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분쟁 막을 ‘표준공사계약서’ 실효성은

송금종 2024. 1. 24.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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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자료사진 

국토교통부가 공사비 분쟁을 막고, 원활한 사업 진행을 도울 목적으로 ‘정비사업 표준공사계약서’를 마련했다. 다만 의무가 아니어서 현장에서 활성화할 지가 관건이다.

공사비 산출근거 명확화·조정기준 마련


국토부가 전날(23일) 지자체와 협회에 배포한 표준공사계약서는 △공사비 산출근거 명확화 △공사비 조정기준 마련 등을 골자로 한다.

정비 사업 계약은, 대개 공사비 세부내역이 없는 ‘총액’만으로 이뤄진다. 향후 설계변경 등으로 시공사가 증액을 요구해도, 적정성을 알 수 없다고 판단한 조합이 거절하면서 분쟁이 발생했다.

‘공사비 세부내역’ 부재가 갈등 단초인 셈이다.

표준계약서는, 시공사가 제안하는 공사비 총액을 바탕으로 시공사를 선정하되, 선정 후 계약체결 전까지 시공사가 세부 산출내역을 제출하도록 하고, 이를 첨부해 계약을 맺도록 권한다.

조합이 도면을 제출하기 어려울 땐 시공사가 입찰을 제안할 때 품질사양을 제출토록 했다. 설계변경에 따른 공사비 조정기준도 ‘상호협의’가 아닌 세부기준을 포함해 원활한 공사비 조정을 유도하도록 했다.

표준계약서는 물가반영 방식도 현실화했다. 이전까진 물가가 변해도 보상방안이 없어서 건설사가 모든 부담을 떠안아야 했다. 소비자물가지수 대신 국가계약법에 따른 지수조정률 방식 등을 활용해 물가변동을 반영하기로 했다.

아울러 착공 이후에 특정자재(총공사비의 일정비율 이상을 차지하는 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경우 물가를 일부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표준계약서는 이밖에 과도한 증액요구를 막도록 증빙서류 검증도 거치게끔 규정했다.


전문가·건설업계 “긍정적”


코로나19가 터지고 정비업계에 공사비 분쟁이 자주 발생했다. 그러나 계약당사자 합의 말고는 해결책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표준계약서는, 공사비 증액분과 전반적인 공사비 책정과정의 투명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표준계약서가 건설현장에 바로 쓰일지는 알 수 없다. 강제성이 없어서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향후에 체결되는 정비사업 공사계약을 명확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발표는 긍정적”이라며 “‘권장사항’이라는 한계는 분명 있겠지만 실무적으로는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연구위원은 “표준계약서 사용에 동의하는 건설사가 하나도 없다면 그 사업지에서는 사업추진이 어렵겠지만 그땐 계약서 일부 특약조건 등을 수정, 추가하는 식으로 변형 양식을 사용하는 사례도 예상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각 현장에 적합한 표준계약서가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연구위원은 ‘건설공사표준하도급계약서’을 예로 들었다. 

이 연구위원은 “건설공사는 사업장마다 다른 특징과 현황이 존재할 수 있다”며 “이런 부분은 계약서상에 추가, 특약조건으로 반영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이어 “때문에 표준계약서 양식을 변경해서 사용하더라도 무조건 나쁜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도 표준계약서를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A사 관계자는 “정비사업 표준공사계약서가 마련돼 명확한 기준이 생겨 공사비 갈등으로 인한 분쟁을 최소화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주택 경기 활성화 및 원활한 공급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대했다.

이어 “다만 서울시가 지난해 말 개정 고시했던 시공사 선정기준과 ‘공사비 검증 기준’ 등 다소 다른 부분이 있다면 이를 보완해서 명확히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B사 관계자는 “착공 후 물가 변동도 일부 인정을 받음으로서 급격한 공사비 상승 발생 시 조합과 합리적인 협상이 가능할 것”이라며 반겼다.

다만 “서울과 달리 수도권과 지방은 내역입찰 진행하지 않았으며, 표준계약서 발표로 총액입찰 후 내역을 제출하는 건 문제되지 않지만, 사업과정에서 대대적인 설계변경이 있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며, 이러면 입찰 후 제출한 내역작업 비용이 사회적 낭비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C사 관계자는 “표준계약서는 사업초기 산출내역을 기반 하기 때문에 기존 사업장에 적용 안 된다”라면서도 “착공 이후 물가변동률 반영 조항은 기존 사업장에서도 참고할 수 있는 만큼 어느 정도 협의점이 생겼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시공사는 지수조정률 등을 반영해 공사비를 증액했다는 근거를 제시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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