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 속 밤샘 1만5900배, 이태원 유족 "대통령님! 특별법 거부한다면..."

박수림 2024. 1. 2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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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만 쉬어도 입김이 나오는 체감온도 영하 13도의 날씨.

국무회의를 하루 앞둔 22일 오후 1시 59분, 유가족과 시민들이 서울 중구 서울광장 분향소 앞에 모여 이태원 참사 특별법(10.29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에 대한 수정안) 공포를 촉구하는 1만 5900배 철야행동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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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국무회의 하루 앞두고 철야행동 시작 "양보, 또 양보... 거부하는 자 범인"

[박수림, 권우성 기자]

▲ 이태원참사 특별법 공포 촉구, 15,900배 철야행동 이태원참사 특별법 공포를 촉구하는 유가족과 시민들이 22일 오후 서울시청앞 분향소에서 15,900배 철야행동을 시작했다.
ⓒ 권우성
 
"검사 출신 대통령님!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한 번만이라도 들여다 보십쇼. 여야 합의를 위해 양보하고 또 양보했습니다. 특검 요구 권한을 포기하고 유가족의 조사위원 추천권도 포기했습니다. 이것마저 거부하신다면 우리는 확신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별법을 거부하는 자가 바로 범인입니다." - 이태원 참사 유족 이숙자(고 강가희씨 어머니)

숨만 쉬어도 입김이 나오는 체감온도 영하 13도의 날씨. 살을 에는 바람이 옷깃을 파고들었지만 이태원 참사로 자식을 잃은 부모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방이 뚫린 광장에 모였다. 10초에 한 번 종소리가 울리면 합장했고 상체를 굽혀 무릎을 꿇었다. 두 팔은 쭉 뻗어 바닥에 머리를 댄 뒤 다시 일어났다.

며칠 전 삭발까지 한 이들은 모자도 쓰지 않은 채 간절함을 담아 절을 하고 일어나기를 반복했다. 어떤 아빠는 먼저 간 자식의 영정사진을 바라보기도 했고, 어떤 엄마는 두 눈을 질끈 감기도 했다. 

시민들도 함께 철야 15900배

국무회의를 하루 앞둔 22일 오후 1시 59분, 유가족과 시민들이 서울 중구 서울광장 분향소 앞에 모여 이태원 참사 특별법(10.29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에 대한 수정안) 공포를 촉구하는 1만 5900배 철야행동에 나섰다. '1시 59분'과 '1만 5900배'는 모두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9명을 의미한다.

특별법은 지난 9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전체 퇴장한 가운데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19일 정부로 이송됐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지난 18일 의원총회를 열어 대통령에게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하기로 의결해 시행이 불투명한 상태다.
 
▲ 이태원참사 특별법 공포 촉구, 15,900배 철야행동 이태원참사 특별법 공포를 촉구하는 유가족과 시민들이 22일 오후 서울시청앞 분향소에서 15,900배 철야행동을 시작했다.
ⓒ 권우성
 
유가족과 시민들은 이날 1만 5900배 철야행동 돌입 직전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대통령은 특별법을 공포하라"고 호소했다.

발언자로 나선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고 이주영씨 아버지)은 "헌법 제34조 제6항에는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면서 "이태원 참사는 이러한 헌법을 위반해 발생했으므로 정부는 당연히 그 원인에 대해 조사하고 국민들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여당은 그동안 단 한 번도 진정성 있는 자세로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려 하지 않았고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그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며 "국무회의를 앞두고 정부에 특별법 공포를 다시 한번 촉구하고, 국민들에게 함께 해주십사 호소하는 마음으로 1만 5900배의 철야기도를 드린다"고 전했다.

대통령에 보내는 편지 "하루 속히 공포"
 
▲ 이태원참사 특별법 공포 촉구, 15,900배 철야행동 이태원참사 특별법 공포를 촉구하는 유가족과 시민들이 22일 오후 서울시청앞 분향소에서 15,900배 철야행동을 시작했다.
ⓒ 권우성
 
 이태원참사 특별법 공포를 촉구하며 삭발한 한 유가족이 영정사진을 향해 절을 하고 있다.
ⓒ 권우성
 
윤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온 고 강가희씨 어머니 이숙자씨는 "단식을 하고 삭발을 해도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우리의 요구를 듣지도 않는다. 대통령님도 거부권을 만지작거리고 있다"라며 "(참사) 그날 국가는 존재했던 건지, 정부는 무얼하고 있었던 건지 답답하다. 화가 난다. 눈물이 난다. 윤석열 대통령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할 마음이 있다면 하루 속히 이태원 특별법을 즉각 공포해주길 바란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별법은 국회의장 중재 등을 통해 여당 입장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 특히 총선 이후인 4월 10일부터 법을 시행하고, 특별검사 임명을 위한 국회 의결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 삭제됐다. 유족들의 조사위원 추천권도 국회의장과 관련 단체들이 협의해 추천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조사위 활동 기간 연장도 기존 6개월에서 3개월로 축소됐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 야당 단독으로 법안 심의·처리가 진행된 점 ▲ 특별조사위원회(야권 추천 7명·여권 추천 4명)의 공정성 담보가 어려운 점 ▲ 특조위가 불송치 또는 수사 중인 사건 기록까지 열람할 수 있도록 규정한 점 등을 이유로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유가족과 시민들은 서울광장 분향소 앞에서 릴레이로 1만 5900배를 시작했다. 이들은 밤을 새워가며 절을 이어갈 예정이다. 철야행동은 1만 5900배를 마치는 다음 날(23일) 오전까지 이어진다.

특별법의 공포 또는 거부권 행사 여부는 23일 국무회의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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