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길은 AI로 통한다…‘AIoT 시대’ 도래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kmkim@mk.co.kr) 2024. 1. 15.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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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4’ 트렌드

지난 1월 9~12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가전 전시회 ‘CES 2024’의 주인공은 단연 인공지능(AI)이었다. 글로벌 기업들은 실생활과 접목돼 삶의 질을 높이는 AI 신기술을 대거 선보이면서 IT 기기가 AI와 결합되는 사물인공지능, 즉 ‘AIoT(AI of Things)’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는 것을 보여줬다. 전기 수직 이착륙 항공기, 플라잉카 등 다양한 모빌리티 기술뿐 아니라 세계 최초 타이틀을 앞세운 신개념 가전도 잇따라 등장해 관람객 시선을 끌었다.

LG전자 모델이 고도화된 로봇, AI 기술이 적용된 반려 가전 ‘스마트홈 AI 에이전트’를 체험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1] 일상생활로 훅 들어온 AI 기술

AI 유모차, 스마트홈 AI 에이전트 눈길

이번 CES에서는 일상생활을 편리하게 바꿔주는 다양한 AI 기술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올해 CES 혁신상을 받은 캐나다 기업 ‘글룩스킨드’는 AI가 장착된 유모차를 선보였다. AI가 양육자 얼굴을 인식해 양육자가 아닌 사람은 유모차를 작동시킬 수 없다. AI가 바퀴가 닿는 노면의 각도를 감지해 오르막길에서는 저절로 올라간다. 내리막길에서는 유모차 손잡이에서 손을 떼자 부드럽게 멈춘다. 핀란드 기업 ‘더블포인트’는 AI가 사람의 손가락 움직임을 인식해 가전제품을 작동시키는 기술을 뽐냈다. 엄지와 검지 손가락 끝을 맞붙이면 전등이 꺼지고 태블릿 화면이 작동한다.

AI가 단순히 기술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생활에 녹아들어 삶의 질을 높이는 제품도 대거 등장했다. 삼성전자는 AI 집사 로봇 ‘볼리’를 공개했다. 세계 최초로 원거리, 근접 투사가 모두 가능한 듀얼렌즈 기술 기반 프로젝터를 탑재해 일정 등 원하는 내용을 벽, 천장, 바닥 어디든 띄워놓고 볼 수 있다. 시야 밖 반려동물을 모니터링해 이상 상황이 생기면 주인에게 알려주고 필요한 조치를 돕는다.

LG전자는 AI 중심 스마트홈을 전면에 내세웠다. AI 가사 생활 도우미 ‘스마트홈 AI 에이전트’는 두 바퀴로 집 안 곳곳을 돌면서 온도, 습도 등 실시간 환경 정보를 수집한 뒤 가전을 제어해 최적의 상태로 만든다.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과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되는 덕분이다.

일본 기업의 생활 밀착형 아이디어 기술도 돋보였다. 윌텍스는 가방 형태 휴대용 전자레인지 ‘윌쿡’을 내놨다. 무게 300g의 얇은 가방 형태로 식품을 내부에 넣으면 최대 섭씨 130도 열을 가해 식품을 조리하는 일명 ‘가방형 전자레인지’다.

새로운 바이오 기술을 선보인 스타트업도 등장했다. 프랑스 스타트업 ‘이크리피아’는 AI로 당뇨 환자의 피부 표면을 분석하고 혈당 수치를 측정하는 기술 ‘네오글리’를 선보였다. 지금까지는 바늘로 피부를 찌르지 않으면 측정할 수 없었던 혈당 수치를 고통 없이 측정할 수 있도록 했다.

반지처럼 손가락에 끼는 웨어러블 건강관리 기기도 나왔다. 미국 모바노헬스가 개발한 ‘에비 링’은 수면 심장 박동 수, 산소 포화도, 여성의 월경 주기를 포함한 건강 지표를 측정해준다. 에비 링은 반지 안에 내장된 초소형 칩을 통해 구현되는 혈압 모니터링 장치다. 네덜란드 헬스케어 기업 ‘나키로직스’는 한쪽 귀에 꽂는 인이어 디바이스 ‘이어버드’를 선보였다. 고개를 돌리거나 눈 깜빡임, 표정만으로 컴퓨터와 휠체어, 증강현실(AR) 기기 등 다양한 스마트 장치를 제어할 수 있다.

[2] 모빌리티 新기술

전기 수직 이착륙 항공기, 평행 주차 기술 두각

이번 CES에서는 다양한 모빌리티 기술도 등장했다. 현대차그룹은 지상뿐 아니라 하늘길을 새로 연다. 현대차그룹의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법인 슈퍼널은 차세대 AAM 기체 S-A2 실물 모형을 첫 공개했다. 전기 수직 이착륙 항공기(eVTOL·electric Vertical Take-off and Landing) 모델로 2020년 CES에서 현대차그룹이 첫 비전 콘셉트 S-A1을 제시한 지 4년 만에 새로 공개된 모델이다.

