원으로 수익성을 내고, 기존 병원은 노인 재활이나 입원 중심의 만성 병원으로 탈바꿈해 시너지 효과를 내면 적자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코로나19때 노력했던 공공병원들을 위해 손실보상금 대폭 인상 등 특단의 조치도 필요하다. 조 회장은 “코로나19 당시 10조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됐는데 공공병원에 지원한 돈은 1조5000억원 수준에 그쳤다”라며 “오히려 공공병원에 지원했다면 감염병 대응 등 질적 향상의 계기로 삼을 수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이미 몇몇 공공병원들은 은행 차입을 해서 월급을 지급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일시적인 위기라면 일회성 차입을 해서 운영하는 것이 문제가 없지만, 현재 공공병원들은 ‘다음 차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절반에 가까운 공공병원들이 흑자 전환했지만, 문을 닫게 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는 것이다. 그는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며 헌신했던 병원들이 정상화할 때까지 지원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공병원에 대한 지원이 지속돼야 하는 이유로 “당장 지금 전쟁이 나지 않는다고 군인을 줄일 수 없는 것과 같은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재난이 오면 필수 의료나 공공 부문이 강화가 돼야하지만 현실은 의사들이 부족해지고 인건비가 천정부지로 오르고, 그마저도 구하지 못해 진료과목이 펑크나는 병원이 생기면서 거꾸로 가고 있다”며 “다음 감염병 등을 대비해야 한다”며 공공병원에 대한 지원을 당부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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