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전시회 즐기는 나만의 감상법, 과거와 겹쳐 읽기
[정만진 기자]
▲ 이미용 <행복 파종> : 작품을 사진으로 찍은 것이므로 원작과 구도, 색상 등 여러모로 다르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
ⓒ 이미용 |
이미용 화가의 '행복 파종(90x73cm, 순지에 복합소재)' 앞에 선 순간 알렉산더 대왕의 설화가 떠올랐다. 알렉산더 대왕은 흔히 세기적 전쟁 영웅으로 인식되지만, 뜻밖에도 그는 대단한 예술 애호가였다. 대왕은 당대 최고의 화가 아펠레스와 각별한 친분을 쌓았다.
그림 앞에 서서 생각에 빠지는 즐거움
대왕은 본인만이 아니라 사랑하는 연인의 초상화까지 아펠레스에게 그려달라고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연인과 그의 초상을 그리던 화가 아펠레스 사이에 사랑이 싹트고 말았다. 대왕이 이를 알게 되었고, 여느 임금 같으면 연적 아펠레스는 혹독한 처벌을 받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알렉산더 대왕이 누구인가, 세계사적 거인으로 알려진 것만큼 대왕은 두 남녀의 연애를 허용하였다. 아득한 2550여 년 전에 알렉산더 대왕이 남긴 발언은 21세기 현대인에게도 가슴을 벽력같이 치는 놀라운 명언이었다.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안목은 왕보다 화가가 낫겠지. 두 사람의 사랑을 인정하노라."
▲ 박민영 <길> : 작품을 사진으로 찍은 것이므로 원작과 구도, 색상 등 여러모로 다르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
ⓒ 박민영 |
박민영 화가의 '길(100x70cm, 한지, 합지)'을 보는 순간에 나는 어린 시절 농촌마을에서 일상적으로 보았던 5일장이 생각났다. 교통 사정이 나빴던 시절이었으므로 싱싱한 상태의 바다 물고기를 먹어보는 일은 불가능했다. 5일장에는 소금으로 절여진 물고기들이 가건물이나 난전에 진열되어 있었고, 상인들은 그것을 지게에 짊어진 채 이 마을 저 마을 돌아다니면서 팔았다. '길'은 그 추억을 너무나 생생하게 되살려 주었다.
▲ 류성실 <아침햇살> : 작품을 사진으로 찍은 것이므로 원작과 구도, 색상 등 여러모로 다르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
ⓒ 류성실 |
▲ 박노환 <민족의 혼을 깨우다> : 작품을 사진으로 찍은 것이므로 원작과 구도, 색상 등 여러모로 다르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
ⓒ 박노환 |
박노환 화가의 '민족의 혼을 깨우다(80호, 혼합재료)'는 내가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학생이던 풋풋한 젊은 날을 기억나게 했다. 한글 자모가 화폭 곳곳에 조형화되어 있는 까닭에 이 그림은 저절로 한글과 한국문학을 공부하던 20대로 시간여행을 떠나게 만들었다. '민족의 혼을 깨우다'라는 화제가 어울리는 작품이었다.
▲ 김명조 <자작나무숲 2> : 작품을 사진으로 찍은 것이므로 원작과 구도, 색상 등 여러모로 다르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
ⓒ 김명조 |
소재지가 금강산이라는 절 이름은 충격이었다. 게다가 적멸보궁 오른쪽 담장 옆에 난 작은 샛길로 들어가보니 '→금강산 가는 길'이라는 작은 이정표까지 붙어 있었다. 이 화살표를 따라 가면 금강산에 닿는다는 말인가.
다시 가보지 못한 '금강산 건봉사'
그런데 그 길을 걸어볼 수는 없었다. 당시는 이미 어둑어둑해지는 무렵이었고, 낯선 길에서 무작정 시간을 보낼 여유도 없었다. 부랴부랴 돌아나오는 길에 사명대사 기념관을 외관만 보았는데, 사찰 경내를 벗어나니 자작나무 숲이 말 그대로 가슴을 찌르듯이 마음을 적셔 왔었다.
▲ 김길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77> : 작품을 사진으로 찍은 것이므로 원작과 구도, 색상 등 여러모로 다르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
ⓒ 김길 |
추억을 불러 일으키는 화폭의 세상
구나윤 화가의 '금강경 32'와 '사도신경', 김명자 화가의 '결실', 김정임 화가의 '환희', 류옥분 화가의 '무지개 꿈', 배상문 화가의 '청룡', 신경미 화가의 '봉황', 심영숙 화가와 정정림 화가의 동명 그림 'Untitle', 유은영 화가의 'Orange fragrancy', 임종보 화가의 '대파의 봄날' 또한 감상자로 하여금 많은 생각에 빠질 기회를 제공하는 작품들이었다.
전종배 화가의 '설중매', 조미연 화가의 '호기심', 조희정 화가의 'Nature', 최은영 화가의 '결', 추미경 화가의 '나르시소', 홍원기 대구교대 명예교수의 '장미와 잠자리', 김동철 대구교대 미술교육과 교수의 'Neant'도 감상자의 마음을 나른하게 적셔주는 좋은 그림들이었다.
▲ 구나윤 <금강경 32>(좌) <사도신경>(우) : 작품을 사진으로 찍은 것이므로 원작과 구도, 색상 등 여러모로 다르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
ⓒ 구나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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