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애니메이션이 강조한 '동물권'... 재미와 의미까지 잡았다

이학후 2024. 1. 13.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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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인투 더 월드>

[이학후 기자]

 
▲ <인투 더 월드> 영화 포스터
ⓒ 유니버설 픽처스
 
바깥세상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한 아빠 맥(쿠마일 난지아니 목소리)은 안전한 연못에서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는 것이 행복하기만 하다. 반면에 개방적인 성격의 엄마 팸(엘리자베스 뱅크스 목소리)은 아들 덱스(케스퍼 재닝스 목소리)와 딸 그웬(트레시 가잘 목소리)이 연못 너머의 다양한 삶을 경험하며 성장하기를 원한다. 
어느 날, 자메이카로 이동하는 오리 떼를 만난 가족은 심술궂은 댄(대니 드비토 목소리) 아저씨와 함께 용기를 내어 둥지를 벗어나는 모험에 나서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자메이카로 향하던 가족은 길을 잃으며 온갖 위험들이 도사린 뉴욕에 추락하고 만다. 이들은 뉴욕에 사는 비둘기 떼의 리더인 멍첨프(아콰피나 목소리)의 도움을 받아 자메이카로 가는 길을 아는 앵무새 들로이(키건 마이클 키 목소리)를 만난다.
 
▲ <인투 더 월드> 영화의 한 장면
ⓒ 유니버설 픽처스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는 현재 디즈니/픽사와 더불어 할리우드 산업을 주도하는 애니메이션 제작사다. 20세기 폭스 산하의 블루스카이 스튜디오에서 <아이스 에이지> 시리즈와 <호튼>(2008) 등 흥행작을 제작한 크리스 멜라단드리가 2007년에 창립한 일루미네이션은 <슈퍼 배드> 시리즈, <미니언즈> 시리즈, <씽> 시리즈, <마이펫의 이중생활> 시리즈, <로렉스>(2012), <그린치>(2018) 등 완성도 높은 캐릭터, 발상의 전환을 이루는 코미디, 독특한 비주얼을 앞세운 어린이 친화적인 작품들로 연달아 성공을 거두었고 2023년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로 글로벌 흥행 수익 10억 달러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인투 더 월드>는 일루미네이션이 <씽>(2016) 이후 7년 만에 선보이는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이다. 크리스 멜라단드리 대표도 "일루미네이션이 여러 가지 프랜차이즈를 이어갈 수 있는 건 굉장한 행운이지만, 그럼에도 관객들에게 새로운 이야기와 새로운 캐릭터들을 소개하고자 하는 사명을 늘 갖고 있다"고 말한다. 각본은 영화 <스쿨 오브 락>(2004)의 시나리오를 작업하고 미드 <화이트 로투스>로 에미상을 휩쓴 작가 겸 감독, 프로듀서인 마이크 화이트가 썼다. 메가폰은 <어네스트와 셀레스틴>(2014), <빅 배드 폭스>(2017)로 따뜻한 이야기와 동화 같은 그림체로 호평을 받은 프랑스 출신의 벤자민 레너 감독이 잡았다. 그는 <인투 더 월드>가 가족과 함께 떠나는 모험임을 강조한다.

"새로운 경험들과 그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멋진 순간들과 관계들을 담아내면서 관객들과 강한 유대감을 형성하고자 했다. 안전지대에서 벗어나 모험을 떠났을 때 진정으로 느껴볼 수 있는 감정들을 담아냈다."
 
▲ <인투 더 월드> 영화의 한 장면
ⓒ 유니버설 픽처스
 
<인투 더 월드>는 각각 다른 성격을 가진 오리 가족이 평생을 살아온 고향을 벗어나 꿈꾸던 자메이카로 가는 여정을 그린 로드 무비다. 한 가족이 여정 속에서 각종 위기에 직면한다는 전개 구조는 가족이 휴가 여행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코믹하게 담아 큰 사랑을 받았던 <휴가 대소동>(1983)을 연상케 한다. 과잉보호하는 아버지와 다른 가족 구성원들이 갈등을 빚는 설정은 <크루즈 패밀리>(2013)와 유사하다. 

