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트렌드]돈 얘기① 노후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하나
최근 주가연계증권(ELS) 투자 상품에 목돈을 넣었다가 손실을 본 어르신들의 막막한 표정을 뉴스에서 봤다. 국내 판매 중인 예·적금과 비교하면 변동폭이 대단히 큰 고위험 투자상품이라 안정성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주 은퇴자들이 모인 네이버 카페에서 추천 글은 ‘60세 이상은 상가 구입하지 마세요’ 였다. 글을 올린 시니어는 안전자산이라고 생각하고, 목이 좋은 상가를 분양받아 월세로 노후 생활비에 대비하려 했다. 퇴직금과 대출까지 받아 상가를 구입했는데, 마음고생만 한다고. 온라인 소비가 늘고 인구는 줄어드니 공실기간이 늘어나거나 아예 상권이 죽어 애를 써봐도 돌파구가 안 보인다고 한다. 반면 종로2가 탑골공원 근처에는 복권방이 여럿 있고, 복권을 사러 줄을 선 어르신들을 보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퇴직 후 생활비는 여전한데 월급이 사라지게 되면 그 소득에 대한 공백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어떻게 노후 자금을 마련하고 굴려야 할까.
시니어가 활력있는 인생3막을 꾸리려면 돈, 건강, 관계 3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경제적인 여건과 건강 상태, 사회적 관계망이 어떠한지에 따라 생활과 소비, 즉 라이프스타일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장년들은 혼자 살아갈 때 177만원, 부부 기준 277만원이 매달 들어간다. 노후 생활비를 단순 계산하면, 퇴직 후 30년에 각각 6억3700만원, 9억9700만원이 필요하다. 기본 생활비는 여전하더라도 자연스레 기타 지출을 줄이게 되니 70세와 80세부터 30% 전후로 낮춰 조정하는 계산법도 있다. 이때 자녀 결혼, 배우자 간병 등 생활비 이외에 목돈이 드는 항목들에 대한 반영도 있어야 해서 필요한 노후 자금 계산법은 다 다를 수밖에 없다.
필자는 금융권에서 오래 일을 했던 경력 때문에 시니어 재테크 관련 질문을 자주 받는다. 정답은 없다고 말하며 책 한 권을 추천한다. 일본에서 노후 설계사로 유명한 요코테 쇼타가 쓴 ‘나이 드는 게 두렵지 않습니다’. 돈과 재산, 건강부터 상속과 요양까지 간략히 담긴 아주 얇은 책으로 한국에는 2021년에 번역본이 나왔다. 50세부터 100세 연령별 노후 체크리스트가 적혀 있다. 돈과 관련된 몇 가지 목차를 소개하면, ‘62세 은행만 무조건 믿었다가 재산이 반토막 나다’ ‘65세 아무 생각 없이 받은 연금, 결국은 손해를 보다’ ‘70세 평생 모은 전 재산이 10년도 못 가 사라지다’ ‘75세 의료비와 간병비까지, 인생 최대의 경제 손실이 닥치다’ ‘80세 알면서도 쉽게 당하는 보이스피싱과 부동산 사기’가 있다. 사람마다 투자와 소비 성향에 따라 편차가 무척 크기 때문에 특정 상품을 추천하기는 어렵지만, 아직 겪어보지 않은 생애주기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생각해볼 수 있다.
전체적인 노후 삶에 대한 맥락을 잡은 후 따져봐야 할 것이 퇴직금, 국민연금, 부동산 규모다. 자산 배분과 개인 상황을 고려해서 퇴직금으로 연금, 보험 등 어떤 상품에 가입하고, 언제까지 불입하고 수령할 것인지 진지하게 계산해봐야 한다. 상속 분쟁은 남 일이 아니라 500만~1000만원 단위에서도 자주 발생하므로 증여 및 절세 방안에 대해서도 가족끼리 대화해야 한다. 또 주택 다운사이징이나 주택연금을 통해 추가 자산을 마련할지도 봐야 한다. 몇 년 사이 급격한 집값 상승으로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만 55세 이상의 시니어가 공시가격 9억원 이하로 소유한 주택을 담보로 10~30년까지 연금(월지급금) 신청이 대폭 증가했다. 아님 짠테크를 통해 소비 패턴을 바꾸고 지출을 줄여나가는 것도 방법이다. 효과적인 재테크의 기본은 고정 지출 최소화다.
한편 시니어 재테크 소모임도 있다. 정기적으로 온라인에서 만나 경제 독서를 하고, 오프라인 모임으로 지역 임장 겸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퇴직 후 늘어난 여가시간을 통해 취미생활과 결합한 재테크도 있다. 식(植)테크(식물과 재테크의 합성어)는 다육식물이나 희귀식물을 키워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앱) 등에 판다. 구피 같은 열대어를 키워 분양하는 물테크(물고기와 재테크)도 있다. 보이차나 와인 재테크처럼 숙성을 통해 가격이 오르면 판매하기도 한다. 아트노믹스(예술과 경제의 결합으로 현물자산 재테크)에도 시니어가 강세다. 젊은이들이 기술을 통한 조각투자에 몰렸다면, 시니어들은 갤러리를 통해 미술품을 구입하고 위탁 렌털을 통해 임대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보다 적극적으로 창직 영역이나 재취업 전선에 뛰어들기도 한다. 지난 세월의 경험과 연륜을 담아 블로그나 유튜브를 시작해 1인 미디어가 되거나, 종래에 활동하던 종교 모임, 동창회, 동호회 등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재취업을 해서 지속적으로 일하기도 한다.
우리 삶에 ‘돈’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노후 준비, 시니어 재테크에서 ‘잃지 않는 것’, 즉 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단계별로 배우고 차분히 준비하자. 그리고 유동성(환금성)과 수익성이 따라야 한다. 금융전문가라고 말하는 이들은 있지만, 이 말조차 믿기 어렵다. 금융 안에는 은행, 보험, 증권, 자산운용, 여신전문 등 수많은 갈래가 있기 때문에 이 전체를 아우르는 전문가가 있을 수 없다. 분야별 전문가들이 보조 역할로 일부 도움을 줄 뿐, 시니어가 스스로 배우고 알아야만 돈 관리가 가능하다. 누군가 전적으로 대신해주는, 공짜 점심은 없다.
이보람 써드에이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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