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설보다 2배 비싸진 사과…‘과일 선물세트’에 사과·배 줄었다

문수정 2024. 1. 15.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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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배 선물세트 가격, 작년 설보다 1.7~2배 상승
샤인머스캣·망고 등 추가해 단가 조정
과일선물세트 구성 다양화로 물가 부담↓
14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과일 선물세트가 진열돼 있는 모습. 연합뉴스

제철 과일의 가격 급등이 명절 선물세트 지형도 바꾸고 있다. 사과·배로만 구성된 상품 가격은 지난 설보다 50~60%가량 뛰었다. ‘프리미엄’ 상품에 들어가던 샤인머스캣과 망고 등이 ‘가격 안정’ 용도로 쓰이는 상황에 이르렀다.

1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설 선물세트에 주로 쓰이는 사과(후지)와 배(신고) 도매가격이 1년 전보다 1.7~2배 이상 급등했다. 사과(후지·10㎏) 도매가격은 지난 12일 기준 8만9000원으로 1년 전(4만3028원)보다 106.8% 올랐다. 배(신고·15㎏) 한 상자 평균 도매가격은 7만6500원이었다. 1년 전(4만4520원)보다 71.8% 상승했다.

사과와 배 모두 가격이 70~100% 이상 올랐는데 품질은 예년만 못하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이 급등한 것도 부담인데 당도나 모양 등 품질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보장하는 상품 물량은 더 적은 셈”이라고 말했다.

사과와 배의 가격이 급등한 데는 이상기후 영향이 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봄에는 냉해와 우박의 피해를 입었고, 여름에는 장마, 태풍, 폭염에 병충해까지 돌았다. 지난해 사과 생산량은 2022년보다 25% 줄었다. 배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해 가을 배 생산량은 기상 악화로 전년 대비 19% 감소했다.

생산량이 줄면 품질 좋은 상품의 수도 줄어들기 마련이다. 특히 작년에는 생육기 기상 악화로 작황이 부진했고, 수확을 앞두고 일조량 부족으로 착색이 잘 되지 않았다. 수확 시기에는 태풍으로 우박 피해까지 더해졌다. 낙과가 발생했고 외관에도 흠집이 나는 사례가 늘었다. 품질저하가 생산량 감소뿐 아니라 출하량 감소에까지 영향을 주면서 가격을 끌어올렸다.

지난해 10월 이후 사과와 배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저장량 또한 전년 대비 31%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당분간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급등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명절 수요가 크게 증가하는 사과·배 가격이 높게 형성되면서 유통업계는 선물세트 구성에 어려움을 겪었다. 사과·배로만 구성된 상품은 공급가 급등에 따른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롯데마트의 사과 선물세트(4.2㎏) 가격은 지난 설 시즌 4만9900원에서 올해 7만9900원으로 60% 올랐다. 이마트의 사과 VIP 세트(3.6㎏)는 3만2060원에서 4만7880원으로 49.3% 가격이 상승했다.

가격 부담을 지난 명절보다 더 높이지 않는 대신 선물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대안으로 등장한 게 ‘구성 변경’이었다. 프리미엄 과일 세트에 들어가던 샤인머스캣, 망고, 멜론, 레드향, 천혜향 등의 상품을 포함한 선물세트를 대폭 늘렸다.

프리미엄 과일 대표주자인 샤인머스캣과 망고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가격에 공급되고 있다. 지난 12일 기준 샤인머스캣(2㎏)의 도매가격은 2만280원으로 1년 전(1만6740원)보다 21.1% 올랐지만, 평년(2만2270원) 대비 8.9% 내려갔다. 망고(수입산·5㎏)는 5만7180원으로 1년 전(5만7636)보다 0.8% 내렸다. 평년 가격(5만779원)보다는 12.6% 오른 수준이다.

㎏당 단가를 따져보면 망고(1만1436원), 샤인머스캣(1만140원), 사과(8900원), 배(5100원) 순서다. 망고와 샤인머스캣이 여전히 프리미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사과와 배 과일세트가 가격 대비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가격 변동이 크지 않은 샤인머스캣, 망고 등이 포함된 구성을 늘리는 상황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명절에 차례를 지내는 인구도 줄고 있고 1~2인 가구가 늘어나는 것도 선물세트 변화의 이유가 되지만 과일의 경우 ‘신선식품 물가 상승’도 핵심 원인”이라며 “올해도 제철 과일 가격이 쉽게 잡히지는 않을 거라는 전망이라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산지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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