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음색을 찾기 위해 수없이 미세한 변화를 시도했어요"

이규승 2024. 1. 9.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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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제15회 아르코한국창작음악제'

[이규승 기자]

 "여러 악기들의 조합이 중요한 오케스트라에서 하프와 콘트라베이스 등과 같은 악기의 숨어 있는 매력을 알렸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조성우 씨는 제10회 아창제에 소개된 여섯 명 중에서 유독 눈길을 끌었던 작곡가다.
ⓒ 조우성
 
"예기치 않은 요소들의 음색이 흥미롭다."

다양한 소리의 관계를 탐구하는 조우성(46) 작곡가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창작음악제인 2018년 <아르코한국창작음악제>(아래 '아창제')에 선정된 이듬해 2월,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개된 초연을 듣고 당시에 어느 청중이 밝혔던 소감을 인용하겠다. (제10회 아창제 공연 실황 영상 보기)

"여러 악기들의 조합이 중요한 오케스트라에서 하프와 콘트라베이스 등과 같은 악기의 숨어 있는 매력을 알렸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조씨는 당시 아창제에 소개된 여섯 명 중에서 유독 눈길을 끌었던 작곡가다. 그가 이제는 5년 전과는 다른 해석을 가지고 오는 2월 6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다비트 라일란트 지휘)의 연주로 같은 곳에서 재연 무대를 갖는다. 

5년이라는 시간과 연주 단체만 달라졌을 뿐(2019년에는 KBS교향악단이 연주했다) 동일한 작품(나비효과 II)을 들고 대중을 만나는 조씨에게 공연을 앞두고 심정이 어떤지 궁금했다.

"그동안 실내악에서 실험했던 소리를 큰 편성에 적용해보고 싶었어요. 오케스트라 작품에서는 새로운 소리를 조화시키면서 연주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이 여유롭지 않거든요."

하지만 조씨는 이런 경험이야말로 현장에서 겪어봐야 자신의 것으로 소화할 수 있다며, 작품을 완성하는 것보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점에 가장 큰 목표를 두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초연 당시에는 극도의 긴장감 때문에 경황이 없었다며, 객석에서 공연을 바라본 심정을 이렇게 고백했다.

"5년 전에는 작품이 긴장감을 끌고 가는 것인지, 제가 긴장감에 빠져있는지 구분이 안 될 정도였어요. 하지만 리허설에서 경험했던 것을 무대로 옮길 수 있다는 가능성과 몇 번의 시행착오가 도움이 됐어요. 이러면서 배운다는 생각이 계속 교차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는 작품의 흐름상 많이 수정할 순 없지만, 만들어진 틀 안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했습니다. 제가 관심을 갖는 것이 '공간'인데 오케스트라 작품에서 어떻게 적용하면 효과적일지 시도했습니다."

이번에 선보이는 '나비효과 II'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현대음악가 윤이상(1917~1995)의 타계 20주년을 맞아 지난 2015년 7월 독일에서 열린 <윤이상 페스티벌>에서 처음으로 공개한 '11명의 연주자를 위한 Butterfly Effect'의 후속 버전이다. 당시에는 세대별로 나뉜 네 작곡가들의 작품이 연주된 실내악 버전이었는데, 이번에는 오케스트라에 최적화된 작품으로 재탄생하여 '오케스트라를 위한 나비효과 II(Butterfly effect II for Orchestra)'라는 이름을 붙였다. 

새로운 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얻은 영감
 
 조우성 작곡가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훌륭한 작곡가들과 함께 무대에서 오를 수 있어서 영광이죠. 작곡가의 길을 결심하고 독일 유학을 결정했을 때 진은숙 선생님(사진 왼쪽에서 세 번째)께서 작곡가로 살아가는 게 얼마나 힘든지 얘기해 주셨던 게 생각납니다. 순수 예술 작곡가의 길은 열정만으로 살아가기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시험에 드는 부분들이 많이 생기고 예술의 본질보다는 주위와 타협해야만 하는 일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때마다 “내가 지금 잘 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했습니다. 그런데 아창제는 제게 큰 위로와 격려의 선물로 보입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 조우성
 
"브라질에 있는 한 나비의 날갯짓이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

'오케스트라를 위한 나비효과 II'는 미국의 기상학자 로렌츠(Edward Norton Lorenz)의 '나비효과 이론'에 관한 설명을 듣고 조씨가 머릿속에 떠오른 몇 가지 이미지를 악보로 옮긴 것이다. 하지만 그는 단순히 음악을 통해 이미지를 청중에게 전달하려는 의도가 아니라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오히려 그는 작곡할 때 "미세한 변화의 시도가 아주 큰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나비효과뿐 아니라 "외관으로 보기에는 무작위적으로 보이는 것들도 일정한 움직임을 지배하는 법칙이 존재한다"는 카오스 이론에서 착안해 '새로운 소리를 찾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음악적 영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로렌츠가 자신의 연구 결과를 나비효과 이론에 비유했듯이, 조씨가 관심을 갖고 있는 '소리의 잠재성'과 '미세한 변화'에 대한 실험의 결과물을 가지고 오케스트라 작품의 이름을 지은 것이다. 그렇다면 조씨는 새로운 소리에 대한 도전은 언제부터 주목하기 시작했을까. 그는 필자의 질문에 대해 자신이 걸어왔던 짧은 여행과 같았던 함부르크와 하노버 국립음대의 시절로 기억을 더듬어 갔다.

