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5만 원씩 6년... 네팔 가는 날을 겨우 잡았건만

강재규 2024. 1. 22.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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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떠난 안나푸르나 트레킹] 출발 전까지 안심할 수 없다

[강재규 기자]

▲ 안나푸르나 ABC 일출 지난 2023년 12월 22일부터 2024년 1월 1일까지 9박 11일간 찬구들과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다녀왔다. 일행들이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에 올라 일출을 맞이한 모습이다.
ⓒ 강재규
 
2023년 12월 22일부터 2024년 1월 1일까지 친구들과 함께 했던 안나푸르나 트레킹은 몇 년 전부터 계획을 세워 준비했던 결과물이었다. 서로 뜻이 맞는 고교 동창들(진주고 50회)이 졸업 후에도 종종 모임을 가지며 우정을 다져 왔었다.

그러다 어느 날 백두계를 결성하자는 뜻을 모았는데, 중국을 거쳐서 백두산을 오르는 것이 아니라, 통일까지는 되지 않을지라도 남북의 왕래가 자유로워지면, 부산에서 기차를 타고 개마고원을 거쳐서 백두산을 오르자는 생각에 의기투합하였다.

백두계는 그런 날이 어서 올 수 있도록 각자가 주어진 곳에서 역할을 다하자는 의미로 만든 계모임으로 보면 될 것이다. 내가 이 모임에 합류한 것은 시간이 조금 더 흐른 후인 것으로 기억한다.
  
▲ 안나푸르나 일출 안나푸르나 트레킹 중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에서의 일출 모습
ⓒ 강재규
 
그런데 이후에 안나푸르나 트레킹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지리산 천왕봉 등산을 슬리퍼를 신고서도 가볍게 오르는 이도정 친구가 지리산을 넘어 네팔 히말라야를 수없이 오른 경험을 바탕으로 친구들과 함께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하자는 쪽으로 제안했기 때문이다. 물론 백두계의 정신은 여전히 살아있다.

계금을 모으자는 데 동의한 친구들은 모두 9명이다. 하지만 부부 동반이 되면 그보다 훨씬 많은 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 달에 5만 원씩 열심히 계금을 모았다. 계금을 모으기 시작한 것이 2017년 6월부터이지만, 그 사이 코로나19가 발생하는 바람에 계획의 실행은 기약이 없어졌다.

2023년은 계금을 모은 지 만 6년이 되었다. 안나푸르나 트레킹 계획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어서 그 무렵 우리들은 안나푸르나 트레킹 일정을 구체화해 못을 박아버렸다.
 
▲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 도착 지난 2013년 12월 27일 안나푸르나 트레킹 도중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에 도착한 후 촬영한 일행들의 사진
ⓒ 강재규
   
▲ 안나푸르나와 마차푸차레 봉우리 2023년 12월 27일 안나푸르나 트레킹 중 촬영한 안나푸르나 및 마차푸차레 봉우리
ⓒ 강재규
 
트레킹 무산 위기

이후 우리는 일찍 비행기 티켓팅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해서 너도나도 서둘러 티켓팅을 하고, 단체 카톡방에서 서로의 정보를 공유했다. 그때까지는 별다른 문제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나는 아직 현직에 있으나 12월 22일이면 학사 일정이 끝나 무사히 떠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학사 일정을 확인한 결과 트레킹을 떠나는 날까지 기말고사가 계속되고, 도무지 성적 처리까지는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하는 수 없이 학생들에게 미리 예고를 하고 기말고사를 1주일 앞당기자고 양해를 구했다. 나는 이렇게 허들을 제거했지만, 다른 친구들이 문제였다.

친구 A는 심장에 문제가 있어서 고산 산행이 어렵다고 했다. 당연히 친구의 건강이 우선이니 트레킹을 강권할 수 없었다. 친구 B는 또 다른 건강상 문제가 있어 동행이 힘들다고 했다. 그리고 친구 C는 고소공포증과 공황장애로 참여가 어렵다고 했다. 또 친구 D는 직장의 일로 시간을 뺄 수 없다고 했다.

다들 나름의 이유로 참석이 어렵다고 해, 하마터면 오래전부터 준비해왔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지경에 이르렀다. 더구나 티켓팅까지 완료되고 트레킹을 떠나야 하는 날짜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친구 E는 모친이 위독해 트레킹 참석을 담보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한마디로 '난감하네'였다.

최종적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는 이도정 대장, 강종구 박사, 나와 아내, 이렇게 4명이 남았다. 그런데 친구 E의 모친이 우리가 트레킹을 떠나기 약 3주 전에 작고를 하셨다. 효자인 친구 E의 오랜 숙원을 이룰 수 있도록 어머님의 가호가 아니었나 우린 생각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리는 친구 E의 동행이 가능해짐으로써 꺼져가던 불씨를 가까스로 살려낼 수 있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이도정 대장은 혼자라도 다녀오겠다는 생각이 굳었다.

트레킹 1주일 전 교통사고라니

그런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마지막 기말시험 감독을 끝내고 귀가 중 신호대기를 하고 있었는데 상대편 차선에서 달리던 포터가 중앙선을 침범해 나의 자동차 운전석 뒷부분을 박살 내고, 내 뒤를 따르던 운전자의 자동차 앞부분과 크게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경찰과 119 소방대, 보험회사 차량이 출동해 사고 수습을 했다.
  
▲ 교통사고 현장 2023년 12월 14일 김해시 활천고개 3거리에서 발생했던 교통사고
ⓒ 강재규
 
그게 작년 12월 14일(목)이었다. 내 자동차는 수선을 위해 입고가 되고 나는 병원으로 향했다. 다행히 자동차 뒷부분이 충돌되어 큰 외상은 없었지만 걱정이었다. 과연 12월 22일 트레킹을 무사히 떠날 수 있을까, 트레킹을 떠나지 말라는 신(?)이 보낸 신호는 아닐까? 여러 가지 상념이 밀려왔다.

목과 어깨 부위가 뻐근한 것 같았다. 의사도 입원을 해서 치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소견을 냈다. 그런데 병원에 입원할 수 있는 겨를이 없었다. 이튿날인 금요일엔 서울에서 한국지방자치법학학회 발제가 잡혀 있었다. 트레킹을 떠나기 전 기말고사 성적처리를 끝내야 했기에 정말 미칠 지경이었다.

내가 가지 못하는데 아내만 트레킹에 참여시키기도 힘든 실정이었다. 안나푸르나 트레킹은 지금보다 더 나이가 들면 시도조차 힘들 것이라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트레킹에 참여하는 친구들 나이도 63-64세로 모두 60대 초중반이었다.

가지 않은 길이라 솔직히 두렵기도 설레기도 했다. 나는 병원 통원 치료를 받다 안나푸르나 트레킹에 참여를 하게 되었다. 트레킹 중에도 사고의 후유증이 나타나지 않을까 못내 걱정이었다.

이번 안나푸르나 트레킹은 많은 우여곡절 끝에, 정말 어렵게, 어렵게 성사된 것이다. 이번 안나푸르나 트레킹의 성사는 '나마스떼', 신의 가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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