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 멋진 높은 지대의 장엄한 해돋이·해넘이

남호철 2024. 1. 1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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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이기·신선·태종·몰운… 부산 해안 대표 5臺
해 질 무렵 신선대 정상에서 본 부산항 일대. 바로 앞 신선대 부두의 하역장비와 레고처럼 쌓인 색색의 컨테이너들이 이색 풍광을 펼쳐놓고 있다.


부산은 한반도의 동·남해에 걸친 도시이다. 부산의 해안을 따라가며 해돋이·해넘이의 감동을 이어갈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장소들을 발견할 수 있다. 명소마다 대(臺)라는 이름이 많이 붙어 있다. 해운대(海雲臺)·이기대(二妓臺)·신선대(神仙臺)·태종대(太宗臺)·몰운대(沒雲臺)·시랑대·첨이대 등이 해안을 끼고 있고 자성대·의상대·동대·오륜대·강선대·학소대 등은 내륙에 있어 대에서 바라보는 경관이 멋지다.

이 가운데 부산을 대표하는 3대는 해운대·태종대·몰운대다. 여기에 이기대와 신선대를 넣어 부산 5대로 꼽는다. 해운대에서 다대포 몰운대까지 해돋이·해넘이 여행을 할 수 있다.

해운대는 신라시대 최초의 조기 해외 유학생인 최치원의 자(字) 해운(海雲)에서 나온 이름이다. 동백섬 남쪽 바위에 그가 직접 음각으로 썼다고 하는 ‘海雲臺’라는 글씨가 세월에 마모돼 흐릿하게 남아 있다고 한다.

해운대가 동해에 걸쳐 있으니 해돋이 절경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해넘이 풍경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해 질 무렵 동백섬 운대산에 오르면 오륙도 사이사이 수평선에 빨강·주홍·주황 삼색의 노을이 드리운다.

광안대교를 건너면 이기대와 신선대로 연결된다. 이기대는 두 기생이 수영성을 함락시킨 왜장을 끌어안고 자결한 곳에서 이름을 얻었다. 장자산 자락과 접해 있는 바닷가의 기기묘묘한 바위로 이뤄진 5㎞ 정도의 해안가에 이기대 해안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광안대교, 동백섬, 해운대 등을 조망할 수 있다. 동해와 남해가 만나는 경계에 위치한 오륙도는 육지에서 가까운 것부터 방패섬·솔섬·수리섬·송곳섬·굴섬·등대섬으로 이어진다.

이어 남구 용당동의 신선대다. 신선대란 지명은 이곳 산봉우리의 ‘무제등’이란 큰 바위에 신선의 발자국과 신선이 탄 백마의 발자취가 있다 하여 붙여졌다. 옛날 신선들이 신선대에서 주연을 베풀 때면 풍악소리가 용당포까지 들려왔고, 신라의 대학자 최치원이 여기서 신선으로 화했다는 전설도 남아 있다.

신선대 정상은 부산항 일대를 가장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천연 전망대다. 이곳에 오르면 일망무제 장엄한 경관을 누릴 수 있다. 부두의 갠트리크레인 등 하역장비와 레고처럼 쌓인 색색의 컨테이너들,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역동적 움직임도 볼거리다. 쏜살같이 달려드는 도선·예인선이 대형선 옆에 꼬물거리며 움직인다. 바로 아래 신선대부두에서는 컨테이너 운반 차량이 잠시도 쉬지 않고 오간다.

이른 아침 화손대 모자섬 위로 솟아오른 해가 주변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조업에 나서는 어선이 풍경을 더하고 있다.


신선대에서는 계절에 따라 영도 태종산, 중리산, 봉래산 산허리를 거치며 해넘이를 진행한다. 해넘이 감상은 꼭 지는 해를 바라보는 데 있는 건 아니다. 그 반대에도 해넘이가 남기는 아름다운 순간이 있다. 특히 겨울 해를 등지고 오륙도 쪽을 보면 지는 햇살이 바다의 잔물결을 은어의 비늘로 화려하게 바꿔놓는다.

정상 바로 아래 용당포는 1797년 10월 14일(정조 21년) 영국의 범선 프로비던스(Providence)호가 처음 정박한 곳이다. 윌리엄 로버트 브라우턴 함장이 지휘하는 87t급 영국 해군 탐사선은 일본 유구열도 해역을 탐사하다 좌초된 뒤 부속선을 이용해 마카오로 들어가 전열을 정비해 대원 35명을 싣고 용당포에 닿았다. 이들은 항만을 측량하고 식료품 등을 구해 체류 8일 만에 마찰 없이 떠났다. 역사적인 한·영 첫 만남은 이렇게 이뤄졌다.

이후 2001년 4월 20일 영국 해군 중령 앤드류 왕자(요오크 공작)가 신선대를 방문했다. 그는 200여년 전 영국 해군이 첫발을 디딘 신선대에서 부산시와 남구가 준비한 기념비를 제막하고 기념수를 심었다. 기념비에는 1797년 10월 영국인과 조선인의 첫 만남을 다룬 ‘조선왕조실록’의 기록과 브라우턴 함장의 항해일기 일부가 적혀 있다.

부산항대교를 건너 영도에 이른다. 영도 일몰의 새로운 명소는 감지해변이다. 이곳에 최근 ‘태종대 오션파크’가 들어섰다. ‘집라인태종대’와 미디어아트 전시관, 카페 등이 모인 복합문화시설이다. 길이 653m의 집라인 4개는 감지해변 앞바다의 절경을 보여준다.

영도에서 남항대교를 건너 송도를 거쳐 다대포 몰운대에 이른다. 16세기 전까지만 해도 ‘몰운도’라 불렸으나 낙동강에서 내려오는 흙과 모래가 쌓여 다대포와 연결돼 육지가 됐다고 전해진다. 몰운대에서는 화손대 일출이 장관이다. 태양이 화손대 앞의 모자섬(거북섬) 뒤로 쑥 올라온다. 바위 절벽에는 낚시하는 사람들이 깃발처럼 서 있다.

추운 겨울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맨발로 다대포 해변을 걷고 있는 '슈퍼 어싱 족(族)'. 멀리 흐릿하게 가덕도가 보인다.


바로 옆 다대포해수욕장 백사장은 모래 입자가 고와 바람이 훑고 간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요즘 이곳은 맨발 걷기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맨발로 산책로·황톳길 등을 걷는 ‘어싱(Earthing)’에 더해 바닷가를 걷는 ‘슈퍼 어싱’이 건강에 더 좋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추운 겨울에도 백사장을 걷는 모습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여행메모
부산항 옆 신선대 입장·주차 무료
부드러운 육질 해운대암소갈비

기암괴석을 자랑하는 이기대 해식동굴.

해운대는 해수욕장으로 대변되지만 온천을 빼놓을 수 없다. 무색투명한 알칼리성 라듐 성분이라 피부병, 위장병, 부인병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대암소갈비는 언양불고기 못지않게 유명하다. 암소는 암컷이 아니라 부드러운 육질을 위해 어두운 곳, 즉 암소(暗所)에서 키운 소다.

오륙도 스카이워크에는 입장료가 있고, 주차시설이 부족하다. 인근 신선대는 입장료도 없는 데다 무제등소공원에 넓은 무료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태종대도 입장료를 받지 않지만 주차료는 내야 한다. 유료인 꼬마 열차 '다누비 열차'와 유람선을 이용하거나 1시간여가량 걸으며 즐길 수 있다.

몰운대 입장도 무료다. 입구에 대형 유료주차장이 있지만 한시적으로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 화손대에 가려면 등산화가 좋다.

부산=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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