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면 움직여...신사업·해외 개척 ‘선택‘ 아닌 ‘필수’ [금투업계 생존 2024④]

노성인 2024. 1. 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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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개편 통해 STO·WM 부문 강화
미래에셋證, 인도 10워권 증권사 인수
한투·신한·NH 證 등 해외 딜 공략 나서
ⓒ게티이미지뱅크

금융투자업계가 갑진년 청룡의 해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기대하지 않았던 호황을 누렸던 대가를 지난 2년간 치르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이제는 재도약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증시와 태영건설발 부동산PF 리스크 재점화 우려는 살아남으려는 이들의 발목을 잡을 태세다. 20년과 21년의 호황의 영광을 다시 누릴지, 22년과 23년의 고통의 시간을 다시 보낼지, 기로에 서 있는 금융투자업계를 점검해 본다. [편집자 주]

금융투자업계의 실적 악화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업계 모두 돌파구 모색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토큰증권(STO), 고액자산가 특화 자산관리서비스 등 신사업 선점에 나서는 한편 인도 등 해외 시장 공략에도 나서고 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새해를 맞아 신규 수익원 창출이 증권사들의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작년 말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가 가시화된 가운데 새로운 수익원 마련이 절실한 만큼 신사업과 자산관리(WM) 역량, 해외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어서다.

STO 시장에 '진심'…전담 조직 신설·협의체 구성

먼저 증권사들은 STO를 선점하는데 주력하는 모양새다. 실제 일부 증권사들 올해 조직개편에서 STO 관련 부서를 신설하거나 격상시키는 등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하나증권은 WM 그룹 산하에 WM 디지털자산센터를 신설하고 STO 등 디지털자산 비즈니스 가속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교보증권은 벤처캐파탈(VC)사업부와 디지털자산비즈 파트를 관할하는 신사업 부문을 신설했다.

아울러 관련 협의체를 정비하면서 올해 본격화될 STO 시장 선점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9월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함께 업계 최초 STO 인프라 구축과 시범 발행을 마쳤다. 미래에셋증권도 SK텔레콤과 ‘넥스트 파이낸스 이니셔티브(NFI)’라는 STO 컨소시엄을 조직했다.

NH투자증권은 토큰증권 협의체 'STO비전그룹'을 구성한 가운데 미술품 투자업체 투게더아트와 업무협약을 맺고 작년 미술품 조각투자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아울러 신한투자증권은 ‘STO얼라이언스’, KB증권은 ‘ST오너스’라는 명칭의 협의체를 각각 출범시킨 바 있다.

중소형사들도 STO 시장 진출할 준비를 마쳤다. 교보증권은 지난달 5일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 테사와 STO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하이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등도 STO 관련 실물자산 업체 등과 협약을 맺고 서비스 출시를 준비 중이다. IBK투자증권은 새로운 모바일트레이딩서비스(MTS) 출시를 준비하면서 개인투자자 대상 STO 서비스를 주요 신규 서비스로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석기 교보증권 대표(오른쪽)와 김형준 테사 대표가 작년 12월 5일 서울 영등포구 교보증권 본사에서 토큰증권(STO) 사업 상호협력을 위한 포괄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교보증권

WM 중심 조직 강화…"고액자산가 잡아라"

최근 부동산PF 사업 회복이 더뎌지면서 증권사들은 기업금융(IB) 대신 WM 부문에 힘을 싣고 있다. 특히 조직개편 등을 통해 고액자산가 관련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WM 경쟁력 강화를 위해 허선호 부회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하고 WM사업부에 고객자산배분본부 조직을 배치했다. 이어 각 지점 산하 WM 영업팀 조직을 112개로 확대하고 84명의 신임 WM팀장을 임명했다.

NH투자증권의 경우 기존 프라이빗 뱅킹(PB) 본부와 WM 사업부를 통합해 프라이빗 웰스 매니지먼트(PWM) 사업부를 신설했다. 이를 통해 고액순자산보유자(HNW)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에 집중할 예정이다.

KB증권은 고객솔루션총괄본부를 신설하고 그 산하에 고객전략, 금융상품, 투자서비스 조직을 통합 편제했다. 이를 통해 고객 중심의 자산관리 서비스 제공, 고객수익률 관리 강화, 최적의 상품·솔루션 제공 역량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블루오션' 찾아 해외로…현지 증권사 인수부터 상장 주관도

아울러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한 돌파구 찾기에도 나서고 있다. 국내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인 만큼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장기 성장성 확보를 위한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9월 인도법인을 기존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올리며 사업 관련성을 높인 것에 이어 현지 10위권 증권사인 ‘쉐어칸 리미티드’를 인수하는 등 인도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가 인도 현지 증권사를 인수한 것은 최초다.

앞서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6월 인도네시아 칩타다나증권·자산운용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칩타다나 증권·자산운용은 인도네시아의 재계 6위인 리포그룹 계열 금융회사다. 한화투자증권은 한국과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의 승인을 거쳐 올해 1분기 중 인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현지 금융사를 인수하는 대신 현지 딜 확대 및 상장 주관에 나선 사례도 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홍콩법인은 지난 9월 주식워런트증권(ELW) 발행 자격을 취득하고 지난달 홍콩거래소에 ELW를 상장하며 해외파생상품 시장에도 진출했다. 작년 11월에는 일본에서 200억원 규모의 ‘사무라이채권’을 발행하기도 했다. 사무라이채권은 일본 채권시장에서 외국 기업이나 정부가 발행하는 엔화표시 채권이다.

이외에 지난달 신한투자증은 홍콩법인을 통해 홍콩 현지에서 주관사로 참여한 약 1000억 원 규모의 선순위 인수금융을 셀다운(인수 후 재매각)했으며 NH투자증권 또한 인도네시아 법인인 BH코린도증권에서 작년 한 해에만 7건의 기업공개(IPO)를 주관하는 등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도 시장 내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새로운 판을 짤 수 있는 STO 등이 주목받고 있다”며 “또한 최근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지원과 독려도 함께 이뤄지면서 향후에도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진출 빈도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작년 1월 인도 뭄바이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미래에셋자산운용 인도법인 15주년 행사에 참석한 모습. ⓒ미래에셋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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