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마트료시카와 러시아로, 스웨그맨과 호주로…인형 손잡고 세계여행 떠나요

성선해 2024. 1. 8. 08: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람·동물·사물 등의 형상을 따서 만든 장난감을 인형(人形)이라 하죠. 현대에는 미국 마텔사의 바비(Barbie)처럼 다국적 기업이 생산해 여러 나라에 같은 모습으로 팔리는 인형이 익숙한 편인데요. 나라 간의 교류가 제한적이던 과거에 제작된 인형은 해당 지역의 역사·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어요. 즉, 각 나라의 인형을 잘 살펴보면 간접적으로 세계 여행을 할 수 있는 겁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세계 각지의 인형을 살펴보기 위해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에 있는 세계인형박물관을 찾았어요. 김진경 부관장이 세계 80여 개국에서 온 1000여 점의 인형 앞에서 손서영 학생기자와 오은채 학생모델을 맞이했죠.

독일 산골 출신으로 입을 벌려 호두를 깔 수 있는 호두까기 인형과 함께한 오은채(왼쪽) 학생모델, 미국 소설 '엉클 톰스 캐빈'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탑시 터비 인형을 살펴본 손서영 학생기자.


생김새와 복장이 제각각인 여러 인형이 모인 박물관 안을 열심히 살피던 서영 학생기자가 "전 세계의 인형을 수집하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라고 질문했어요. 김 부관장이 "인형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를 여러 사람과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죠"라며 소중 학생기자단을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 앞으로 데려갔어요.

"마트료시카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러시아의 전통 인형이지만, 그 시작점은 일본의 행운을 주는 7명의 신인 칠복신(七福神)이랍니다. 칠복신 인형은 큰 인형 속에 작은 인형이 있는 구조예요. 여기에서 영감을 받아 마트료시카가 제작되기 시작했죠. 인형에 러시아적 정서를 가미하기 위해 러시아 전통의상 사라판(Sarafan)을 입고 머리에는 스카프를 두른 채 한 손에 닭을 들고 있는 여성의 모습을 그려 넣었어요. 신에서 여성으로 바뀐 이 목각 인형은 러시아에서 많이 쓰이는 여자 이름인 마트료나(Matryona)에서 따온 마트료시카라는 새 이름을 갖게 됐죠. 이처럼 세계 여러 나라의 인형에는 해당 나라의 전통과 문화가 담겨있어요."

러시아의 전통 인형 마트료시카의 탄생 과정은 일본의 칠복신 인형과 관련 있다.


인형과 함께하는 세계 여행 두 번째 주인공은 호주의 스웨그맨(Swagman)이에요. 등에는 둘둘 만 침낭을 멨고, 목에는 끈으로 식량 자루를 걸고 있는 인형이죠. 한 손에는 양철통을, 다른 한 손에는 지팡이를 쥐고 있어요. 스웨그맨은 호주 뜨내기 노동자 인형이에요. 1850년대 호주에서 최초로 금광이 발견되면서 호주 대륙으로 이주한 사람들 중 일부는 단출한 짐을 지고 호주를 전전하며 양털을 깎는 노동자로 일했는데, 이들이 둘둘 말아 등에 진 침낭을 스웨그(swag)라고 하죠.

스웨그맨의 단출한 행색은 당시 호주의 상황을 반영한 겁니다. 금을 쫓아 사람들이 몰려든 '골드러시'로 1851년 43만여 명이던 호주의 인구는 20여 년 만에 170만여 명으로 크게 증가했죠. 하지만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해 많은 이주민은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호주 내륙의 사막 지역인 아웃백(outback)까지 넘나들어야 했어요. 그래서 이들은 침낭과 식량 자루를 늘 휴대했죠. 김 부관장이 "스웨그맨이 쓰고 있는 모자의 챙을 자세히 살펴보세요"라며 손가락으로 가리켰어요. 가까이서 보니 4개의 코르크 마개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죠. "밖에서 양털을 깎는 일을 하던 스웨그맨은 파리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눈앞의 파리를 쫓기 위해 코르크 마개를 달아놓은 것을 인형에 반영한 거예요. 스웨그맨은 어떻게 보면 1800~1900년대 호주에서 고생만 했던 사람들인데, 이들을 인형으로 제작해 어려웠던 당시 모습을 기억한다는 점이 따뜻하게 느껴졌어요."

