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종교 시대]⑥"교회는 영혼이 메마른 사람이 찾는 곳, 아직도 세상의 희망"

서믿음 2024. 1. 22.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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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규 총신대학교 총장 인터뷰
신학대학원 작년 첫 미달 충격
종교에 대한 실망 커진 원인도
교회,사회 지탱 역할…전도사 처우 개선 필요
마음 진공 돈으로 못 채워
더많은 분들이 복음 알았으면

편집자주 - 대다수 종교에서 예비 성직자 감소와 고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인구 감소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지만, 물질을 중시하는 시대 가치의 영향도 주요한 이유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종교계는 어떻게 인식하고, 대처하고 있을까요. 아울러 지금 시대에 종교는 우리 사회에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며,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을까요. 천주교, 불교, 기독교의 속사정을 들여다봅니다.

국내 개신교 시작은 1883년 황해도에 세워진 소래교회로 여겨진다. 만주를 오가던 서상륜, 서경조 형제가 선교사 도움 없이 스스로 세웠다고 한다. 개신교가 본격적으로 뿌리내린 건 1885년 호러스 언더우드·헨리 아펜젤러·메리 스크랜턴 선교사가 조선 땅을 밟으면서다. 언더우드 선교사는 연세대학교와 세브란스 병원의 기틀을 마련했고, 아펜젤러는 배재학교를 세웠고, 스크랜턴 선교사는 이화여대 전신인 이화학당을 설립했다. 전통 있는 학교와 병원 대다수는 선교사가 남긴 흔적이 있다. 교회는 독립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민족대표 33인 중 16명이 기독교인이다. 이런 토양에서 성장해 한강의 기적과 함께 놀랍게 성장한 한국 개신교다. 하지만 최근 목회자 수 감소로 한국 교회도 위기다. 이에 관해 박성규 총신대학교 총장에게 물었다. 총신대는 국내 개신교 최대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를 대표하는 신학교다.

박성규 총신대학교 총장 [사진=서믿음 기자]

- 총장을 맡은 첫해가 가고 있다. 소회는.

▲책임감을 느낀다. 학령인구 급감으로 대학의 50%가 10년 내 문을 닫을 수 있는 위기 상황이라는 점은 큰 부담이다. 지난해 총신신학대학원이 개교 이래 처음으로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 지난해 미달을 기록한 신학대학원이 올해 정원을 채웠다. 특별한 노력이 있었던 것인지.

▲신대원생이 늘어나는 건 쉽지 않은 일인데, 놀랍게도 지원이 100여명가량이 늘어났다. 하나님의 은혜다. 교단에 속한 160개 노회에 한 명씩이라도 보내달라고 간곡히 부탁했고, 고등·대학청년부 담당 교역자를 초청해 목회 은사가 있는 사람을 적극 추천해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총장이 될 때 신대원생 모두에게 장학금을 주겠다고 공약했다. 한꺼번에는 어렵겠지만 첫해 30%, 이듬해 50%, 4년 임기 말에는 100%가 목표다. 소문이 나면서 좋은 소식이 있는 것 같다. 올해만 22억원가량 후원이 들어왔다.

- 지난해 미달은 개교 이래 처음이다. 과거 총신대는 재수, 삼수는 기본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엄청난 충격이었다. 총신은 예외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52명 미달을 기록했다. 그렇다고 지원한 사람을 다 합격시킨 건 아니다. 30명을 불합격시켰다. 신대원 안에서도 지난해 미달의 충격으로 기도 운동이 일고 있다.

- 점점 종교에 대한 관심이 줄고, 신학생 지원 비율도 줄어들고 있다. 왜 그렇다고 생각하나.

▲아직도 50대 이상의 종교 관심도는 꽤 높은 편이지만, 40대 이하부터 관심이 크게 줄어들었다. 포스트모더니즘 영향으로 절대 진리가 없다는 생각이 퍼지다 보니 신앙 의존도가 떨어지는 상황이다. 기독교를 포함해 종교에 걸었던 기대가 채워지지 못하는 실망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목회자가 된다는 건 십자가를 지는 삶인지라, 영적으로 뜨거움이 있어야 하는데, 한국교회 부흥의 열기가 식은 것도 원인이다. 감정노동을 꺼리는 점도 주요한 이유다.

- 감정노동이라면.

▲과거 형제자매가 많았던 베이비붐 세대와 비교했을 때 요즘의 MZ세대는 외동으로 자란 경우가 많다. 감정 충돌을 소화하는 기본 역량이 이전과 다르다. 목회는 참고 속으로 삭히는 것이 많은데 어려움이 클 수밖에 없다. 수고한 만큼 대가를 기대하는 점도 어려움이다. 신대원을 졸업하고 교회에 나가서 받는 사례가 너무 적다. “부교역자 사례 올리지 않으면 (신대원생 늘리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지만 부교역자에 대한 배려는 너무 부족하다. 또한, 반 기독교 정서가 강해지다 보니 교회의 리더가 된다는 부담감도 적지 않다.

- 세상이 개신교에 거는 기대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실제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사회를 섬기기를 원하는 것 같다. 구제·복지 등 선한 이웃이 되는 부분이다. 실제로 종교계 사회복지의 49%를 개신교가 감당하고 있다고 한다. 기독교인들이 오른손이 하는 걸 왼손이 모르게 하다 보니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실질적인 역할을 많이 하고 있다. 장기기증 서약한 사람도 70%가 개신교인이라고 한다. 목회자들은 고독사를 막기 위해 어르신 안부를 묻는 무료 우유 배달을 하고, 이주노동자를 섬기는 등 다양하게 사역하고 있다. 전북 진안의 배넘실마을에서는 새마을운동과 농촌지도사 공부를 한 목회자가 들어가 마을을 살기 좋게 변화시키면서 신자 비율이 20%에서 80%까지 늘었다. 사회를 진정으로 섬기는 일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본다.

