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 새는 요실금, 남성·어린이도 발생"

신소영 기자 2024. 1. 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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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요실금 명의' 세브란스병원 비뇨의학과 김장환 교수

요실금은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소변을 보게 되는 것으로,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질환이다. 하지만 의외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흔히 요실금은 중년 여성의 질환으로 여기지만 사실 남녀노소에게 발생할 수 있다. 또 요실금은 생명과 직결되는 병은 아니라 대부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하지만 소변이 샌다는 것은 그 자체로 심리적인 위축을 불러 사람을 우울하게 하고, 일상 활동도 방해해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실제로 큰 고통 속에 사는 요실금 환자가 많다. 요실금 명의 세브란스병원 김장환 교수에게 요실금의 모든 것에 대해 물었다.

세브란스병원 비뇨의학과 김장환 교수./사진=세브란스병원 제공
-요실금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소변을 보는 건 사실 아주 기본적인 행위다. 이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게 된다면 인간의 존엄성과 자존심을 흔들 수 있어 심각한 문제가 된다. 활동에도 제약이 클 수밖에 없다. 패드·기저귀 등을 매일 착용하면 습기가 차 피부질환을 유발하고, 냄새도 나고, 액티비티 등도 하기 힘들어진다. 특히 근력이 감소하는 고령층의 경우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요실금이 있으면 기저귀를 차더라도 무거워져 덜 움직이게 되면서 건강까지 악화할 수 있다.

-요실금은 종류가 다양한데, 가장 흔한 것은?
요실금의 종류는 총 6가지가 있는데, 그중 ‘절박성 요실금’과 ‘복압성 요실금’ 환자가 가장 많다. 절박성 요실금은 갑자기 소변이 마려운 느낌이 드는데 화장실에 가는 도중이나 미처 속옷을 내리기도 전에 참지 못하고 새는 것이다. 즉, 소변 신호는 오지만 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복압성 요실금은 기침을 하거나 역기를 드는 등 배에 힘이 들어가며 복압이 올라갈 때 소변이 새는 것이다. 이 두 가지가 같이 있는 ‘혼합성 요실금’ 또한 흔하다.

-이 외에 다른 요실금 종류는 어떤 것들이 있나?
방광에 소변이 가득 차서 넘쳐 흘러나오는 ‘범람성 요실금’이 있다. 방광의 수축력이 감소하거나, 방광 출구가 막혀 있을 때 나타난다. 흔히 남성에서 전립선비대증이나 요도협착이 있으면 소변이 나오는 길이 서서히 좁아져 옆으로 흘러나올 수 있다. 방사선 치료를 받은 사람도 방광 자체가 굳어버려 범람성 요실금이 나타날 수 있다.

‘기능성 요실금’은 신체적·정신적 장애가 있는 환자에게 나타나는 요실금이다. 치매 등으로 인지 기능이 떨어져 소변을 조절하지 못하는 경우, 혹은 소변 신호는 인지하지만 거동이 불편해 화장실을 제때 못 가 새는 경우가 포함된다. 기능성 요실금 환자는 고령화가 심해지며 많아지고 있다.

‘요도 외 요실금’도 있다. 오줌은 요도로 나오는 게 정상인데, 요관이나 방광에 구조적인 이상이 있어 요도 바깥으로 내내 흘러나오는 것이다. 선천적인 경우도 있지만, 수술 후 합병증 혹은 방사선 치료 후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출산 후 흔한 합병증 중 하나는 방광이 뚫리는 건데, 그럼 그 아래 있는 질을 통해 생리하듯 소변이 계속 나올 수 있다. 또 자궁경부암, 직장암 등 방사선 치료를 하면 살이 괴사해 저절로 녹아버리기 때문에 치료 후 멀쩡히 살다가도 10~20년 후에 요도 외 요실금이 나타날 수 있다.

-요실금은 왜 여성에게 흔한가?
요실금은 남녀노소에게 나타나지만, 특히 여성에게 복압성 요실금이 많이 발병한다. 이는 요도와 방광을 지지하는 골반 근육이 약해져 생긴다. 임신이나 출산, 노화, 갱년기 호르몬 변화 등이 골반저근육과 요도괄약근을 느슨하게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이가 들면서 요실금 발생 빈도도 더 높아진다.