S-A2는 길이 10m, 폭 15m로 조종사 포함 5명이 탑승할 수 있다. 기체는 총 8개 날개를 회전시키는 로터(Rotor)가 장착된 주 날개와 슈퍼널 로고를 본뜬 V자 꼬리 날개로 이뤄졌다. 이 로터가 상황에 따라 상하 90도로 꺾이는데, 수직으로 날아오를 때는 로터가 아래로 향하고 수평으로 비행할 때는 다시 펴지는 형태다.

S-A2는 전기 배터리로만 운항한다. 최대 400~ 500m 고도에서 최대 시속 200㎞ 순항 속도로 60㎞ 이상 거리를 비행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내부는 경량화된 탄소섬유 소재로 실내를 꾸몄고, 조종석과 4인 승객석을 분리해 조종사가 안전한 비행에 집중하면서도 수하물을 적재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중국판 테슬라’로 불리는 중국 전기차 업체 샤오펑의 항공부문 자회사 ‘에어로HT’는 ‘플라잉카’를 공개했다. 평소에는 차량으로 운전하다 프로펠러를 펼치면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비행체로 변신한다.

중국 하오와이는 AI를 적용한 전기 오토바이를 공개했다. AI 기술과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적용해 승차, 주차, 기울임, 전면 위험 경고 등을 보조하고 원격 제어도 가능하다. 완전 방전 후 80%까지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분이다. 최대 주행 거리는 400㎞에 달한다.

주차를 편리하게 해주는 신기술도 돋보였다.

현대모비스가 선보인 ‘모비온’ 차량은 제자리에 선채로 옆으로 움직이는 이른바 ‘게걸음’ 주차가 가능하다. ‘크랩 드라이빙’ 기능을 작동하면 옆으로 미끄러져 이동할 수 있다. ‘제로턴’ 기능을 활용하면 마치 팽이처럼 제자리에서 360도 회전을 수 바퀴 돈다. 이후 대각선으로 주행해 주차하면 된다. 네 개의 바퀴 모두에 모터가 달려 있고 이를 하나하나 전자식으로 제어할 수 있는 덕분이다.

AI와 무인화 기술을 장착한 중장비도 눈길을 끈다. 두산밥캣은 무인·전기 굴절식 트랙터 ‘AT450X’를 공개했다. 굴절식 트랙터는 앞바퀴와 뒷바퀴가 따로 움직여 험난한 지형에서도 자유롭게 가동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모바일 앱으로 작업 범위를 설정하면 풀 깎기, 풀 뽑기, 농약 살포, 물건 운반 등을 수행할 수 있다. HD현대는 22t급 무인 굴착기 모형을 전면에 배치했다. 광각 레이더 센서와 스마트 어라운드뷰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주변 장애물을 인식하고 스스로 작업할 수 있는 장비다.

[3] ‘인간 안보 기술’ 돋보여

장애인도 기술 사용 불편함 없게

이번 CES에서는 무엇보다 다양한 ‘친인류적’ 기술이 시선을 끌었다. 인류 발전에 기여하는 선한 기술, 즉 ‘인간 안보(Human Security)’가 글로벌 기술 트렌드의 핵심으로 떠오른 덕분이다.

프랑스 스타트업 ‘이브스’는 청각 장애인이 인터넷에서 자막 없는 동영상을 즐길 수 있는 해법을 내놨다. 음성을 인식해 AI 아바타가 수어로 바꿔서 소통하는 기술이다. 이 AI 아바타는 인간 수화 통역사처럼 풍부한 표정을 짓고, 능숙한 손짓으로 정확하게 의미를 전달한다.

프랑스 기업 ‘에실로룩소티카’가 선보인 스마트 안경 ‘뉘앙스’는 난청인의 청력 한계 극복을 도와준다. 시끄러운 식당에서 이 안경을 쓰면 순식간에 주변 소음이 줄어들고, 내 앞사람 목소리만 또렷하게 들린다. AI가 말을 거는 사람 목소리를 재빨리 잡아내 안경다리 끝에 탑재된 스피커로 증폭해 들려주기 때문이다. 보청기 대체 상품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루마니아 스타트업 ‘닷루멘’은 시각 장애인이 안내견이나 지팡이 없이 대로를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글래시스 헤드셋’을 선보였다. 자동차의 자율주행 기술을 시각 장애인을 위한 스마트 기기에 도입한 것. 카메라 센서가 주변 사물을 파악, 장애물이 없는 안전한 방향으로 이용자의 머리를 미세하게 잡아당긴다. 안내견이 시각 장애인 손을 끌어 길을 안내하듯, 안전한 방향을 시각이 아닌 촉각으로 전환해 알려준다.