- 영적 리더를 찾아보기 어렵다. 과거의 리더들은 세습 등 부정적 화제로 도마에 오른다.

▲역사적으로 기독교 초기에 출중한 리더가 많이 나타났지만, 성숙기가 되면서 다양한 리더로 분산되는 것 같다. 여전히 훌륭한 분들이 많지만, 유혹에 넘어지는 사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세상과 차별화된 모범이 되는 삶을 살아야 하는데, 아쉬운 지점이다. 사람은 매우 약한 존재다. 저 역시도 목사이면서 총장이지만 매일 유혹을 받는다. 잘 극복해야 하는데, 처음에는 잘했어도 시간이 지나면서 흐려지는 문제가 있다.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이 가장 중요하다.

- 목회자를 거부하고 홀로 신앙생활을 하겠다는 사람도 생겨나고 있다.

▲이어령 박사께서는 ‘당신은 지성인이면서 집에서 홀로 신앙생활을 하지 왜 교회에 나가면서 예수 믿는 티를 내느냐’라는 비판에 이렇게 말씀하셨다. “배가 고프면 식당에 가고, 심심하면 극장에 가고,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듯 영혼이 굶주릴 때 가는 곳이 교회다.” 교회의 부정적인 면을 욕할 때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식당이라고 다 맛있던가, 의사라고 다 명의던가, 영화라고 다 명화던가. 모든 교회가 다 영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영혼이 메마른 사람이 찾을 곳은 교회밖에 없다.” 의사가 오진했으니 앞으로 병원에 가지 않겠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교회가 세상의 희망임에는 변화가 없다.

- 교회가 어떻게 세상의 희망이 될 수 있나.

▲세상이 하지 못하는 치유가 교회에서는 가능하다. 부산에서 목회할 때 40대 알코올 의존증 주부가 왔다. 이혼 위기에 자살충동에 시달리던 분인데, 교회에 나오기 시작하면서 아무리 노력해도 안 끊어지던 술을 신앙의 힘으로 끊었다. 자살충동이 사라졌고, 부부관계도 좋아졌다. 이런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교회에는 이런 사회치유적인 힘이 있다. 저 역시 10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앓던 심각한 소아우울증이 교회를 나가면서 나았다. 주일학교 선생님께서 일 년 동안 매주 저를 찾아와주셨다. 계량화되지 않았을 뿐이지, 교회는 자살과 이혼 등을 막고 사회를 지탱하는 큰 역할을 맡고 있다.

- 벌써 일선 교회에서는 전도사를 구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신학생 수가 절대적으로 줄었다. 과거 한 학년 800명이던 정원이 현재 343명이다. 우리 교단에 속한 교회만 1만 2000개다. 전도사를 모실 여력 있는 곳을 절반으로 본다면 6000곳인데 갈 전도사가 없다. 부목사도 마찬가지다. 지방은 말할 것도 없고 수도권 내 5000개 교회 수에도 미치지 못한다. 신학대학원 3개 학년을 다 합쳐도 1000명 정도에 불과하다. 이대로 가면 규모가 작은 교회는 10년 내에 담임목사 찾기도 어려워질 거다. 정원 채우는 걸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신학생들을) 부흥의 리더로 키우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하고 있다.

- 전도사나 목사의 처우는 어떠한가.

▲신대원에 속한 전도사는 대개 월 100만원 이하를 받는다. 속한 교회에서 학비를 대주면 그나마 낫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부목사는 천차만별인데 많아야 연 3600만원 정도다. 일반 직장처럼 9 to 6(오전9시~오후6시 근무)가 아니다. 한밤중에도 임종하는 성도가 있으면 찾아가야 한다. 긴장의 연속이다. 그런데도 성도 중에는 ‘목사가 배부르고 등 따듯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다. 뜻은 이해하지만 가난을 강요해서는 상황을 변화시키기 어렵다.

-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장학금 지원으로 부담을 줄이고, 틈날 때마다 처우와 인식 개선을 강조하고 있다. 이건 한국교회 전체가 함께 힘써야 할 부분이다. 저희 때는 신대원의 교육이 이론교육에 머물러 있어도 현장에서 부딪히면서 배웠다. 그러나 MZ세대는 잘 모르고 자신이 없으면 아예 사역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신대원의 교육이 보다 현장 목회에 대한 내용이 보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신대원 교수들과 머리를 맞대고 준비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목회 현장을 소개하는 것도 함으로써 신대원생들이 미래 목회에 대해 준비하려고 한다. 예를 들면 오케스트라를 꾸리거나 마을도서관을 운영하며 목회하고, 카페를 운영하며 목회하고, 농촌에서 농민들을 도우며 목회를 하는 등 다양한 실험을 하신 분들을 강사로 모시려고 한다. 담임목사가 신대원생의 경건의 삶과 교회 사역을 1년간 면밀히 지도하는 ‘언더케어(UnderCare)’ 과정도 고려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과학자이자 수학자인 파스칼은 모든 사람의 마음에 진공상태가 있고, 이는 돈과 명예, 쾌락으로 채워지지 않는다고 했다. 예수님을 통해 만난 하나님만이 진공을 채울 수 있다고 했다. 1983년부터 40여년간 사역하면서 우울증과 자살 충동 등을 복음으로 이겨내는 사람들을 숱하게 만났다. 더 많은 분이 복음을 알고 행복한 인생을 살아갔으면 좋겠다. 그러자면 복음을 전하는 목회자가 꼭 필요하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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