-요실금 종류에 따라 치료도 달라진다고?
그렇다. 예를 들어 복압성 요실금과 요도 외 요실금의 치료 방법은 완전히 다르다. 원인을 잘못 파악해 치료하면 소용이 없다. 모든 요실금은 소변이 샌다는 증상 자체는 같지만, 그 종류가 크게 6가지로 나뉘며 여기엔 또 각자의 작은 원인이 있다. 따라서 제대로 원인을 파악해 그에 맞는 치료를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남성요실금도 노년에 흔하다는데, 원인은?
남성 요실금 대부분은 절박성 요실금이다. 나이가 들며 방광이 예민해지면서 생긴다. 혹은 전립선비대증으로 인한 요도 폐색 때문에 2차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이외에 노화로 인해 여러 척추질환, 뇌질환, 당뇨 등이 발생하면서 결국 방광을 조절하는 신경에 장애가 생겨 절박성 요실금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 한편, 남성에서 생기는 복압성 요실금은 대부분 전립선암 등 수술 후에 생긴다. 이는 정상적인 현상으로 보통 1년 이내에 저절로 회복되는데, 1년 이상 지났다면 전문가와 상의해 치료하는 게 좋다.

-소아에게도 요실금이 나타난다고?
소아 요실금도 6가지 종류의 요실금이 다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선천성 기형이 원인이다. 소아의 선천성 기형에는 의외로 비뇨생식기 기형이 제일 흔하다. 장기가 길고 복잡한 만큼 다양한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질환 또한 다양하다. 소아 요실금도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 치료하면 좋아질 수 있다. 간혹 너무 어리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수술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하지만 계속 새로운 기술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포기하지 말고 전문의와 상의해보는 것을 권장한다.

세브란스병원 비뇨의학과 김장환 교수./사진=세브란스병원 제공
-요실금 진단은 어떻게 이뤄지나?
병력 청취가 굉장히 중요하다. 환자의 증상을 들으면서 90%를 진단한다고 보면 된다. 이때는 오감을 다 쓴다. 환자가 들어올 때 걸음걸이부터 말할 때 표정과 말투를 관찰하고, 냄새도 맡는다. 이를 통해 6가지 요실금 종류 중 어떤 것인지 추려 나간다. 이후 미진한 것들에 대해서는 여러 의학적인 전문 검사를 통해 정확히 진단한다.

이 과정에서 또 다른 질환을 발견하는 경우도 있다. 파킨슨병이 대표적이다. 파킨슨병 환자들은 방광 조절 능력이 떨어져 절박성 요실금이 흔히 나타난다. 요실금으로만 생각해 내원했다가 종종걸음과 말투 등의 특징을 캐치해 파킨슨병을 발견한 사례가 많다. 또한, 50대 전후 남성 중 소변이 잘 안 나오거나 새는 증상으로 비뇨기과를 가면 전립선비대증으로 오인을 많이 한다. 하지만 신경 뇌질환이 원인인 경우도 있다.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치료하는 게 중요한 이유다.

-요실금이 성생활에도 영향을 끼치나?
요실금 환자 남녀 모두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아무래도 심리적인 영향이 크다. 소변이 새는 것은 사람의 기본 존엄성, 품위와도 관련이 있어 이를 보여주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또 성생활을 하는 데 소변이 새면 성욕도 떨어질 수 있다. 남성 환자의 경우 발기가 되든 안 되든 소변이 새면 성관계를 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전립선암 등 수술 후 복압성 요실금이 생긴 경우는 발기도 어려워진다. 따라서 우선 요실금을 치료하고, 그다음 발기력을 치료한다.

