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분의 아이들세상] 불안 장애 수험생, 이렇게 극복한다

2024. 1. 17. 09:4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고등학교 3학년 남학생 O군은 입시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던 중 지난여름에 교실에서 답답하고, 어지러우면서 가슴이 두근거림을 호소하다 어느 날 쓰러졌다.

약물치료를 받으면서 이런 증상이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두려워서 학교는 물론이고 사람이 많은 곳에 갈 수가 없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깡통 괴물’(공포감) 극복하는 해법

고등학교 3학년 남학생 O군은 입시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던 중 지난여름에 교실에서 답답하고, 어지러우면서 가슴이 두근거림을 호소하다 어느 날 쓰러졌다. 약물치료를 받으면서 이런 증상이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두려워서 학교는 물론이고 사람이 많은 곳에 갈 수가 없다.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또다시 발작이 올까 두려웠다.

O군처럼 불안 발작 후 두려움에 유사한 장소를 모두 피하는 것은 매우 흔한 현상이다. 발작이 다시 오지 않더라도 이런 회피가 지속하면 삶이 무너진다. 공포는 대개 대상의 실체보다는 자신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진다. 막연한 두려움이 공포를 극대화한다. 마치 어두운 곳에서 깡통과 실로 이루어진 커다란 ‘깡통 괴물’(공포감)을 만나는 것과 같다. 밝은 곳에서 그것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깡통, 실, 철사, 풍선 등을 이어 붙여놓은 것인데 어두운 곳에서 만났을 때는 커다란 괴물처럼 보여 감히 마주치지도 못하고 줄행랑을 치기 마련이다. 두려움으로 대상을 마주하지 못하기 때문에 막연한 대상에 대한 공포감은 확대 재생산된다.

불안 발작도 마찬가지다. 느닷없이 발작을 겪게 되면 그 공포감이 매우 극심하기 때문에 그 증상을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고, 그 증상이 나타났던 곳과 조금이라도 유사한 환경에 처하면 다시 그런 증상이 나타날까 봐 회피하려 한다. 하지만 용기 내어 똑바로 공포감을 마주하고 잘 관찰하여 실체를 보면 깡통 괴물처럼 깡통과 풍선 등을 실로 이어 놓은 것에 불과한데도 도망하고 회피하면 거대한 괴물로 보여 삶을 송두리째 지배해 버린다.

깡통 괴물과 마주하는 기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비슷한 장소를 난이도 별로 방문하여 단계적으로 노출하는 방법도 있고, 심상적으로 노출하는 방법도 있다. 또 노출을 통해 불안감을 차츰 줄여주는 기법도 있다. 하지만 불안을 없애기보다는 부정적인 감정, 감각을 관찰, 수용하도록 돕는 방식도 있다. 후자는 증상에 대한 대처뿐 아니라 살아가면서 겪을 수 있는 고난과 시련에 대해서도 회피하지 않고 직면할 수 있도록 하면서 삶에 전반적인 태도 변화를 도모할 수 있다.

심상적 노출로 관찰, 수용하는 기법은 다음과 같다. 눈을 감게 하고 다음같이 말한다. “지금 지난 여름 학교에서 일어났던 것 모두 떠 올려 봅시다. 어디에 있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세요. 그때 교실에서 보였던 것, 들었던 것, 코끝에 냄새, 손에 발에 느껴지는 촉감, 뺨을 스쳤던 공사 기간도 떠올려 보세요.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자신을 느껴 보세요. 그날 학교에서 있었던 두려웠던 경험에 접촉해 보겠습니다. 당신 몸을 관찰하고 그것이 어떻게 되는지 보시기 바랍니다. 그 느낌에 머무르면서 몸의 느낌을 느끼고, 어떤 것이 느껴지면 알려 주세요“

그다음, O가 “가슴이 답답합니다”라고 하면 “지금 가슴에 있는 그 답답함과 싸우려는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지 보세요. 그 싸움은 어차피 이길 수 없는 거인과의 줄다리기와 같습니다. 그 느낌을 없애려고 애쓰기보다, 그저 하나의 신체에서 일어난 ‘현상’으로 관찰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 답답한 느낌이 어디에서 시작해서 어디서 끝이 나는지 정확하게 알아차려 보세요. 그 답답함을 가슴에 붙인 ‘반창고’라고 상상해 볼까요. 어떤 모양, 어떤 색깔인가요? 매끈한가요. 끈적이나요? 두께는 어떤가요?”라는 식으로 질문을 통해 답답한 느낌을 ‘물체로 만들어’(물화) 이름을 붙이고 거리감을 두고 객관화한다.

이어서 “다른 느낌이 몰려오면, 그 느낌에 조금 있다가 상대해 줄 거라고 하십시오. 답답한 느낌을 받아들일 수 있으면 반창고를 그냥 가슴에 붙여두고 (없애려 하지 말고) 이번에는 다른 감각에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도 조용히 관찰해보세요”

그리고 또 이렇게 말한다. "관찰하는 자신도 관찰하십시오. 어떤 반응을 보게 되면 알려 주시고 그것이 무엇인지 말해 주세요. 이렇게 몸이 변하는 것을 계속 관찰해 봅시다. 이번에는 일어나는 작은 변화나 흐름을 관찰합니다. 마치 파도처럼 어떤 느낌은 올라왔다가 사라지고, 다른 느낌이 다시 몰려왔다 사라지는 걸 지켜보세요. 그저 각각을 한 번씩 눈인사해 보세요. 무시하지 말고요. 불쾌한 신체 감각과 더 싸우거나 없애려 하지 말고 반갑게 인사해보세요”

감각에 대해 이렇게 받아들이고는 다음으로 감정, 생각, 기억 등등에 대해서도 떠오르는 대로 똑같이 해본다. 자세히 관찰한 후에는 그것에 이름을 붙이고(예를 들어 반창고) 압도되기보다는 그것과 함께 걸어간다. 공포스러웠던 깡통 괴물이 서서히 실체가 보이기 시작한다. 깡통과 실, 풍선들이 보이며 더 공포의 대상이 아니게 된다.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정신과 전문의)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