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덮친 인구소멸]인구 줄어도 청년채용 포기않는 기업들…시니어는 '멘토' 재배치

문채석 2024. 1. 18.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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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 이·전직 줄이고 시니어는 '최고직원' 대우
청년채용, 신사업 중심…공채보단 수시채용 선호
나이·국경장벽 없앤 반도체 업계…정년제한 없애

인구 감소를 넘어 소멸시대를 맞이한 기업들은 인력 재활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미 은퇴한 인력을 다시 채용해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반도체·인공지능(AI)·이차전지 등 신사업을 중심으로 청년 채용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기존 베테랑 인력의 활용도를 높이는 전략이다. 이들이 정년 후에도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도 마련 중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윗쭐 왼쪽 다섯번째),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겸 반도체(DS)부문장·SAIT(옛 삼성종합기술원)장(윗줄 맨 왼쪽), 박학규 삼성전자 모바일·TV·가전(DX)부문 경영지원실장 사장(윗줄 맨 오른쪽)과 2024 삼성명장들이 지난 16일 서울시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간담회를 한 뒤 기념촬영하는 모습.[사진제공=삼성전자]

신규채용·공채보다는 경력직 활용

18일 산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LG·SK 등 대기업집단은 신규 채용자 수를 늘리기보다 이직과 전직자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직원 복지를 강화해 정년 후에도 우수 인력이 일하는 환경을 만드는 게 인력을 유지할 수 있는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2024 삼성 명장' 15명과 간담회를 열고 "기술 인재는 포기할 수 없는 핵심 경쟁력"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회장은 "기술 인재가 마음껏 도전하고 혁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도 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인재들이 뛰노는 환경을 만드는 게 급선무가 됐다.

국내에서 자산총액 순위(재계서열)가 높은 대기업 집단은 대부분 제조업체다. 생산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수천억원에서 수조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꾸준히 진행해야 한다. 경기 변동에 따라 업황도 급격히 변할 수 있다. 경영 불확실성이 높은 이러한 상황에서는 일반적으로 3~5년 단위의 전사 채용 원칙을 공유하고 계열사 사업 부문(본부)에 따라 경영활동을 조절한다. 특히 반도체, 이차전지처럼 정부와 협력해 대규모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분야는 기업 경영진, 대관 라인이 정부 인사와 공장부지 조성 상황, 캐파(생산능력) 추정치 등을 공유하고 공장 준공 직전 캐파 추정치를 역산해 목표 채용 인원을 정한다.

삼성은 2022년 5월에 '5년간 8만명 채용'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으며, 실적과 관계없이 2026년까지 매년 청년 1만명 이상을 채용할 계획을 밝혔다. 다른 기업들 역시 경영 실적이 좋지 않아도 청년 채용을 대폭 줄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이후 산업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공개 채용보다는 수시 채용 제도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 외의 다른 기업들이 공채 제도를 부활시키는 것보다는 삼성이 언제 공채 제도를 폐지할지를 살펴보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분위기"라고 언급했다.

나이·국경 관계없이 인재확보 주력

반도체 업계는 나이와 국경 장벽을 없애는 방향으로 인재 확보에 힘쓰고 있다. 첨단 산업 특성상 석·박사급을 포함한 고급 인력 충원이 필수이지만 국내 인원은 한정돼 있다. 현지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탓에 미국에 짓고 있는 공장 가동을 2025년으로 1년간 미룬 대만 파운드리 기업 TSMC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사내 정년 제한을 없애 기존 인력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은 지난해 사내에 생긴 인사 제도인 '시니어 트랙'을 운영 중이다. 시니어 트랙은 우수 자격과 전문성을 인정받은 직원이 정년 이후에도 회사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시니어 트랙 중에선 기술 전문가를 회사 최고 직원으로 대우하는 삼성 명장 제도가 있다. SK하이닉스는 연초 생산직 내 반도체 장비 유지·보수 업무를 맡은 직군에서 최고 직책인 '마스터'를 신설했다. 이미 기술 사무직에선 비슷하게 HE(Honored Engineer), DE(Distinguished Engineer) 제도를 운영 중이다. 이들 직책은 모두 사내에서 전문가로 인정받으며 정년 없이 일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해외 인재 유치를 위해선 임원들이 직접 발로 뛰는 모습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해 6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현지 인재를 대상으로 '글로벌 포럼'을 개최, 채용 과정을 연계한 바 있다. DS 부문을 포함, 삼성전자는 최근 연구개발(R&D) 분야에서 외국인 경력직 채용을 진행했다. 이 같은 채용 진행은 처음 있는 일로, 우수 인력을 확보하는 데 있어 국내외 장벽을 두지 않게 됐음을 의미하는 사례로 꼽힌다.

저년차 직원 복리후생을 강화해 이·전직자를 최소화하는 데에도 공을 들인다. 삼성전자는 지역전문가 제도, SK하이닉스는 GXP 제도를 각각 가동하면서 직원들에게 해외 경영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GXP 제도의 경우 SK하이닉스 해외법인뿐 아니라 네덜란드 ASML, 미국 램리서치·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일본 도쿄 일렉트론 같은 협력사 연수 기회를 제공한다.

업계 관계자는 "인구감소·고령화 현상 때문에 기업들은 청년 채용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와 고령자 정년을 늘리라는 목소리를 동시에 들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각사 인사 시스템은 비공개라 정확히 알기 어렵지만 많은 기업이 인건비를 투입해 채용 인원을 늘리기보다 기존 인재 이탈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업 문화, 복지 체계를 개선하는 데 주안점을 두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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