<인투 더 월드>는 분명 이야기와 설정은 창의성은 부족하다. 그런데 면면이 살펴보면 흥미로운 구석들도 보인다. 하나는 '동물권'을 조명한다는 점이다. 동물권은 1970년대 후반 철학자 피터 싱어가 동물도 지각, 감각 능력을 지니고 있기에 보호받을 도덕적 권리를 가진다고 주장한 개념으로 동물 역시 고통을 피하고 학대당하지 않을 권리를 지닌다는 주장이다. 채식주의자로 알려진 마이크 화이트 작가는 극 중에 새장에 갇힌 신세인 앵무새나 육류 소비를 위해 대량으로 사육되는 가축들을 집어넣어 동물을 보호하자는 목소리를 냈다.

다른 하나는 마음의 장벽을 허물고 '공존하자'는 외침이다. <인투 더 월드>의 원제는 (사람, 철새, 동물의 대규모) 이주, 이동을 뜻하는 마이그레이션(migration)이다.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이고 오리 가족이 여러 소동을 겪는 뉴욕시는 미국에서도 인종과 문화의 용광로라 불리는 도시로 유명하다. 오리 가족이 뉴욕시의 센트럴파크에서 만난 비둘기 떼와 먹을 것을 나눠 먹는 장면엔 가족 구성원을 넘어 사회 공동체가 열린 마음으로 미지의 것을 포용하고 함께 나아가야 한다는 시의적절한 메시지가 투영되어 있다.
 
▲ <인투 더 월드> 영화의 한 장면
ⓒ 유니버설 픽처스
 
<인투 더 월드>는 여느 할리우드 대작 애니메이션과 마찬가지로 여러 스타에게 목소리 연기를 맡겼다. 그런데 오리 가족을 맡은 배우들의 출신이 각기 다르다. 아빠 맥 역을 맡은 쿠마일 난지아니는 파키스탄계 미국인이고 엄마 팸 역을 담당한 엘리자베스 뱅크스는 전형적인 미국의 백인이다. 그리고 아들 댁스 역으로 분한 캐스퍼 제닝스는 영국, 딸 그웬을 연기한 트레시 가잘은 호주 출신으로 알려졌다. 오리 가족을 각기 다른 출신으로 구성한 시도는 신선할뿐더러 영화가 묘사한 공존의 메시지와도 어울린다. 무엇보다 목소리 연기를 훌륭하게 소화했기에 억지로 느껴지지 않는다. 
중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배우 아콰피나도 다양성을 더해주었다. 실사 영화 외에 <아기배달부 스토크>(2016), <앵그리버드 더 무비>(2019), <스폰지밥 무비: 핑핑이 구출 대작전>(2020),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2021), <배드 가이즈>(2022) 등 다양한 애니메이션에서 맹활약 중인 아콰피나는 독특한 캐릭터 멍첨프에 그만의 유쾌한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우리나라에서 4월 10일 개봉 예정인 <쿵푸팬더 4>에서도 용의 전사 젠 역할을 맡았다고 하니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 <인투 더 월드> 영화의 한 장면
ⓒ 유니버설 픽처스
 
지난 2023년은 할리우드의 애니메이션 영화들이 풍성한 성과를 일군 한해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바비>에 이어 세계 흥행 수익 2위를 기록했고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엘리멘탈> <장화 신은 고양이: 끝내주는 모험>은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트롤: 밴드 투게더> <틴에이지 크라켄 루비> <닌자 터틀: 뮤턴트 대소동>의 반응도 좋았다. 디즈니는 100주년을 기념하여 <위시>를 내놓았다.

미국은 2023년 12월, 우리나라에선 2024년 1월에 개봉한 <인투 더 월드>는 엄청난 걸작은 아니다. 서사와 설정도 뻔하거니와 용기나 희망이란 주제나 교훈도 진부한 편이다. 그러나 내용이 어렵거나 실험적인 기법을 사용하지 않은 탓에 어린이들과 부모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그야말로 웃음과 재미를 갖춘 진정한 '가족 코미디' 애니메이션 영화다.

<미니언즈>로 대표되는 일루미네이션의 '루니 툰' 풍 슬랩스틱 소동극을 원하신다면 <인투 더 월드>는 좋은 선택지가 아니다. 하지만, 걱정은 붙들어 매시길! 일루미네이션은 몸개그를 원하는 팬들을 위해 <인투 더 월드> 상영 전에 <슈퍼배드>(2010)의 악당 벡터와 미니언들이 등장하는 9분 분량의 단편 <달탈출>을 서비스로 제공한다. 그리고 올해 7월 <슈퍼배드 4>로 그루와 미니언들이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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