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위험’ 난청, 보청기 필요한데…제한적 지원에 방치

신대현 2024. 1. 10.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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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난청 환자 74만여명…5년 새 35.2% 증가
치매·인지기능 저하 유발…난청만으로 사망위험 1.4배↑
“청각장애인 기준, 60㏈→45~50㏈ 이상으로 완화해야”
게티이미지뱅크

20·30대 청년부터 70·80대 노인까지 난청 환자가 늘고 있지만 보청기에 대한 인식과 사용은 저조하다. 중등도 난청 환자 중 일부만이 보청기 구입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혜택을 받고, 실손보험 보장은 아예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보청기 급여 확대로 난청 환자들이 병을 방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인구 20% 이상이 노인인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난청 인구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지난 2021년 난청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74만2242명이다. 2017년 54만8913명에 비해 35.2% 증가했다. 대한이과학회에 의하면 국내 난청 인구는 2026년 3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젊은 ‘돌발성 난청’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돌발성 난청이란 3일 이내 3개 이상의 연속된 주파수에서 30㏈(데시벨) 이상 청력 저하 현상이 갑자기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과도한 스트레스와 이어폰 등 음향기기 사용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심평원에 따르면 돌발성 난청 환자 수는 2016년 7만5937명에서 2022년 36%가량 늘어난 10만3474명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특히 2022년 환자의 50% 이상이 30~50대 젊은 환자였다.

난청은 국내에 국한되지 않는 세계적인 보건의료 문제다. 도시 소음과 음향기기 등으로 인해 청력이 감소하거나 상실된 환자가 늘고 있다. 미국질병예방통제센터(CDC)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난청 환자는 16억명에 달한다. 인구 고령화와 맞물려 2050년까지 약 250억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난청은 주로 귓속 신경세포가 퇴행성 변화를 일으켜 생긴다. 소음에 장기간 노출된 적이 있거나, 영양 부족 등 환경적 요인과 가족력 같은 유전적 요인도 작용한다. 난청이 있는 경우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어 대인관계에서 자신감을 잃게 되고, 사회적으로 고립돼 우울증에 빠지기 쉽다. 또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도 유발한다. 난청이 발생한 것만으로 사망 위험이 1.4배나 높아진단 연구 결과도 있다.

난청으로 인한 문제를 예방하려면 난청을 조기에 발견해 가능한 한 빨리 보청기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재닛 최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의과대학 연구팀이 난청 환자 중 보청기를 최소 주 1회 착용하는 사람과 전혀 쓰지 않는 사람을 비교 분석한 결과, 보청기 사용자의 사망 위험이 약 25% 낮았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 3일 국제학술지 ‘란셋(Lancet)’에 게재됐다.

하지만 까다로운 급여 기준이 보청기 착용을 가로막는다. 순음청력 검사를 통해 청력 역치가 41㏈만 나와도 중등도 이상 난청인데, 양측 귀로 60㏈ 이상 들리지 않는 청각장애인만 보청기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된다. 이 때문에 비장애 난청 환자를 위한 보청기 지원은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자체 예산을 들여 지원하고 있을 뿐 국가 차원의 지원 제도는 전무한 실정이다.

설령 자체 부담으로 보청기를 구입하더라도 실손보험 보장을 받지 못한다. 금감원은 “환자의 약해진 신체기능을 단순히 보조·보완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보조기 등의 구입 비용은 보장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의사의 권유로 병원 혹은 의료기기 판매업체에서 구입하더라도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보청기 건강보험 적용 기준이 완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임기정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대한이비인후과학회 홍보이사)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양측 귀 60㏈ 이상으로 돼있는 기준을 45~50㏈ 이상으로 완화해 난청 환자들이 보청기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늘어나는 노인성 난청에 대응하고 치매 등 난청으로 인한 건강 문제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보청기에 대한 낮은 인지도와 편견도 장애물이 된다. 1년 전 교통사고로 인한 후유증으로 청력이 급격히 떨어져 병원에서 보청기 착용을 권고 받은 30대 박지민(가명)씨는 “아직 젊은 나이인데 보청기를 쓰고 있다고 하면 사람들이 편견을 갖고 대할 것 같다”며 “만만치 않은 가격도 부담이다”라고 전했다.

박시내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대한이과학회 차기 회장)는 “보청기는 안경과 똑같단 사회적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한다”며 “보청기 건강보험 확대가 이뤄지면 그에 따라 인식도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능이 좋은 보청기는 200~300만원씩 한다. 환자들에게 부담일 수밖에 없다”며 “재정 때문에 급여 적용 기준을 단번에 완화할 수 없다면 노인성 난청 환자부터 단계적으로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65세 이상 중등도 난청으로 보청기가 필요하지만 장애 판정을 받지 못하는 인구는 130만명으로 추산된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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