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끄러지더라도 결국 해내는 정신, 덩산은 어떤가요

화성시민신문 오정환 2024. 1. 25.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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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도전을 막는 실패의 두려움, 이기는 길은 꽃을 피우겠다는 진념 필요해

[화성시민신문 오정환]

런던올림픽 남자 도마 결선에서 양학선은 당시까지 존재하지 않던 '난도 7.4'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5초를 위해 5만 번을 연습했다는 사실은 기술을 완성하려고 양학선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잘 보여준다. 양학선은 언론 인터뷰에서 "중요한 건 힘든 시기를 버텨낸 힘이다. 한순간도 포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고재종 시 <첫사랑>을 읽으며 도전을 생각했다. '흔들리는 나뭇가지에 꽃 한 번 피우려고'눈이 도전을 멈추지 않듯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이 있다. 양학선 같은 사람이다. '미끄러지고 미끄러지길 수백 번', 그때까지 자신감을 잃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저께도 실패하고 어제도 실패하면 어차피 실패할 일인데 또 시도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도전을 포기한다. 무기력증에 빠지는 것이다. 끊임없는 도전이 쉽지 않은 이유다.

  흔들리는 나뭇가지에 꽃 한 번 피우려고

  눈은 얼마나 많은 도전을 멈추지 않았으랴.

  싸그락 싸그락 두드려 보았겠지.

  난분분 난분분 춤추었겠지.

  미끄러지고 미끄러지길 수백 번,

  바람 한 자락 불면 휙 날아갈 사랑을 위하여

  햇솜 같은 마음을 다 퍼부어 준 다음에야

  마침내 피워 낸 저 황홀 보아라

  봄이면 가지는 그 한번 덴 자리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상처를 터뜨린다.

                                    -<첫사랑>, 고재종

비가 내렸다. 길이 질척거렸다. 소진은 이제 지쳤다. 젊은 시절 제(齊)나라에 가서 공부했으나 말직 하나 얻지 못했다. 여기저기 유력자에게 선을 댔지만 가진 것 없는 그에게 돌아올 자리는 없었다. 오랜 세월 타지에서 허송하며 방랑한 끝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시커멓게 탄 얼굴에 옷은 해지고 그야말로 거지꼴도 이보다는 나을 것이다. 형제를 비롯하여 고향에 있는 일가친척 모두 은근히 비웃으며 말하였다. 

"주나라 관습에는 논밭을 경작하거나 상업에 힘써 2할 이익을 보려고 하는 것이 사람의 의무인데, 본업을 버리고 다만 혀끝의 말솜씨에 힘쓰고 있으니 곤궁해지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실패한 사람에게 비아냥거림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 그렇다고 소진은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절망하지 않는다고 부끄러움까지 모를 정도로 뻔뻔하지는 않았다. 대놓고 면박하지 않았다고 모를 일인가. 무시하고 비웃으며 쑤군대는 소리가 가슴에 꽂혔다. 소진은 방에 틀어박혔다.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다.

 '도대체 선비로서 머리 숙여 가며 학문을 하고도 벼슬과 영화를 얻지 못한다면 아무리 많은 책을 읽은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생각은 깊고 이상은 높았다. 소진은 결심했다. 다시 책을 들었다. 지독한 세월을 보냈다. 일 년 정도 지났을까, 머리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번뜩했다. '그래! 합종이다.' 

주 왕실의 수많은 분봉국은 춘추시대를 거치며 힘센 나라에 합병되어갔다. 전국시대로 접어들면서 전국 7웅이라 하여 진(秦), 초(楚), 제(齊), 연(燕,) 조(趙), 위(魏), 한(韓) 일곱 나라가 자웅을 겨루게 되었다. 전국시대 말기가 되면 힘의 균형은 깨지고 진나라가 절대강자가 된다. 합종설은 절대강자 진나라에 대항하여 여섯 나라가 군사 동맹을 맺자는 주장이다. 소진은 합종설을 들고 진나라를 제외한 여섯 나라 왕을 설득하기 위해 나섰다. 

소진은 각 나라 지세, 군사력, 군량미, 국제 정세 따위를 세세히 꿰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인식을 기반으로 문제를 파악하고 각 나라 왕의 욕구를 자극하여 해결책까지 제시한다. 결국 여섯 나라의 합종을 끌어냈다. 그 결과 연합한 여섯 나라의 재상직을 동시에 겸하게 되었다. 한 나라의 재상이라도 대단한 일인데 여섯 나라의 재상이라니, 그 위세가 어땠을까? 그 후 고향 낙양을 지나가는데, 행차가 얼마나 대단하던지 임금의 행차가 아닌가 하고 의심할 정도였다. 주나라 현왕은 소식을 듣고 두려워 길을 쓸도록 하였고, 교외까지 사람을 보내어 환영하며 위로하였다. 소진의 형제와 아내, 처족들은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고개를 들어 바라보지 못한 채 엎드려 기면서 식사 심부름을 하였다. 이에 소진이 형수에게 말하였다. 

"전에는 거만하더니 어째서 지금은 이렇게도 공손하십니까?" 형수는 떨리는 몸을 구부리고 엎드려서 얼굴을 땅에 대고 사과하였다. "계자님의 지위가 귀하고 재물이 많은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소진은 탄식하며 이렇게 말하였다. 

"이 한 사람의 몸으로서 부귀하면 친척도 우러러보지만, 비천해지면 업신여기는데 하물며 남이라면 어떻겠는가! 만약 나에게 이 낙양성 밖에 비탈밭 두어 뙈기만 주었던들 내 어찌 지금 여섯 나라 재상의 도장을 차고 다닐 수 있겠는가!"

그리하여 1천 금을 풀어 일족과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소진이 처음 집을 떠날 때 남에게 100전을 빌려 노자로 삼은 적이 있는데, 부귀한 몸이 된 지금에는 100금으로써 이를 갚고 또 일찍이 은혜를 입은 사람에게도 모두 보상하였다. 

'흔들리는 나뭇가지'처럼 소진의 집안은 아무것도 없었다. 소진은'꽃 한번 피우려고' 갖은 노력을 했으나 실패, 거지꼴로 고향에 돌아왔다. 그러나'마침내 피워 낸 저 황홀'을 당신은 보았는가. 중요한 것은 미끄러지고 미끄러지더라도 기어이 해내고 마는 정신이다.
 
 오정환 미래경영연구원장
ⓒ 화성시민신문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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