맨 왼쪽부터 유럽을 대표하는 굴뚝 청소부 인형과 마리오네트 인형, 호주를 대표하는 스웨그맨 인형.


스웨그맨 앞에는 인형의 마디마디를 실로 묶어 사람이 위에서 조정하여 연출하는 인형극에 쓰이는 마리오네트(Marionette)가 전시돼 있어요. 김 부관장이 마리오네트 위에 달린 끈을 이리저리 움직이자, 인형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였죠. 마리오네트의 역사는 기원전 고대 이집트인의 무덤에 끈이 연결된 인형이 함께 묻혔다는 기록이 있을 만큼 매우 깁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형태의 마리오네트는 중세와 르네상스 시기 이탈리아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했어요. 이탈리아의 교회에서 어린이 교육을 위해 끈이 달린 인형, 즉 마리오네트로 공연했고, 이 공연이 교회 밖으로 퍼졌죠. 마리오네트라는 이름도 성서 속 '동정녀 마리아(Mary)'에서 유래된 겁니다. 17세기 중반에는 마리오네트가 영국과 체코에까지 전파됐을 만큼 많은 인기를 얻었어요. 현대에도 이탈리아·체코·영국·독일·오스트리아 등 유럽 여러 나라에서 마리오네트극이 꾸준히 사랑받고 있죠.

아이들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과테말라 어머니들이 남은 천으로 만든 걱정인형.

걱정을 덜어주는 친구 역할을 하는 인형도 있답니다. 김 부관장은 소중 학생기자단을 2층으로 가는 계단 옆에 전시돼 있던 반짇고리 상자처럼 생긴 물건 앞으로 이끌었죠. 그 안을 열자 십자가 모양의 손가락만 한 크기의 인형이 들어있었어요. 과테말라를 대표하는 걱정 인형입니다. "걱정 인형은 과테말라 엄마들이 아이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남은 천을 활용해 만든 인형으로, 작은 천 가방이나 나무 상자 안에 넣어 아이에게 줬어요. 아이가 인형을 꺼내 자신의 걱정을 말하고 베개 밑에 넣어두면 부모가 인형을 치우고, '네 걱정은 인형이 가져갔다'라고 말해주죠. 인형은 아주 옛날부터 사람의 친구였잖아요. 걱정 인형은 생김새가 화려하진 않지만, 그런 친구 역할을 가장 잘하는 인형이 아닐까 해요."

2층 한편에는 일본의 히나 인형도 전시돼 있어요. 일본에선 매년 3월 3일 여자아이의 행복을 기원하기 위해 히나마쓰리를 여는데, 그 전통 행사에 활용하는 인형입니다. 다양한 일본 전통 복장을 한 인형들이 여러 단에 층층이 앉아있는 모습이죠. 소중 학생기자단이 본 히나 인형은 맨 윗단에 에도 시대(1603~1867) 천황과 황후, 두 번째 단은 술을 따르는 세 명의 궁녀, 세 번째 단은 악기를 연주하는 다섯 명의 악사가 배치된 모습이었죠.

일본의 전통 행사 히나마쓰리에 활용하는 히나 인형.

또 베트남 수상인형극에 쓰는 무어 로이 느억(Múa Rối Nước)도 볼 수 있었어요. 무어 로이 느억은 ‘물에서 춤추는 인형들’이란 뜻인데요. 그 높이는 보통 30~100㎝, 무게는 1~5㎏ 정도죠. 베트남의 인형술사들은 무어 로이 느억 근처에 있는 대나무 장막 뒤에 몸을 숨긴 채 인형을 조종합니다. 인형의 발 아랫부분은 물속에 있고 몸통은 물 위로 나와 인형이 물에 떠서 공연을 펼치는 것처럼 보이죠. 농부들이 논밭에서 쟁기질하는 모습, 어부들이 물고기를 잡는 모습 등 현실적인 소재뿐만 아니라 금빛 거북이와 용과 유니콘과 불사조의 춤 등 환상에 기반을 둔 이야기도 인기 공연이에요. "저는 무어 로이 느억 인형 공연을 보기 위해 일부러 베트남을 찾았는데요. 소박한 생활을 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인형이라는 점이 재미있었어요."

