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약은 ‘달이고’, 옷은 ‘다려야’
독감의 유행으로 인해 병원마다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요즘엔 독감에 걸리면 ‘타미플루’ 등 항바이러스제로 치료하지만, 옛날엔 배나 파뿌리를 고아 감기약으로 쓰곤 했다. “엄마가 다려 주던 배즙이 생각난다” “파뿌리를 다린 물을 먹으면 감기가 어느새 낫곤 했다” 등과 같은 추억을 공유하고 있는 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위 예문처럼 배나 파뿌리를 ‘다려서’는 약으로 지을 수 없다. ‘다려(서)’와 ‘다린’은 ‘다리다’를 활용한 형태다. 그러나 ‘액체를 끓여 진하게 만들거나 약재에 물을 부어 우러나도록 끓이다’는 뜻을 지닌 단어는 ‘다리다’가 아닌 ‘달이다’이다. 따라서 ‘다려(서)’ ‘다린’은 ‘달이다’를 활용한 ‘달여(서)’ ‘달인’으로 고쳐야 바른 표현이 된다.
‘다리다’는 옷이나 천의 주름을 펴거나 줄을 세우기 위해 다리미로 문지르는 행위를 의미한다. “와이셔츠를 다려 입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어제 다린 블라우스가 그새 구겨졌다” 등처럼 쓸 수 있다.
‘달이다’를 [다리다]로 발음하다 보니 표기 역시 소리 나는 대로 ‘다리다’라고 쓰기 쉽다. 그러나 ‘달이다’와 ‘다리다’는 각각의 의미를 지닌 독립된 단어이므로 맥락에 따라 적절한 어휘를 사용해야 한다.
‘달이다’와 ‘다리다’가 헷갈린다면 ‘다리미’를 떠올리면 된다. 구겨진 옷을 펴는 도구인 다리미를 ‘달이미’라고 쓰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리미’는 ‘다리다’에서 온 말이므로, 옷을 다리는 행위는 ‘다리다’로 쓴다고 기억하면 된다. 정리하자면 약은 ‘달이고’, 옷은 ‘다려야’ 한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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