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에 '대구 남구섬'이 있다고? 1025개 섬 부자 신안의 변신

백경서 2024. 1. 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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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신안군 추포도 갯벌. 다리는 물이 차면 잠기는 노둣길이다. 중앙포토.

대구는 내륙에 위치한 분지(盆地)로 바다가 없다. 그런데 지난해 ‘대구 남구’의 이름을 딴 섬이 생겼다. 남구에서 직선거리로 250㎞가량 떨어진 전남 신안군 ‘추포도’다.

5일 대구 남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3일 남구와 신안군이 자매결연을 했다. 이어 ‘섬 없는 지자체 명예 섬 공유 사업’의 일환으로 추포도를 남구 명예 행정구역으로 지정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두 자치단체는 관광·문화·예술 등 교류에 나선다.

남구는 우선 올 상반기까지 6000만원을 들여 추포도에 남구를 상징하는 조형물을 제작·설치해 홍보에 나설 방침이다. 또 남구의 앞산 맛집 거리 등도 알린다. 지난달 추포도 음식관광테마 명소화 사업이 중앙투자 심사를 통과했는데, 이 프로젝트는 윤석열 정부 12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남부권 광역관광개발 사업 중 하나로 총 420억원이 투입된다. 신안군에서 추진한 관광사업 중 가장 큰 규모로 2027년이면 추포도가 섬 음식을 주제로 한 테마파크로 변신한다.

대구 앞산 주변에 위치한 안지랑 곱창골목에서 즐길 수 있는 막창구이. [사진 대구시]

남구 관계자는 “테마파크 사업에 명예 행정구역인 남구도 참여해 앞산 맛집 등을 홍보할 방침이다”며 “특히 남구 주민은 신안군 주민처럼 해수욕장 등 관광지 입장료 할인 혜택 등을 받을 수 있고 남구 행사에는 신안군 주민을 초청해 천일염을 비롯한 신안의 특산품을 홍보할 수 있어 상부상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세수 부족으로 올해 대구시 예산이 25년만에 줄었는데 외딴 섬에 예산을 들여 조형물을 만드는 게 적절한지 모르겠다"는 지적도 나온다.


1025개 ‘섬 부자’ 신안군, 내륙에 섬 나눠준다


신안군은 총면적 655㎢에 인구 3만8000여 명이 산다. 전국 지자체 가운데 가장 많은 1025개의 섬을 보유했다.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인 홍도를 비롯해 섬의 95%가 상록수로 이루어져 있다는 흑산도 등이 유명하다. 신안군은 섬이 많은 지역 특성을 살려 2020년 10월부터 섬이 없는 전국의 자치단체와 자매결연을 하고 있다. 내륙지방인 자치단체에 명예 섬을 주면서 해당 지자체에는 신안군민과 동일한 무료입장, 관광 혜택 등을 제공해 상생 발전하겠다는 취지다.

지난해까지 서울 강남구, 강원 철원군 등 20여 개 지자체와 자매결연을 했고, 이 중에서 내륙지방 10여 곳과 섬을 공유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김대중 대통령 고향인 하의도는 노무현 대통령 고향 김해시의 섬으로, 국토 최서남단 가거도는 경기 평택시 명예섬으로 지정됐다.


자치단체들, 명예섬에 이색 조형물 설치


지난해 5월 전진선 양평군수와 박우량 신안군수가 양평 상징조형물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신안군]
각 자치단체는 명예섬에 이색 홍보 조형물을 설치했다. 경기 양평군은 보랏빛 마을로 마케팅을 하는 이른바 ‘퍼플섬’ 안좌도에 지난해 5월 조형물을 만들었다. 양평 지역의 대표 관광지인 용문사 은행나무 잎이 안좌도의 보랏빛에 물든 모습을 형상화한 조형물로 안좌도의 대표 포토존으로 활용하고 있다.

경남 김해시가 2020년 10월 하의도에 설치한 상징조형물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모사진전의 스케치 장면을 본떠 만들었다. 조형물 석재기둥에는 김대중 대통령의 철학이 담긴 ‘행동하는 양심’이라는 문구와 노무현 대통령의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두 대통령 뜻을 기리는 등 10여 개 자치단체가 조형물을 설치했다. 이들 조형물 설치 비용은 5000만원~6000만원 정도라고 한다.

신안군 하의도에 들어선 경남 김해시가 만든 조형물. [사진 신안군]

박우량 신안군수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신안갯벌, 1000개가 넘는 섬 등 해양생태 보고인 신안군과 내륙 자치단체가 섬을 공유하면서 상생 발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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