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대 소주' 다시 돌아왔는데…식당 소주 가격은 왜 그대로? [데일리안이 간다 8]

박상우 2024. 1. 17.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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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16일 서울 중구 무교동 음식점·술집 둘러보니…소주 가격 5000원~7000원에 판매 중
주류업체, 새해부터 편의점서 200~300원 인하…음식점들 "올해 최저임금·재료값 모두 올랐다"
시민들 "자영업자들 소줏값 오를 땐 신나서 1000원씩 올리더니 왜 조용?…금(金)주가 따로 없어"
자영업자들 "소줏값 인상에 인건비·관리비 모두 고려, 한순간에 못 내려…주변 가게들 눈치도 봐야"
16일 서울 중구 무교동의 한 편의점. 소주 가격이 모두 1000원대로 내려왔다.ⓒ데일리안 박상우 기자

2024년 새해부터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의 소주 가격이 일제히 인하됐지만, 서울 시내 음식점들은 여전히 기존가격을 고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몇 년간 연이어 발생한 소줏값 인상 때와는 다른 자영업자들의 움직임에 시민들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올해 최저임금과 재료값이 모두 올랐고 소줏값 인상에 인건비와 관리비 등이 모두 고려돼 있는 만큼 소주 출고가가 내렸다고 한순간에 판매가를 내리는 것은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16일 데일리안이 서울 중구 무교동 인근 음식점 10여곳을 둘러본 결과, 모두 지난해와 같은 가격에 소주를 판매하고 있었다. 올해부터 소줏값이 2~300원씩 인하됐지만, 음식점이나 주점 등에서 판매되는 소주 가격은 그대로인 것이다. 무교동 상권의 소줏값은 대부분 5000~6000원에 형성돼 있었고, 특히 일부 식당에서는 7000원에 팔기도 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말 국산 증류주와 수입산 주류 간 과세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국산 증류주 과세 방식에 기준판매비율을 도입했고, 이에 맞춰 국내 주류 업체들은 소주 출고가를 내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초부터 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국내 주요 편의점에서는 하이트진로 참이슬·진로이즈백·롯데칠성음료 처음처럼 등 소주 판매가를 200~300원씩 내렸다.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병 360mℓ 통상 판매가는 2100원에서 1900원으로 200원(9.5%) 낮아졌고, 진로이즈백 병 360mℓ도 2000원에서 1800원으로 200원(9%) 내렸다. 참이슬 페트병 640mℓ는 3600원에서 3300원으로 300원(8.3%) 인하했다.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 병 360㎖는 1950원에서 1900원으로 50원(2.6%) 인하했다.

16일 서울 중구 무교동의 한 식당. 소주를 5000원에 팔고 있다(왼쪽), 같은 동네 또 다른 식당에서는 소주를 6000원에 판매하고 있다.ⓒ데일리안 박상우 기자

이렇듯 소주 출고가는 낮아졌지만 음식점, 술집의 소줏값 인하로는 이어지지 않자 시민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직장인 안윤수(28·여)씨는 "원가가 오를 때 가격 인상한 게 당연한 것이면 원가가 내려갈 땐 가격도 인하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매년 소줏값 올랐다는 뉴스가 나오기 무섭게 술값을 올리더니 이번에는 왜 조용한지 모르겠다. 매번 소비자들이 별말 없이 사 먹으니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힐난했다.

손지훈(40대·남)씨도 "TV에서 소줏값 내린다고 해서 혹시나 기대했는데 역시나더라. 술값 100원, 200원만 올라도 신나서 1000원씩 올려 팔던 사람들이 왜 다들 침묵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내 주변 사람들도 요즘엔 최대한 집에서 먹으려고 하지 밖에선 잘 안 사먹는다. 소주가 아니라 금(金)주"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대부분 음식점은 소주 출고가가 오를때 마다 인건비, 식자재 가격 인상분을 등을 더해 소주값을 1000원씩 인상해 왔다. 지난 2019년도에도 주류업체가 소주 출고가를 올리자 음식점들은 소줏값을 3000~4000원에서 4000~500원으로 인상했다. 2022년도에도 하이트진로가 참이슬의 공장출고가를 1081.2원에서 1166.6원으로 85.4원(7.9%) 올렸을 때도 음식점들은 또 한번 소줏값을 올렸다.

16일 서울 중구 무교동의 한 식당. 소주를 7000원에 판매하고 있다.ⓒ데일리안 박상우 기자

이에 대해 자영업자들은 주류 가격이 인건비, 가스비 등 식당 운영에 필요한 이윤으로 직결돼 쉽사리 소줏값을 내리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많은 자영업자들이 음식값을 올리는 대신 주류 가격을 올리는 식으로 물가 인상에 대응하고 있다.

한식당을 운영 중인 김모씨는 "고객들이 불만을 갖는 것도 이해되지만 우리도 우리만의 사정이 있다. 올해 들어 최저임금도 올랐고 재료값도 전부 올랐다"며 "매장에서 소줏값 인상을 결정할 땐 인건비, 관리비 등을 모두 고려한다. 소주 출고가가 내려갔다고 한순간에 판매가를 내리는 건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자영업자 유모씨도 "당장 소줏값을 내릴 생각은 없다. 메뉴판을 새로 만드는 것도 모두 비용이 드는 작업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며 "게다가 주변 가게들의 눈치도 봐야 한다. 상권마다 평균적인 소줏값이 형성돼 있어 나 혼자 싸게 받으면 그것도 그것대로 문제가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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