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다보스포럼… 전쟁·기후위기 속 해결책은 없었다

김진욱 2024. 1. 23.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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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성장의 한축 담당했던
‘다자 무역 후퇴’ 사실 확인
유엔 총장 “각국은 탄소 배출 확대에 열중”
각국의 취재진들이 지난 16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행사에 참석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클라우스 슈바프 WEF 회장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9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수십 년간 세계 경제 성장의 한 축을 담당했던 다자 무역이 후퇴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 15일부터 열린 포럼에선 세계 곳곳의 안보 위협과 직면한 기후 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다만 문제에 대한 위기의식만 공유했을 뿐 이렇다 할 해결책은 등장하지 않았다. 각국이 머리를 맞대고 인류가 맞닥뜨린 경제·정치·사회 문제를 풀어나간다는 다보스포럼이 점차 그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올해로 54회를 맞은 다보스포럼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 세계경제포럼 대회의장에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등이 참석한 세계 경제 전망 토론회와 폐막 오찬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행사에는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해 세계 각국 정상급 60명과 유엔(UN) 등 국제기구 수장, 정계·재계·학계 유명 인사까지 2800여명이 참석했다.

올해 다보스포럼에서는 ‘다자 무역의 역행’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다자 무역 후퇴 현상은 더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세계 자본시장을 선도하는 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칼라일그룹의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회장은 “지금 미국에서는 무역이라는 말이 거의 욕설(Curse word)이 됐다”면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의회는 당분간 주요 무역 협정을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이 일자리를 나라 밖으로 내보낸다’는 인식이 미국 유권자 사이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자 무역 역행의 주원인 중 하나인 미·중 갈등도 당분간 개선이 어려워 보인다. 루벤스타인 회장은 “미 대선 후보가 중국에 대해 긍정적인 말을 하거나 미·중 관계를 개선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정치적인 이득이 없다”고 말했다.


대규모 대표단과 함께 다보스를 찾은 리창 중국 총리가 “공급망을 안정화하고 거시 경제 정책 조율을 강화하기 위해 세계가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미국의 의지가 뒷받침되지 않아 미·중 갈등이 봉합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WTO는 올해 세계 무역 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잡을 예정이다. WTO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이 벌어지기 전인 지난해 10월 초 올해 세계 무역 성장률 전망치를 3.3%로 발표했다.

그러나 이·팔 충돌에 이어 지난해 말부터 홍해 안보 위기까지 고조되면서 기존 전망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게 WTO의 판단이다. 오콘조이웨알라 사무총장은 “올해 세계 무역 성장률 전망에는 많은 하방 위험이 있다”면서 “수치가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자 무역 역행의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한 안보 위협도 올해 핵심 의제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다보스를 찾은 각국 정상에게 집중적인 지원과 국가 재건을 위한 투자를 호소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계속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등 러시아 측 인사는 다보스포럼에 불참했다.

기후 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행사장 주변에서 터져 나왔다. WEF가 20일 펴낸 ‘글로벌 리스크 리포트 2024’에 따르면 기후 위기는 세계 각계 전문가가 꼽은 ‘올해 세계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으로 꼽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세계가 기후 위기에 맞서 함께 행동할 힘이 없는 것 같다”면서 “기후 붕괴는 이미 시작됐는데 각국은 탄소 배출량을 늘리는 데만 열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각국의 화석 연료 보조금을 기후 위기 대응에 쓰자”고 제안했다.

존 케리 미 기후 특사는 민간 투자를 활성화해 산업계의 탈탄소 속도를 높이자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아프리카와 남미 등 기후 위기 대응력이 부족한 신흥국에서 신재생 에너지 전환을 앞당기기 위한 토론회도 열렸다.

2800여명이 모여 다자 무역 후퇴와 안보 위협, 기후 위기 등 문제를 4일간 논의했지만 구체적인 해결책은 도출하지 못했다. 사회 불평등과 양극화 등 아직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아 국제 사회가 외면하고 있는 문제들도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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