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찾고 학폭 막고… “나는 사람 구하는 반려견 순찰대”

정신영 2024. 1. 19.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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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오전 8시 서울 금천구 호암산에 '오이지' 대원이 모습을 나타냈다.

순찰 임무를 맡은 오이지 대원은 사람이 아닌 검은 털의 래브라도 리트리버다.

오이지 대원은 견주인 김경덕(62)씨 부부와 함께 익숙한 듯 둘레길과 숲길 약 3㎞를 천천히 돌며 순찰했다.

서울에는 오이지 대원 포함 총 1011팀이 순찰대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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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암산 지키는 베테랑 오이지 눈길
서울 1011마리 ‘범죄예방’ 활약
8개월간 ‘120 신고’ 2187건 등 기록
반려견순찰대 소속 래브라도 리트리버 오이지 대원이 견주 김경덕씨와 함께 서울 금천구 호암산 숲길 일대를 순찰하고 있다. 서울에는 오이지 대원 포함 1011마리의 반려견이 순찰대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지난 17일 오전 8시 서울 금천구 호암산에 ‘오이지’ 대원이 모습을 나타냈다. 순찰 임무를 맡은 오이지 대원은 사람이 아닌 검은 털의 래브라도 리트리버다.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 주도로 2022년 출범한 ‘반려견순찰대’ 소속이다.

오이지 대원은 견주인 김경덕(62)씨 부부와 함께 익숙한 듯 둘레길과 숲길 약 3㎞를 천천히 돌며 순찰했다. 인근 아파트 단지와 연결된 통로 주변에서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우며 술을 마신다는 첩보를 접수한 후였다. 담뱃불로 화재 위험도 있는 상황에서 오이지 대원은 연신 킁킁대며 흔적을 찾기 시작했다.

서울에는 오이지 대원 포함 총 1011팀이 순찰대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오이지 대원은 그중에서도 베테랑에 속한다. 반려견순찰대 1기로 613회 순찰에 나섰고, 폭행·마약 투약 의심 현장부터 폐기물 무단투기 사례까지 신고 건수만 122건에 달한다. 그간 받은 상도 3개나 된다.

오이지 대원은 지난해 10월 한 자폐 중학생이 또래로부터 괴롭힘당하는 상황을 막아냈다. 공원을 배회하는 학생을 유심히 지켜보던 중 발생한 일이었다. 경찰 확인 결과 이 학생은 가출 신고가 접수된 상태였다. 학생이 다른 데로 가지 못하도록 막아 달라는 경찰의 연락을 받은 김씨는 이들을 분리 조치하고 학생을 어머니 품으로 인계했다. 지난달 18일 아침 순찰 때도 오래된 전기장판을 이불 삼아 누워 있던 노인을 발견해 119에 신고하기도 했다. 저체온증이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오이지 대원의 주 순찰지역은 인적이 드문 둘레길을 비롯해 노숙·주취자가 모이는 공원, 필로티 주차장이 밀집한 빌라촌 등이다. 김씨는 “날이 춥고 빙판길에 걷기도 쉽지 않은 날에는 그냥 돌아갈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공직의 무게 탓에 견디며 순찰하고 있다”며 “과거라면 피해갔을 곳을 이제는 일부러 찾아다닌다”고 말했다. 강력범죄로 세상이 떠들썩할 때는 하루에 2~3회인 순찰 횟수를 더 늘린다고 했다. 순찰 근무가 고맙다며 용돈을 건네는 주민도 있다고 한다.

또다른 반려견순찰대 ‘쿠로’ 대원도 지난해 5월 강동구 성내동에서 야간 순찰 중 길에 쓰러져있는 남성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확인 결과 전날 실종 신고된 발달장애 남성이었다. 가족에게 연락할 수단이 없어 거리를 배회하다 다리를 다쳐 길가에 쓰러져 앉아 있었다. 당시 계속된 비와 강풍으로 날씨가 추워져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견주 전형준씨는 “평소에는 술에 취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피해 갔을 텐데 순찰한다는 마음가짐 덕분에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일도 다시 살펴보게 된다”고 말했다.

‘초이’와 ‘제니’ 대원팀 역시 지난 1월 서울 성동구에서 야간 순찰 중 음주운전 의심 차량을 신고해 큰 피해를 막았다. 당시 스쿨존을 지나던 이 차량은 시설물을 들이받으며 비틀비틀 주행하고 있었다. 대원팀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운전자를 검거했다. 음주측정 결과 면허 취소 수치였다.

반려견순찰대는 지난해 8개월간의 활동기간 동안 범죄예방(112) 신고 317건, 생활위험 관련(120) 신고 2187건 등을 기록했다.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 관계자는 “동네에 대한 애정을 갖고 우리 동네가 좀 더 살기 좋은 곳이 됐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활동에 참여하는 분이 많다”며 “치안 서비스 수혜자 입장에서 이제는 공동생산자로 참여하면서 협력을 활성화하는 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글·사진=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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