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숙박비 18만원, 오름 걷기가 과제…제주 몰려간 대학생들

최민지 2024. 1. 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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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투 삼달리' 속 제주도 가파도의 모습. 사진 MI, SLL


계명대 3학년 장수정씨(21)는 지난달부터 시작된 겨울 계절학기 수업을 제주대에서 들었다. 제주대가 계명대와 학점교류 협약을 맺고 있어 수강 신청이 가능했다. 그가 들은 수업은 교양 과목인 ‘체육의 이해’ 강의였다. 올레길이나 오름 걷기, 서우봉·별도봉 하이킹 등이 주요 과제다. 그가 한 달간 수업을 들으며 쓴 숙박비는 기숙사에 낸 18만원이 다였다.

‘제주도 한 달 살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제주 지역 대학의 계절학기 수업도 주목받고 있다. 학생들은 “저렴하게 제주도에 머물며 학점도 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제주로 몰려드는 타대생…지난해만 1800명

지난 4일 진행된 제주대 노르딕 워킹 수업. 독자 제공

제주도에는 4년제 대학이 두 곳 있다. 제주대(국립)와 제주국제대(사립)다. 이 중 뭍의 타대생에게 먼저 학점교류의 문을 연 건 제주대다. 19일 기준 제주대와 학점교류 협정을 체결한 대학은 전국 56개교다. 이를 통해 계절학기 수업을 들은 타대생은 지난해에만 1802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계절학기 수강생 5768명 중 31.2%다.

학생들은 “제주 여행에 관심 있다 보니 학점교류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제주대 여름 계절학기 수업을 들은 중앙대 3학년 학생 남다윤씨(22)는 “수업만 끝나면 곧장 바다로 곧장 가 수영을 했다. 어떤 수업을 듣는지보다는 제주대 기숙사에 머무는 것 자체가 중요했다”고 말했다. 숙명여대에 재학 중인 황자영씨(20)는 “숙명여대 계절학기 등록금은 1학점당 9만3900원인 반면 제주대는 1학점당 2만5000원으로 계절학기 등록금이 저렴한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제주대의 ‘오름 트레킹’, ‘노르딕워킹’ 등 일부 수업은 수강신청 경쟁이 치열해 ‘1초 컷’으로 마감된다. 워낙 계절학기 유입이 많다보니 타대생끼리 시험 일정 등 정보를 공유하는 오픈채팅방도 생겼다. 올해도 ‘동계학기 수업’이란 이름으로 개설된 오픈채팅방엔 460여명이 모여들었다. 계절학기 수강생에게 부여된 임시 학번을 입력해야 입장이 가능하다.

학교 입장에서도 휴지기 없이 학교를 운영할 수 있어 타대생을 반긴다. 제주대 관계자는 “공공요금 인상 등 생활관(기숙사)비를 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본교 학생 부담도 줄이려면 최대한 공실을 활용해 수익을 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최근엔 타대에서 원격수업을 신청하는 수강생까지도 수용할 수 있도록 건물도 증설했다”고 말했다.


강원, 여수…타대생에게 문 여는 지방대


전남대 여수캠퍼스의 여수바다 여행놀이 수업의 한 장면. 여수시 청소년 해양교육원에서 학생들이 실내 해양 레저를 즐기고 있다. 독자 제공

제주뿐만 아니다. 관광객이 많은 다른 지역에서도 타대생이 들을만한 계절학기 수업이 개설되고 있다. 전남대 여수캠퍼스는 ‘여수바다 여행놀이’라는 교양 강의를 지난해 계절학기에 개설했다. 수업 계획엔 생존 수영, 해양 레저스포츠 등 실습과 여수 바다 해양 자원 학습, 여수 여행 등이 포함돼있다. 전남대 관계자는 “캠퍼스의 지리적 여건상 학생들이 많이 찾지 않는 곳인데, 최근 관광객이 늘어난 여수 바다와 연계한 강의를 열어 교류를 늘리려 한다”고 개설 취지를 밝혔다.

강원대는 ‘강원도와DMZ(비무장지대)’라는 교양 강의를 계절학기에 운영한다. 강원도의 지리적 환경, DMZ, 접경지역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수업이다. 강원대 관계자는 “교류협정을 체결한 타대생까지 유입돼 매번 정원이 채워지는 인기 과목”이라고 말했다.

지난 학기 부산 부경대로 학점교류를 다녀온 인천대생 김민지씨(21)는 “지역 특색 수업은 지방에 대한 인식까지 바꿀 수 있는 기회”라며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대학생이 지방에 장기 여행 갈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은 만큼, 지역대들이 관련한 수업을 더 개설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점교류, 일부 대학만 가능…“절차도 복잡”


제주대 계절학기 수업을 위해 개설된 오픈채팅방.

하지만 학점교류는 협약을 맺은 일부 대학 재학생에게만 한정적으로 이뤄진다. 일례로 제주의 또 다른 4년제 대학 제주국제대는 학점교류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 않다. 한국사립대총장협의회 관계자는 “학점교류를 위한 플랫폼 구축만 해도 별도 비용이 들어갈뿐더러, 교류대학끼리 오가는 학생 수가 비슷해야 할 텐데 예측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학점교류 신청 절차도 복잡하다. 경상국립대 2학년 황서연씨(20)는 “학점 교류로 딴 학점을 실제 학점으로 인정받으려면 본교 교수님이 ‘유사 과목’이라고 인증을 해줘야하는데 이 절차가 까다로운 편”이라고 말했다. 제주대에 다녀온 동국대 2학년생 배나영씨(20)는 “우리학교의 경우 다른 시스템은 디지털로 운영되는데 교류수학 신청만은 서면으로만 받는다”고 지적했다.

수업 외 기숙사 청소, 본교생 보호 등 보다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해 다른 지역 대학에 학점교류를 다녀온 한 김모씨는 “처음 학교에 도착했을 때 기숙사 방과 화장실이 청소가 전혀 안 된 상태였다. 손님을 맞을 최소한의 준비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총협 관계자는 “외부 학생이 많을 경우 본교 학생들이 학점 상 손해를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송다정 인턴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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