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주세요 700원' 4년째 온라인구걸…"그 시간에 일하면 700만원 벌었겠다"

방제일 2024. 1. 24.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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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째 같은 계좌번호로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써 구걸하는 일명 '온라인 거지'가 포착돼 누리꾼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1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진짜 절박해서 700원 주실분요ㅠㅠ'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그 결과 같은 계좌번호가 적힌 구걸 글이 4년 전부터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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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고 호소하던 글쓴이, 4년 전부터 구걸
누리꾼 기만한 '온라인 거지'에 비난 쇄도

4년째 같은 계좌번호로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써 구걸하는 일명 '온라인 거지'가 포착돼 누리꾼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1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진짜 절박해서 700원 주실분요ㅠㅠ'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은 최초 작성자가 삭제한 글을 같은 커뮤니티 이용자가 캡처해 다시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글을 처음 쓴 작성자는 "이틀 넘게 길에서 굶었다"며 "700원만 있으면 편의점에 들어갈 수 있다. 지푸라기 잡는 심정"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고시원에서 생활고에 방세 미납으로 노숙 중"이라며 "아침에 인력 사무소도 갔지만 헛걸음하고 길에서 버티는 데 지치고 춥다"고 주장했다.

4년째 같은 계좌번호로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써 구걸하는 일명 '온라인 거지'가 포착돼 누리꾼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출처=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아울러 "전 재산이 662원"이라며 힘든 처지를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은행 계좌번호를 남기며 누리꾼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찜질방이나 한 끼 해결할 정도 도움 주면 은혜 평생 잊지 않겠다"며 "위기에서 벗어나면 어려운 분들 돕는 사람 되도록 노력하겠다. 부디 한 번만 살려달라"고 덧붙이며 계좌번호를 또 한 번 남겼다. 그러다 글쓴이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글을 돌연 삭제했다. 이후 같은 커뮤니티 이용자 A씨가 그의 글을 복원했다.

A씨는 이 글을 읽고 혹시나 하는 생각에 글에 있던 계좌번호를 검색해봤다고 한다. 그 결과 같은 계좌번호가 적힌 구걸 글이 4년 전부터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내용도 "이틀 동안 굶었다" "컵라면 먹고 싶다" "한 번만 살려달라" 등 크게 다르지 않았다. A씨는 "한놈만 걸려라 이건가"라며 "대단하다"고 지적했다. 글을 본 누리꾼은 "내용 좀 바꿔라", "사기꾼으로 등록하자", "누군가 계좌로 돈을 보내주니 저런 글이 올라오는 거다", "저렇게 돈 받으면 다른 커뮤니티에 자랑스럽게 말하는 이들도 있다" 등 비난을 쏟아냈다. 4년 째 700원 글을 올릴 시간에 일을 했다면 700만원은 족히 벌었을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특정 커뮤니티에 하루에도 수십 건씩 구걸하는 글 올라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일부 글에는 '적은 금액이라도 좋으니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도와 달라' 또는 '잘 곳이 없는데 찜질방비 2만 원만 입금해달라'며 글 작성자의 계좌번호까지 명시돼 있다. [사진=아시아경제]

누리꾼들이 많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하루에도 수십 건씩 자신의 비관적인 상황을 호소하는 글들이 게시되고 있다. 대부분 주식 실패나 사업의 어려움 등 자신만의 안타까운 사연을 소개하면서 다른 회원들의 동정을 구하는 글들이다.

이 가운데 일부 글에는 '적은 금액이라도 좋으니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도와 달라' 또는 '잘 곳이 없는데 찜질방비 2만 원만 입금해달라'며 글 작성자의 계좌번호까지 명시돼 있다. 이에 일부 누리꾼들은 1만원~5만원 등 돈을 입금한 뒤 '힘내라'는 댓글을 달고 글 작성자를 위로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수법으로 돈을 빌리거나 받은 뒤, 해당 사이트를 탈퇴하거나 연락처를 바꾸는 등의 수법으로 잠적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같은 행위는 서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고 금전적 여유가 있는 회원이 많은 자동차, 주식 관련 사이트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온라인에서 구걸한 뒤 잠적을 하는 것은 명백한 사기 행위"라며 "안타까운 사연이 있더라도 모르는 사람에게는 섣불리 돈을 빌려주지 말아야 하고, 사기를 당했다고 판단되면 경찰에 신고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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