-소변이 새는 증상이 있으면 무조건 치료를 받아야 하나? 
요실금이 단순 증상으로만 나타난다면 사실 본인이 결정하면 된다. 몸에 이상을 초래하지 않고 치료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면 안 할 수도 있고, 불편함이 크다면 치료하면 되는 것이다. 다만, 복압성요실금의 경우 수술이 비교적 간단하고 성공률도 굉장히 높지만 무서워서 치료를 안 하는 경우가 많다. 나중에 불편함을 넘어 운동도 안 하게 되고, 결국 생활까지 지장을 줄 수 있어 치료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한편, 요실금이 몸에 이상을 초래하거나, 어떤 병에 의해서 2차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꼭 치료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전립선비대증으로 인한 범람성 요실금이 있으면, 결국 콩팥까지 부어 손상이 생길 수 있다. 그럼 나중에 투석을 받아야 할 수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요실금 비수술적 치료 방법은?
치료 방법도 다양하다. 예민한 방광을 완화하는 약물치료, 행동을 훈련하는 행동 치료 등을 시행한다. 행동 치료는 방광을 자극할 수 있는 과도한 수분 섭취를 줄이고, 소변을 장시간 참지 않도록 하는 것 등이 있다. 케겔 운동 등 골반저근육 강화 운동도 꾸준히 해주면 좋다. 괄약근을 튼튼하게 만드는 운동으로, 요도괄약근 등에 힘을 줬다가 푸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이다.

-요실금 수술 치료는 어떻게 하나? 완치도 가능한가? 
절박성 요실금에 약물치료 효과가 없다면 방광 안에 보톡스를 주사해 치료할 수 있다. 방광을 약간 마비시켜 예민한 방광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천수신경 조정술도 효과적이다. 전기자극 기기를 몸 안에 이식해 배뇨기능을 담당하는 천수신경에 자극을 주는 거다. 그럼 소변을 참지 못하는 증상을 개선해준다. 복압성 요실금 환자의 경우는 괄약근이 약해진 상태이기 때문에 수술을 해야 한다. 요도 밑에 인공테이프를 걸어 요도 기능을 강화시키는 슬링 수술이 대표적이다. 자가근막을 떼어 이식 수술을 하기도 한다.

요실금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경우를 제외하곤 완치도 가능하다. 완치 후에 따로 관리가 필요 없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좋다.

-남성은 인공요도괄약근 삽입술도 한다는데?
전립선암 수술 후 복압성요실금이 생긴 남성 환자라면 ‘인공요도괄약근 삽입술’이 좋은 탈출구가 될 수 있다. 약해진 요도괄약근 대신 인공괄약근이 요도를 조여 소변이 새지 않게 하는 것이다. 수술 성공률도 높고, 만족도도 높아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요실금 예방법이 따로 있나? 
커피나 차, 술, 단 음식 등 방광을 자극할 수 있는 음식 섭취를 자제하는 게 좋다. 하지만 끊는 게 쉽지 않다면, 본인이 커피를 마실 때 발생하는 증상을 충분히 인지하고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조절하면서 마시기를 권한다. 평소 골반근육운동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요실금을 유발할 수 있는 전립선비대증 등 원인 질환이 있는 경우는 미리 치료하는 것도 예방법이다.

-요실금을 악화시키는 요인은?
특히 요즘 같은 겨울철에 절박성 요실금이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날씨가 추워지면 방광의 자극이 심해지고, 땀으로 빠져나가는 수분량이 줄기 때문일 수 있다.

-요실금 환자들에게 한 말씀
요실금은 생각보다 단순한 질환이 아니다. 하지만 좋은 치료 방법이 많기 때문에 전문의와 함께 원인을 잘 파악해 치료하면 완치할 수 있다. 특히 국내 요실금 진단·치료 방법은 우리나라가 거의 전 세계 탑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니 요실금으로 인해 혼자 괴로워하지 말고, 빠르게 치료해 더욱 윤택한 삶을 살기를 바란다.

세브란스병원 비뇨의학과 김장환 교수./사진=세브란스병원 제공
김장환 교수는…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세브란스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주요 진료과목은 전립선비대, 신경인성방광, 요실금, 간질성방광, 요로결석, 골반탈출증 특수클리닉 등이다. 실제로 만나본 김장환 교수는 환자들의 아픔에 귀 기울이며 진심으로 공감하는 의사였다. 회복된 환자들을 볼 때가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학술 활동도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 회장, 대한척수학회 부회장, 대한비뇨초음파학회 부회장도 역임하고 있다. 또한 요실금 치료, 인공요도괄약근, 전립선비대증 등과 관련한 수많은 연구로 65여 편의 논문을 작성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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