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 원 들여 ‘맨발걷기길’ 만드는 경상북도, 의사들은 추천 않는다는데…

이해림 기자 2024. 1. 22.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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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걷기의 접지효과는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으며, 맨발로 걷다가 발에 상처가 나면 치명적인 균에 감염될 위험이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경상북도가 ‘맨발로도(路道)(Road)’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맨발걷기를 생활체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하는 프로젝트다. 경상북도는 그 시작으로 김천시, 안동시, 영주시에 맨발걷기길 신규 조성 지원금을 개소당 4억 원씩, 보수 지원금은 구미시, 청송군에 개소당 1.2익원씩 지급한다. 앞으로 22개 시군에 맨발걷기길 조성 지원을 확대해 시군 특색에 맞는 대표 맨발걷기길을 조성해나간다는 방침이다.

맨발걷기가 관절염, 여드름, 불면증, 우울증, 두통, 고혈압, 당뇨병, 암, 뇌졸중 등 다양한 질환의 극복에 도움된다는 말이 확산되며 너도나도 맨발걷기를 따라 하고 있다. 그러나 맨발걷기의 건강 효과는 신발을 신고 걸어도 얻을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중노년층은 맨발걷기의 득보다 실이 클 수 있어 의사들은 권장하지 않는다.

맨발로 걸으면 발바닥, 발목, 종아리 등의 근육을 사용하며 혈액순환이 촉진되는 건 맞다. 그러나 이 같은 효과는 신발을 신고 걸어도 나타나며, 맨발걷기가 신발 신고 걷기보다 ‘훨씬 더’ 건강에 좋은 것은 아니다. 한국산림휴양복지학회의 ‘숲길 맨발 걷기 효과 검증’ 논문에서는 신발을 신든 벗든 스트레스가 감소하고 혈관 건강이 좋아지는 것으로 나왔으며, 근소하게 맨발 걷기 그룹의 점수가 더 높았다. 또 하나의 연구 결과만 보고 맨발걷기의 효과를 믿기엔, 연구 결과 자체가 오락가락한다. 경북대 체육교육과 연구팀 연구 결과에서는 맨발로 걸은 그룹이 신발을 신고 걸은 그룹보다 다이어트 효과가 더 컸지만, 한국체육과학회지에 게재된 논문에서는 오히려 운동화를 착용한 그룹에서 체중 감소가 더 큰 것으로 확인됐다.

맨발걷기를 신봉하는 사람들은 ‘접지(接地)’효과를 그 근거로 꼽는다. 지표면에 맨발을 맞닿으며 걸으면, 암과 염증 등을 유발하는 활성산소가 줄어든다는 주장이다. 활성산소는 양전하를 띠는데 지표면은 음전하가 풍부하므로 중화된다는 것이다. 물론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이론이다. 고려대 구로병원 정형외과 김학준 교수는 과거 헬스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제기되고 있는 맨발걷기의 엄청난 건강 효과는 모두 사례에 기반한 것으로 명확히 검증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미국 심장전문의 스티븐 시나트라 교수가 2010년 접지효과와 관련해 국제학술지 ‘Journal of Environmental and Public Health’에 논문을 내긴 했으나, 바로 학계에서 가짜 주장이라는 반박과 비판 기사가 올라왔다.

건강해지리라는 기대로 맨발걷기를 하다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위험이 더 크다. 인간은 신발을 신고 걷는 것에 익숙해 발바닥이 약하다. 흙 속엔 우리가 평소 접하지 못한 치명적인 균들이 많은데, 맨발걷기를 하다 발에 상처가 나면 이 균에 감염될 수 있다. 특히 당뇨병 환자라면 맨발걷기를 삼가야 한다. 당뇨병을 오래 앓으면 혈관 내피에 이상이 생겨 동맥이 좁아지고 딱딱하게 굳는다. 가뜩이나 심장에서 멀어 혈액이 잘 가지 못하는 발에 상처가 나면, 일반인보다 치유가 더뎌 궤양이 생기곤 한다. 발에 상처가 나도 통증을 잘 느끼지 못하는 당뇨병 환자 특성상 궤양이 생겨도 알아차리지 못해 내버려두기 쉬운데, 그러면 결국엔 발이 썩어 절단해야 할 수도 있다.

발 건강에도 그리 좋지만은 않다. 발뒤꿈치에는 쿠션 역할을 하는 지방 패드가 있는데, 나이가 들수록 이 부분이 위축된다. 맨발로 땅을 디디면 아무런 완충 작용 없이 뒤꿈치 부분에 체중 부하가 그대로 전달된다. 발목 무릎·관절과 뼈에 부담이 갈 수밖에 없다.
이런 부작용을 단순히 명현현상(장기간에 걸쳐 나빠진 건강이 호전되면서 나타나는 일시적 반응)으로 치부하고 방치하면 안 된다. 명현현상 역시 현대의학에서 인정하지 않는 개념이다. 맨발걷기 후 몸에 이상을 느꼈다면 바로 병원을 찾아 치료받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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