"유학생활은 저만의 음악을 찾아가는 데 많이 영향을 주었습니다. 함부르크 음대에서 Manfred Stahnke를 만나면서 미분음을, 하노버 음대에서 Rebecca Saunders, Oliver Schneller를 만나면서 잠재적인 소리와 전자음악을 경험했습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음악을 경험하면서 앞으로 제가 가야 할 길이 무엇일까 고민했죠. 오히려 성향이 전혀 다른 작곡가들을 만나면서 저는 혼란보다 저만의 방향을 찾는 계기가 됐습니다."

클래식 음악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다양한 소리를 경험한 조씨는 이런 소리의 조화에 새롭게 눈을 떴으며, 그가 주목한 음악적 색깔에 관한 설명을 이어갔다.

"미세한 변화는 새로운 음색과 음향을 발생시킵니다. 저는 이를 통해 수많은 소리의 잠재성과 스쳐지나가는 소리의 매력을 발견했어요. 새로운 소리를 찾는 과정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주위에 항상 존재해온 소리에 관심을 기울이는 거예요. 예를 들어, 전통 클래식에서는 연주자는 활, 말렛으로 최상의 음색을 연주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음정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 음을 연주하거나 지금까지 해왔던 방법과는 다르게 연주함으로써 새로운 소리를 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새로운 시도에 그치지 않고 왜 이런 변화가 색다른 소리와 음색을 만들어 내는지를 연구하다보니 소리의 또다른 매력을 알게 됐습니다."

15주년을 맞이하는 '아르코한국창작음악제'
 
 이번에 선보이는 '나비효과 II'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현대음악가 윤이상(1917~1995)의 타계 20주년을 맞아 지난 2015년 7월 독일에서 열린 <윤이상 페스티벌>에서 처음으로 공개한 '11명의 연주자를 위한 Butterfly Effect'의 후속 버전이다. 당시에는 세대별로 나뉜 네 작곡가들의 작품이 연주된 실내악 버전이었는데, 이번에는 오케스트라에 최적화된 작품으로 재탄생하여 '오케스트라를 위한 나비효과 II’(‘Butterfly effect II for Orchestra)라는 이름을 붙였다.
ⓒ 조우성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한국창작음악제추진위원회가 주최하는 대한민국의 대표 창작음악제 '아르코 한국창작음악제'가 오는 서울 2월 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화려하게 문을 연다. 이 축제는 서양의 고전음악이 주를 이루는 한국 음악시장에서 창작곡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작곡가와 지휘, 연주자들이 부담없이 창작관현악곡을 연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2007년부터 시작됐다. 올해로 15회를 맞는 이 축제를 앞두고 조우성 작곡가에게 5년 만에 컴백하는 소감을 들려달라고 부탁했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훌륭한 작곡가들과 함께 무대에서 오를 수 있어서 영광이죠. 작곡가의 길을 결심하고 독일 유학을 결정했을 때 진은숙 선생님께서 작곡가로 살아가는 게 얼마나 힘든지 얘기해 주셨던 게 생각납니다. 순수 예술 작곡가의 길은 열정만으로 살아가기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시험에 드는 부분들이 많이 생기고 예술의 본질보다는 주위와 타협해야만 하는 일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때마다 "내가 지금 잘 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했습니다. 그런데 아창제는 제게 큰 위로와 격려의 선물로 보입니다." 

매년 국악과 양악부문의 관현악곡 작품을 공모와 심사를 통해 선정하는데, 15년 동안 총 171작품이 발굴됐다. 올해는 공모를 진행하지 않았고, 그동안 발표됐던 작품들 중 양악과 국악로별 5작품씩, 총 10작품을 연주한다. 양악에는 조 씨를 비롯해 김신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혼잣말 7', 이신우의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보이지 않는 손'(협연 한수진), 이홍석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암흑의 뒤편', 조은화의 장구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자연, 스스로 그러하다'(협연 최소리)가 함께 연주된다.

조우성 작곡가는 국내의 여러 단체와 한국과 독일에서 연주 일정이 예정되어 있다. 그중 기대되는 하나는 상주작곡가로 있는 헤이리챔버오케스트라와 글리산도 플루트 협주곡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세계 초연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협주곡은 그의 첫 작품이며, 글리산도 플루트의 악기를 협주곡으로 소개한다는 점에서도 기대를 모은다. 마지막으로 조씨는 5년 만에 재연으로 다시 선보이는 '오케스트라를 위한 나비효과 II' 어떻게 감상하면 좋을지에 대한 팁을 들려줬다.

"우리가 바흐의 음악을 들을 때, 흐름을 의식할 때도 있지만 음악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에서 평안함을 갖기도 합니다. 저는 소리에 대한 고민과 실험, 작은 변화에 집중을 해서 작품을 썼지만 특히 처음 이 작품을 접하는 청중은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편하게 즐기면 좋겠어요. 머릿속에 떠오르는 나비효과에 대한 그림은 모두 다를 거예요. 그것을 맞춰가려다 보면 혼란이 생겨서 음악을 감상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어요 미세한 변화라는 단어와 함께 틀을 열어두고 감상해 보세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한국창작음악제추진위원회가 주최하는 대한민국의 대표 창작음악제 ‘아르코 한국창작음악제’가 오는 서울 2월 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화려하게 문을 연다. 이 축제는 서양의 고전음악이 주를 이루는 한국 음악시장에서 창작곡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작곡가와 지휘, 연주자들이 부담없이 창작관현악곡을 연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2007년부터 시작됐다.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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