은채 학생모델이 "각 나라의 전통 의상이 잘 보이는 인형도 있나요"라고 궁금해했어요. 김 부관장이 "인도의 전통 의상인 사리(Sari)를 입고 있는 인형을 소개할게요"라고 말했죠. 사리는 대체로 너비 120㎝, 길이 4~8m에 이르는 직사각형 형태의 긴 천으로, 인도 여성들은 이를 몸에 휘감아서 입죠. 옷 모양으로 본을 떠서 바느질하지 않고 긴 천을 그대로 몸을 휘감는 이유는 힌두교에서는 옷감을 잘라내고 바느질하는 것을 불경스러운 행위로 봤기 때문이에요.

경기도 파주시 세계인형박물관을 찾은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김진경 부관장(맨 왼쪽)이 전시 중인 여러 나라의 인형들을 소개했다.


이외에 북미의 집 지키는 인형인 카치나, 미국의 소설 '엉클 톰스 캐빈'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탑시 터비, 유럽에서 행운을 상징하는 굴뚝 청소부 인형 등 다양한 형태를 한 인형을 살폈어요. 인형마다 얽혀있는 이야기를 듣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였죠.

세계인형박물관에서는 전시 관람 외에 인형 만들기 체험도 할 수 있어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앞서 살펴본 러시아 전통 인형 마트료시카를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죠. 나무로 만든 오뚝이 모양 몸체에 원하는 형태를 스케치하고, 아크릴 물감으로 채색한 뒤 스펀지붓으로 바니시를 발라 광택을 내면 나만의 마트료시카 인형 완성입니다. 서영 학생기자는 러시아 전통의상 사라판을 입고 스카프를 두른 마트료시카의 원래 분위기를 살렸고, 은채 학생모델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오뚝이 모양으로 마트료시카를 재해석했죠.

손서영(왼쪽) 학생기자와 오은채 학생모델이 러시아의 전통 인형 마트료시카를 자신만의 개성을 담아 재해석해 만들었다.


유럽 대륙부터 북미·아시아·호주 대륙까지, 전 세계에서 온 인형을 살펴봤는데요. 각 인형에는 그 인형이 탄생한 국가의 역사·문화가 녹아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죠. 여러분도 여행을 떠난 나라에는 어떤 인형이 있는지 살펴보세요. 여행지의 즐거운 기억은 물론, 그 나라의 역사·문화까지 내 품 안에 간직할 수 있답니다.

■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 제가 가진 인형들은 주로 여행을 가서 사거나 인기 있는 캐릭터 인형들이 대부분이었는데요. 세계인형박물관에서 제가 알지 못하는 세계 여러 나라의 인형들과 그에 얽힌 이야기들을 보고 들으니 흥미로웠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인형은 바로 과테말라의 걱정 인형이었어요. 걱정 인형은 자투리 천을 이용해 만들어서 크기가 제 손가락 한 마디보다 작은 것이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관심 분야를 좋아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여러 사람에게 공유하고 자세히 알려주시는 김진경 부관장님이 대단해 보였어요.

손서영(서울 연가초 5) 학생기자

이번 취재는 경기도 파주에 있는 세계인형박물관에 다녀왔습니다. 박물관에는 많이 들어 익숙한 인형들부터 '이런 게 있었나?' 싶은 생소한 인형들까지 정말 다양한 인형들이 있었습니다. 평소에 인형을 많이 모으는 편인데 전통인형에 대해선 잘 생각해 보지 않아서 굉장히 다양한 정보를 얻었어요. 그중에서 러시아의 전통 인형인 마트료시카에 대한 설명을 들을 때 흥미로운 내용이 많았죠. 마트료시카는 제게 꽤나 친숙하고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인형이지만 마트료시카의 역사는 잘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마트료시카의 역사와 유래에 대해 알고 나니 더 친숙해진 느낌이 들었어요. 우리나라도 마트료시카처럼 유명한 인형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나중에 세계인형박물관을 다시 방문해 인형들을 더 자세히 보고, 다른 체험도 해보고 싶어요.

오은채(서울 가동초 5) 학생모델

글=성선해 기자 sung.sunhae@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손서영(서울 연가초 5) 학생기자·오은채(서울 가동초 5) 학생모델, 참고서적=『갖고 싶은 세계의 인형』(바다출판사)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