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은 왜 이 '사진'을 보도하지 말라 했을까

임병도 2024. 1. 23. 09: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민생토론회 윤 대통령 자리 정리 사진 빼달라 요구... '민생보단 김건희 방탄 우선' 비판도

[임병도 기자]

▲ 윤석열 대통령, 생활규제 개혁 민생토론회 불참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예정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 다섯 번째, 생활규제 개혁'에 불참하기로 알려지자 관계자가 윤 대통령 자리를 정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국민과 함께 하는 민생토론회'에 불참했다. 윤 대통령이 새해 들어 민생과 현장, 소통을 강조하며 적극적으로 나섰던 행사였기에 불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이날 토론회 시작 시각은 오전 10시였다. 이전에 국민 패널 참석자들은 자리에 앉아 윤 대통령을 기다렸고, 카메라도 생중계 준비를 마쳤다. 그런데 대통령실은 토론회 30여분 전에 돌연 윤 대통령의 불참을 통보했다. 

대통령실이 밝힌 공식적인 이유는 '감기 기운'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아침부터 목이 잠기고 감기 기운이 있어 대중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가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부득이하게 일정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윤 대통령 불참 현장 사진 보도하지 말아 달라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감기' 때문에 불참했다고 밝혔지만 전날 오후 촉발한 한동훈 비대위원장 사퇴 요구 등 여러 가지 일들을 종합해보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긴 어렵다. 윤 대통령이 급작스럽게 불참한 진짜 이유에 대한 것은 차치하고, 이날 현장에선 기자들을 향한 대통령실의 이해할 수 없는 요구도 나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겨레>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자리와 명패를 정리하는 현장 사진을 기사화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대통령이 입장해서 행사하기 전 상황은 풀사가 취재할 영역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통령실사진기자단은 "이미 불참 기사가 다 나간 상황에서 사진 기사만 빼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대통령실의 요청을 거부하고 사진 기사를 발행했다. 그러자 대통령실 언론담당 행정관은 사진기자단에 유감을 표시했다. 

대변인실이나 언론담당 행정관 등이 기사 내용이 사실과 다른 경우 정정을 요청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하지만 특정 사진을 보도하지 말아 달라는 대통령실의 요청은 이례적이다. 

과거 전두환 군부독재 정권은 '홍보조정지침'(보도지침)이라는 명목으로 언론 기사의 제목, 사진 등을 일일이 검열하며 1면 기사와 사용될 사진까지도 지정해주거나 금지하는 등 언론통제를 했다. 때문에 대통령 명패를 치우는 현장 사진을 기사화하지 말아달라는 대통령실의 요구는 과거의 '보도지침'과 다를 바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열도 아닌 감기 기운 때문에 불참?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반도체관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세 번째, 민생을 살찌우는 반도체 산업'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2024.1.15 [대통령실 제공]
ⓒ 연합뉴스
 
대통령실은 "감기 기운이 있어 대중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가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일정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독감이나 코로나 감염이 아닌 감기 기운 정도였다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참여할 수는 없었을까. 22일 서울의 아침기온은 영하 12도, 낮 기온도 영하 2도로 한파가 들이닥친 날이었다. 바람까지 불어 더욱 추웠던 이날 대통령과의 대화를 위해 아침 일찍 집을 나섰을 참석자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불참'은 쉽게 결정내릴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고 본다. 

혹여 고열로 인해 도저히 서 있을 수가 없어 불참했다면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지만, 대통령실의 해명은 '감기 기운'이다. 아니나 다를까. 대통령 불참을 알리는 기사들에는 '감기 기운만으로도 회사 출근을 안 해도 되는 것이냐', '나도 감기 기운 있는데 회사 안 가도 되느냐' 등의 댓글이 적지 않았다. 보통 일반 직장인들은 '감기 기운' 정도로는 출근을 안 할 수 없을 뿐더러, 진료확인서 등을 회사에 제출하지 않으면 징계를 받거나 시말서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동안 열렸던 네 차례 토론회에서 윤 대통령은 서 있는 게 아니라 자리에 앉아 있었다. 대통령실 관계자 말처럼 진짜 '감기 기운' 정도라면 앉아서도 충분히 토론회 참석이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날 오후 늦게 윤 대통령이 신임 법무부 장관에 박성재 전 서울고검장을 내정한 것으로 미루어 보아, 직무를 수행하지 못 할 정도라고 보기도 어렵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토론회 불참 이유를 '감기 기운'이라고 해명했지만, 대다수 언론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거취 문제를 놓고 벌어진 충돌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이유기도 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오전 국회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남소연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상이 지난 21일 한 위원장을 만나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 대응에 섭섭함을 표하며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비서실장의 한 위원장 사퇴요구는 윤 대통령의 뜻으로 해석된다. 이후 한 위원장은 "국민보고 나선 길"이라며 "할 일을 하겠다"는 공식입장문을 냈고 22일 오전에는 "제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라며 사퇴를 거부했다. 

사퇴요구 배경에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한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입장변화가 한몫 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만 해도 한 위원장은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몰카공작'이라고 규정했다가 최근에는 "국민이 걱정하실 만한 부분",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고 입장 변화를 느낄 만한 발언을 이어갔다. 일부에선 한 위원장이 김 여사 사과와 특검을 수용하는 입장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때문에 윤 대통령이 사퇴를 요구한 것이란 해석도 내놓았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비대위 출범 한 달도 되지 않아 사퇴를 요구한 것도 비상식적이지만 대통령 본인의 정치적 이해와 고집 때문에 국민과 약속된 토론회에 불참한 것도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국민을 위한 민생과 소통보다 '김건희 여사 방탄'이 우선이라는 대통령의 삐뚤어진 국정철학이 드러났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