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 지배계급일까, 원나라 왕족일까”…‘탐라왕자묘’ 주인 찾는 시굴조사 개시

문정임 2024. 1. 12.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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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가장 오래된 무덤인 '탐라왕자묘'의 주인을 찾기 위한 조사가 시작된다.

제주도는 이달 중 탐라왕자묘 시굴조사 용역을 발주해 2월부터 본격 진행한다고 12일 밝혔다.

이를 기초로 왕자묘의 주인이 탐라국의 왕자라는 설과 중국 원나라의 왕족이라는 설이 전해지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탐라왕자묘는 제주에서는 흔치 않은 형태"라며 "탐라사의 귀중한 자료인 만큼 시굴조사 결과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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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명칭 ‘왕자’는 지배계급 작호 뜻
서귀포시 하원동 21번지에 위치한 '탐라왕자묘' 전경. 총 3기의 무덤이 있다. 문화재청 제공


제주도에서 가장 오래된 무덤인 ‘탐라왕자묘’의 주인을 찾기 위한 조사가 시작된다.

제주도는 이달 중 탐라왕자묘 시굴조사 용역을 발주해 2월부터 본격 진행한다고 12일 밝혔다. 기간은 6개월이다.

조사는 지난해 10월 지표 투과 레이더 조사에서 특이신호가 잡힌 7개 지점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묘 주변 해당 지점 시굴조사를 통해 땅에 묻힌 석물 등을 발굴해 주인을 유추할 계획이다.

탐라왕자묘는 서귀포시 하원동에 있다. 묘 3기가 남북 방향으로 자리했다. 가로 세로 3~4m 크기의 방형석곽분이다. 판석을 직사각형 모양으로 만들고, 그 안에 관을 넣어 봉분을 만든 형태다.

탐라왕자묘는 이 같은 형태로 미루어 여말선초 지배계급의 무덤으로 추정돼 왔다. 하지만 주인이 누구인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탐라왕자묘 2호분. 문화재청 제공


1843년경 편찬된 ‘탐라지초본’에는 ‘왕자묘가 대정현의 동쪽 45리에 있다. 궁산의 두 하천 사이에 3기 묘의 댓돌이 아직도 남아 있다’고 적혀 있다.

이를 기초로 왕자묘의 주인이 탐라국의 왕자라는 설과 중국 원나라의 왕족이라는 설이 전해지고 있다.

탐라국 왕자 설은 무덤의 주인을 탐라국의 지배계층으로 보는 시각이다.

여기서 왕자는 ‘왕의 아들’이 아니라, 탐라국의 국왕인 ‘성주’ 다음 계급을 뜻한다.

‘탐라지’ 등 옛 문헌을 보면 ‘탐라 왕족(고후·고청·고계 3형제)이 바다를 건너와 조공하니 신라 왕이 기뻐하며 3형제에 성주, 왕자, 도내라는 작호를 주고, 국호를 탐라라고 했다’는 기록이 있다.

특히 무덤의 주인을 왕자 계급을 지낸 남평문씨로 보기도 한다.

‘고려사절요’에 따르면 탐라국에서 본래 양씨가 ‘왕자’직을 제수받았는데, 실제 왕자 작위를 세습한 성씨는 문씨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2000년 제주도가 도 기념물로 지정해 관리를 맡기 전까지 남평문씨 문중에서 탐라왕자묘를 관리해왔다.

원나라 왕족 설은 왕자묘에서 가까운 절(법화사) 등에서 원나라 왕궁 유물이 출토됐다는 기록에서 연유한다.

근처 대포포구는 원나라가 탐라를 지배하던 시절 교역로로 이용됐던 곳이다. 원나라 멸망 당시 제주로 유배된 원나라 왕족의 무덤일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탐라왕자묘가 처음 발굴된 것은 1914년 일제강점기로 알려졌다. 그에 앞서 도굴이 이뤄졌다. 1998, 1999년 두 차례 무덤에 대한 발굴조사가 있었지만 주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탐라왕자묘는 제주에서는 흔치 않은 형태”라며 “탐라사의 귀중한 자료인 만큼 시굴조사 결과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탐라(耽羅)는 제주도의 옛 명칭이자, 제주도에 존재했던 고대국가의 이름이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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