기계가 인간의 신체 결함을 보완해주거나 신체 능력을 강화시키는 ‘강화 인간’ 기술도 돋보였다. 한국 스타트업 ‘만드로’의 로봇 손가락 의수 ‘마크7D’는 남아 있는 손가락 신경의 작은 신호를 AI가 읽어내 진짜 손가락처럼 움직인다. 무게는 200g에 불과해 하루 종일 착용해도 부담이 적다. 손가락이 움직이는 속도와 쥐는 힘의 세기 등을 세세하게 설정할 수도 있다.

독일 자동차 부품 업체 보쉬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총기 감지 AI 시스템’도 화제였다. 총기를 소지한 괴한이 학교 입구에 들어오면 AI 총기 감지 보안 카메라 두 대가 빠르게 총기 모양을 감지해 학교 안전 담당자에게 긴급 경고를 보낸다. 또 오디오 AI는 괴한의 총소리를 비롯한 각종 소리로 동선을 실시간 추적해 경찰에 알리고 안내 방송을 내보낸다. 학생들의 원활한 대피와 괴한의 도주를 막는 출입문 개폐 시스템도 AI가 작동한다. 이 시스템은 CES 2024 ‘모두를 위한 인간 안보(Human Security For All·HS4A)’ 부문 최고 기술로 꼽혔다.

[4] 세계 최초 타이틀 앞세운 가전

투명 OLED, 115인치 초대형 TV 눈길

이번 CES에서는 기존 가전 개념을 넘어선 신개념 가전도 잇따라 등장했다. LG전자는 세계 최초 무선 투명 OLED(유기발광) TV ‘LG 시그니처 올레드T’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OLED TV의 뛰어난 화질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디자인에서 혁신을 이뤄냈다. TV를 껐을 때 검은 화면이 아니라 완벽하게 투명한 유리처럼 보여 스크린 너머를 볼 수 있다. “개방감은 물론 주변 인테리어와의 조화도 고려한 제품”이라는 것이 LG전자 측 설명이다.

LG 시그니처 올레드T는 ‘투명 모드’ ‘블랙 스크린 모드’ 등 두 가지 화면 모드를 통해 맞춤형 시청 경험을 제공한다. 일례로 물고기가 헤엄치는 미디어아트를 투명 모드로 감상하면 방 안에서 물고기가 실제로 헤엄치는 듯한 입체감을 느낄 수 있다. 영화와 게임 등 몰입감을 높이고 싶은 경우 블랙 스크린 모드를 켜면 된다. 전원을 제외한 연결선을 모두 제거한 것도 눈길을 끈다. 보통 TV는 셋톱박스와 유선으로 연결하지만 무선 연결로 셋톱박스 선을 없앴다. 덕분에 주변 공간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

중국 가전 업체 하이센스는 자체 설계한 TV용 AI 반도체를 탑재한 110인치 초대형 TV 신제품을 공개했다. AI 반도체를 탑재해 장면에 따라 자동으로 화면의 명암과 대비가 조절된다. 중국 가전 제조 업체 TCL은 세계에서 가장 큰 115인치 ‘퀀텀닷 미니 LED TV’ 신제품을 내놨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인앤아웃 플립’이라는 신기술을 선보였다. 기존 삼성전자의 갤럭시 폴드, 플립 등이 디스플레이를 안쪽으로 반 접을 수 있는 ‘인폴딩’ 기술이었다면 ‘인앤아웃 플립’은 바깥쪽으로도 디스플레이를 접을 수 있다. 180도로만 접혔던 것이 이제는 360도로 접힌다는 의미다. 이 디스플레이가 스마트폰에 적용되면, 기존 제품보다 디스플레이를 통해 더 많은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활용성도 다양해진다.

[5] ‘적과의 동침도 불사’ 합종연횡 봇물

빅테크 생태계 확장 경쟁 치열

이번 CES에서 눈에 띄는 것은 글로벌 업체 간 ‘합종연횡’이다. 세계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생존을 위해 테크 업체와 제조 업체는 물론 제조사끼리 협력하는 사례도 급증했다.

소니와 혼다의 전기차 합작회사인 소니혼다모빌리티는 개발 중인 전기차 ‘아필라’ 신제품을 선보였다. 이르면 2025년 본격적으로 양산될 전망이다. 소니혼다모빌리티는 MS와 손잡고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에 들어가는 AI를 공동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퀄컴으로부터 ADAS 가동을 위한 ‘통합칩셋(SoC)’을 납품받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소니, 혼다, MS, 퀄컴 등 쟁쟁한 글로벌 기업이 뭉친 만큼 ‘전기차 드림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차량용 자율주행, IoT 기술을 소개한 아마존은 국내 HL만도와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기술 개발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또한 아마존은 BMW 차량에 생성형 AI ‘알렉사’를 적용하기로 했다. 두 회사는 AR 스마트 글라스도 선보였다. 운전자는 스마트 글라스를 통해 내비게이션, 목적지 정보,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3호 (2024.01.17~2024.01.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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