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결혼했던 곳서 부모 장례 치렀다"…예식장 276곳 폐업 [저출산이 뒤바꾼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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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쓰던 블록, 이제는 할머니 장난감
“원생이 사라진 유치원을 노인시설로 바꿨는데 이제는 어르신 별세 소식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미어집니다.”
광주광역시 서구 금호동 미소실버요양원·주간보호센터 이민숙(59·여) 원장이 지난 3일 한 말이다. 그는 40여년을 운영하던 유치원을 2022년 폐원하고 요양원을 개원했다. 이 원장은 “2010년대부터 전국적으로 출산율이 급감한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쳐 유치원 문을 닫아야 했다”라고 말했다.
‘노인 놀이터’로 불리는 주간보호센터에선 이날 80~90대 노인 7명이 블록으로 꽃 모양을 만들고 있었다. 센터 한쪽에선 요양보호사와 함께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는 노인도 보였다. 이들이 손에 든 블록과 크레파스는 이 원장이 유치원을 운영하던 때 사용한 물품이다.
이 원장이 운영하던 ‘아이미소유치원’은 제법 규모가 큰 시설이었다. 2010년대만 해도 원생은 150~160명을 유지했다. 하지만 2018년부터는 매년 한 학급(25명) 이상 줄었다. 이 원장은 “원생이 급감하면서 교사 12명, 운전기사 2명 등 17명이던 직원을 6명까지 줄여야 했다"라고 했다. 이 원장은 고심 끝에 유치원을 요양원으로 바꿨다.
출산율 감소, 유치원에 직격탄
예식장→장례식장 재개장도 속출
부산 지역 최대 장례식장인 ㈜시민장례식장 본점도 한때는 예식장이었다. 부산진구 범천동에 있는 지상 7층·지하 4층 건물은 2003년 9월부터 ‘하모니웨딩타운’으로 운영됐다. 하지만 당시 사업자가 경영상 이유로 예식장 문을 닫자, 다른 사업자가 인수해 2013년 12월 장례식장으로 바꿨다. 문성훈(36) 시민장례식장 대표는 “4~5년 전 월 100명 정도(본점 기준)였던 장례 수요가 이젠 2배로 늘었다”며 “베이비부머 세대 연령도 높아져, 장례 수요는 더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했다.
충남 천안 국빈장례식장도 과거 예식장이던 건물과 부지를 장례식장으로 재개장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국내 예식장은 2018년 1월 1030곳에서 지난해 1월 754곳으로 5년 새 26.8%(276곳) 줄었다.
비혼부터 유치원 폐업까지 ‘악순환’
신혼부부는 관련 통계가 처음 작성된 2015년 147만1647쌍에서 2016년 143만6948쌍, 2017년 137만9766쌍, 2018년 132만2406쌍, 2019년 126만117쌍, 2020년 118만3750쌍 등으로 매년 5만~8만명씩 줄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대한민국 주민등록 인구는 5132만5329명으로 전년 말보다 0.2%(11만3709명) 감소했다. 지난해 사망자가 35만3920명으로 출생자 23만5039명보다 33.6%(11만8881명) 많이 나오면서 4년 연속 인구가 줄었다.
최슬기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출생아가 줄면서 어린이집·유치원·소아과 등이 급감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열악한 육아환경 때문에 아이를 더 낳지 않게 되는 악순환이 심화될 것”이라며 “최근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대상과 지원금을 확대한 것처럼 탄력적인 출산지원책이 계속해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최경호·문희철·박진호·김정석·황희규·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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