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 오브 락’ 위장교사와 꼬마들…“음악은 두려움도 잊게 만들죠”

홍지유 2024. 1. 23.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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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 오브 락’ 공연 중인 배우들. [사진 에스앤코]

“세상에서 제일 열 받는 거? 학원 뺑뺑이! 맞아! 권력자에 맞서라(Stick it to the man)!”

교사로 위장한 기타리스트 듀이가 명문 사립초 학생들에게 ‘록 스피릿’을 가르친다. 록은 저항의 음악이자, 권력자에 맞서기 위한 것이라는 그의 열변에, 그간 부모의 등쌀에 치인 아이들은 환호한다.

뒤이어 기타리스트 잭 역의 아역 배우 헨리 웹(13)이 현란한 기타 솔로 연주를 선보이자 객석이 들썩였다. 휘파람을 불고 리듬에 맞춰 머리 위로 손뼉을 치는 관객들의 열띤 호응은 뮤지컬 극장을 순간 콘서트 공연장으로 바꿔 놓았다.

영국 국립 청소년 음악단에서 활동한 아역 배우 제임스 브린이 키보드를 연습 중이다. [사진 에스앤코]

뮤지컬 ‘스쿨 오브 락’이 5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았다. 잭 블랙 주연의 동명 영화(2004)를 뮤지컬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무대화한 작품이다. 평균 나이 12.5세의 아역 배우 17명이 2~4개의 다른 역할을 번갈아가며 연기한다. 잭을 연기한 헨리 웹과 메인 보컬 토미카 역의 이든 펠릭스(11), 가짜 교사 듀이 핀 역의 코너 글룰리(30)를 지난 18일 공연장인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만났다.

기타 연주로 ‘브리튼스 갓 탤런트’ 준결승에 진출한 음악 영재 해리 처칠. [사진 에스앤코]

극을 이끌어가는 것은 듀이다. 록스타를 꿈꾸는 백수 듀이는 집세를 내기 위해 친구의 명의를 훔쳐 초등학교 대체 교사로 취업했다. 무대 위 글룰리의 연기는 그야말로 에너지가 차고 넘친다. 160분 짜리 ‘연기 차력 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영화 주인공 잭 블랙의 유쾌함과 넘치는 끼에, 몸을 사리지 않는 슬랩스틱 코미디를 더했다.

“초등학생 때 영화 ‘스쿨 오브 락’을 봤어요.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 영화를 보면서 ‘나도 쟤들처럼 기타를 치고 싶어. 드럼을 치고 싶어’ 생각하지만 저는 ‘잭 블랙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하지만 동시에 ‘잭 블랙을 그저 따라 하는 것만으론 부족하다’는 마음도 있었어요. 그래서 슬랩스틱 코미디를 대폭 늘렸습니다. 몸으로 하는 연기의 에너지를 관객이 느낄 수 있길 바랍니다.”

글룰리가 처음으로 듀이 역을 맡은 것은 2017년이다. 당시 미국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2년 동안 ‘듀이’의 얼터네이트(전체 공연 중 일부 제한된 회차에만 무대에 오르는 배우)를 맡았고, 2019년 월드 투어에서 듀이로 발탁됐다.

왼쪽부터 이든 펠릭스, 코너 글룰리, 헨리 웹.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여러 나라를 가봤지만 한국 관객들은 특히 에너지가 넘치죠. 매일 밤이 오프닝이라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뮤지컬 ‘스쿨 오브 락’에는 5~6세 때 기타·드럼을 시작한 아역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5세에 기타 연주를 시작한 헨리 웹은 본 조비의 필 엑스, 건즈 앤 로지스의 리처드 포르터스가 심사위원이었던 대회 ‘기타 솔로 컴피티션’에서 성인 연주자들과 경쟁해 3위를 차지한 음악 영재다. ‘스쿨 오브 락’ 출연은 이번이 두 번째다. 3년 전 ‘스쿨 오브 락’ 영국 투어 공연에서도 같은 역을 맡았다.

웹은 “리허설이나 공식 연습 외에도 매일 혼자서 3시간 정도 기타를 연습한다”고 했다. “하루 3시간 기타를 치고, 3시간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 위한 튜터링을 받고, 나머지 시간에 공식 일정을 소화하면서 틈틈이 기타 연주를 위해 손과 팔을 스트레칭 한다”면서다.

“무대에 올라가는 것이 두려워지고 긴장감이 몰려올 때는 더 연습에 몰두해요. 그래야 (두려움과 긴장감을) 떨쳐낼 수 있거든요. 곡을 연주하다 보면 다른 건 다 잊게 돼요. 그냥 음악과 저만 남는 거죠.”

존재감 없는 학생에서 밴드 ‘스쿨 오브 락’의 메인 보컬로 거듭나는 토미카 역의 이든 펠릭스는 이번 월드 투어가 첫 프로 데뷔 무대다. “떨릴 때는 객석에 엄마와 이모, 단 두 사람만 있다고 상상한다”는 그의 꿈은 배우가 되는 것이다.

“연기와 노래는 비슷한 점이 많아요. 노래할 때 계속 가사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면서 연기를 해야 하거든요. 언젠가 배우가 돼서 영화에 출연하고 싶어요.”

공연의 백미는 아역 배우들이 선보이는 라이브 연주다. 쭈뼛대던 학생들이 돌변해 무릎으로 바닥에 슬라이딩하며 기타를 연주하고 거칠게 고개를 흔들며 드럼을 친다. 아이들이 음악을 통해 성장한다는 줄거리는 뻔하지만, 아역 배우들의 라이브 연주가 뿜어내는 에너지는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짜릿하다. 700개의 조명 아래에서 200개가 넘는 스피커를 통해 전달되는 일렉 기타와 키보드의 선율은 아드레날린을 솟구치게 한다. 공연은 3월 24일까지.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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