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폐·뇌 수술, 원가 보전 안 돼…병원은 손해 줄이려 밤새 MRI 찍어”
“외과 수술 수가를 올렸는데도 원가의 85.1%입니다. 최소한 원가를 보전하는 게 급선무입니다.”
강중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은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수술의 문제점부터 꺼냈다. 종양외과·대장항문외과 학회장을 지낸 외과 전문의답게 수술을 비롯한 필수의료 대책을 술술 풀어냈다. 심평원은 의료 수가(의료행위의 가격) 전문기관이다. 이를 잘못 설계하면 의료가 왜곡된다. 수가체계는 5년마다 바꾸는데, 올해 새로운 5년이 시작됐다. 강 원장은 “중증도나 위험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출발했다”며 “그동안 수술 수가 보전 얘기가 수차례 나왔는데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그는 “의료사고 위험이 큰 의료 행위에는 소송이 많이 생긴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수술하러 들겠느냐”며 필수의료 붕괴의 원인을 진단했다.
Q : 어떤 수술이 문제인가.
A : “흉부외과(심장·폐), 신경외과(뇌), 외과(복부) 수술 등이다. 이비인후과의 설암 수술도 그렇다. 턱뼈를 잘라 14시간 수술한다. 췌장암은 5시간 걸린다. 그런데도 대장암 수술 수가는 약 250만원, 췌장암은 230만~250만원, 설암은 약 150만원에 불과하다. 위험이 큰 제왕절개 수술도 50만원 정도다.”
강 원장은 내과의 ERCP(내시경적 역행 담췌관 조영술)와 심장 관상동맥 스텐트 중재 시술, 소아청소년과 신생아 진료팀, 대기인력이 많은 분만팀 등도 의사 기피 분야로 지적했다.
Q : 그래서 뭘 하고 있나.
A : “팀을 만들어 어떻게 올릴지 기준을 잡고 있다. 원칙은 원가 보전이다. 약간의 이익이 나면 더 좋다. 심장·뇌 수술 1시간과 겨드랑이 땀샘 수술 1시간이 어떻게 같을 수 있느냐. ”
강 원장은 “수술·병실료는 낮아서 손해를 보고 혈액·영상검사가 남으니까 이걸로 수지를 맞춘다. CT·MRI를 반복 촬영한다”며 “검사 수가는 내리고 행위는 올릴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서울 대형병원의 행태를 지적한다. 강 원장은 “대형병원들이 밤새 MRI를 찍는다. 이런 게 문제 아니냐”고 비판했다.
강 원장은 “의료사고가 났을 때 큰 실수가 없으면 형사 책임을 면제하자”고 제안했다. 또 소아의 나이·몸무게를 따져 수가를 다르게 책정할 방침이다. 전공의가 없어서 주말에 전임의·조교수가 당직을 서는데, 이들을 지원하겠다고 한다. 그는 “건보 적용 항목 중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분야는 환자 부담률을 올리는 쪽으로 가야 한다”며 2, 3인 병실료를 예로 들었다.
Q : 고가 약 대책도 만든다는데.
A : “중증·희귀난치 환자에게 적기에 투여하는 게 정부 방침이다. 다만 19억·3억원짜리 약이 있는데, 건보 적용의 근거가 합당한지 등을 평가할 방침이다.”
강 원장은 “연 365일 넘게 병원에 가는 환자가 상당수다. ‘의료쇼핑’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원장은 “진료비를 삭감당한 의료기관이 연간 65만 건의 이의신청을 하는데, 이 중 10만 건은 논란에 휩싸인다. 이번에 기준을 정확하게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강 원장은 최근 조직 개편을 마무리했다. 7월 시행되는 소위 ‘그림자 아이’ 출생통보제·보호출산제에 맞춰 출생통보부를, 고가약 평가를 위해 약제성과평가부를 만들었다. 빅데이터 조직을 보강하고 국민 소통 조직을 늘렸다. 7월 강원·제주에 심평원 지역본부가 생긴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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