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헬기 이송’ 특혜?…응급의료헬기 매뉴얼 보니
“일반인도 헬기 태워주나”…의료계 ‘특혜’ 의혹 제기
부산소방본부 “특정인이라 헬기 띄운 것 아냐” 해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흉기 피습을 당한 직후 이송된 부산대병원에서 수술이 가능한 상황임에도 헬기를 동원해 서울대병원으로 옮긴 것을 두고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선 “일반인도 119에서 헬기를 태워 주냐”며 형평성을 꼬집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오전 부산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에서 일정을 소화하던 중 흉기 피습을 당해 왼쪽 목 부위에 1.5㎝ 크기의 상처를 입었다. 이 대표는 사건 발생 후 오전 11시15분경 부산대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처치와 검사를 받았다. 오후 1시쯤 소방헬기를 통해 서울로 이동, 서울 용산구 한강 노들섬 헬기장을 거쳐 오후 3시20분경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민주당 총선 5호 영입인재이자 흉부외과 전문의 출신 강청희 전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 대표는 초기에 매우 위중한 상태 놓였었고 천운이 목숨을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내경정맥 둘레 60%가 손상된 심각한 부상으로, 회복되고 있으나 당분간 절대적 안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의료기관 요청 따른 소방헬기 출동…병원은 “가족·당 결정”
이 대표가 헬기로 이송된 것을 두고 ‘특혜’라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응급하지 않은 상황에서 소방헬기를 이용했다는 이유에서다. 의료기관 요청에 따라 응급헬기를 출동할 수 있게 돼 있는데, 병원에 전원 희망 의사를 밝힌 건 이 대표의 가족과 민주당이다.
소방청의 응급헬기 출동은 범부처 응급의료헬기 공동운영에 관한 규정 및 매뉴얼에 따른다. 응급헬기는 구급대원 또는 의료기관이 헬기 이송 기준에 맞는다고 판단하면 요청할 수 있다. 응급의료 전용헬기 출동 대상 중 중증외상의 의증은 △총상 및 관통상을 입은 경우 △저혈압, 과다호흡, 빈맥 등 쇼크의 징후가 있는 경우 △의식이 저하된 경우 등에 해당돼야 한다.
이 대표의 경우는 의료기관 요청에 따라 응급헬기가 출동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3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의료기관의 전원 요청이 있을 때 두 병원이 협의된다면 소방 헬기를 출동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있다”고 밝혔다. 부산소방본부 관계자는 “부산대병원, 서울대병원이 전원을 합의하면서 각각 부산소방본부, 소방청으로 이송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으로의 전원을 희망한 건 가족과 민주당이다. 부산대병원은 의료진 판단 아래 환자 가족과 당의 의사를 존중했다는 입장이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본원에서 수술이 불가능해서 이송을 요청한 건 아니다”라며 “CT를 찍고 수술이 필요하다고 전달하니, 환자 가족과 당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선 부산대병원에서 치료가 가능한 데도 서울대병원으로 응급헬기를 통해 전원한 것을 두고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보건복지부가 발표하는 ‘권역외상센터 평가’에서 4년 연속 최고 등급을 받는 등 손꼽히는 외상 치료 병원이기 때문이다. 반면 서울대병원은 권역외상센터로 지정돼 있지 않다. 서울 지역 권역외상센터는 국립중앙의료원이 유일하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본지에 “특혜가 맞다”면서 “보통 헬기로 중증외상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건 권역외상센터에서 수술을 받기 위해서인데, 이 대표는 권역외상센터가 있는 곳에서 없는 곳으로 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응급상황이라면 부산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어야 했고, 응급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헬기까지 동원해서 서울대병원으로 갈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여한솔 강원도 속초의료원 응급의학과장도 지난 2일 페이스북을 통해 “일반인도 이렇게 ‘서울대병원 가자’ 하면 119에서 헬기 태워 주나”라고 따져 물었다. 양성관 의정부백병원 가정의학과 과장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응급상황에서 전문가인 의료진의 의견을 무시하고 환자나 보호자가 결정을 내리며, 이에 어쩔 수 없이 의료진은 따를 수밖에 없다”며 “그 결과 환자가 무조건 서울로 향하는 우리나라 의료 전체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짚었다.
다만 부산소방본부 측은 “특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부산소방본부 관계자는 “특정인이라서 가능하고, 일반 시민은 응급헬기를 띄우지 않는 건 아니다. 전원을 결정한 의료진 판단 아래 응급헬기가 출동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의혹들…자작극? 의료진 브리핑 취소? 헬기 이송 비용?
△자작극=SNS를 중심으로 ‘정치적 자작극’이라는 음모론이 확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자작극이라고 하긴 위험한 부위”라며 “1.5㎝가 찔렸을 경우 큰 손상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의료진 브리핑 취소=서울대병원은 지난 2일 이 대표의 응급 치료와 관련해 예정했던 오후 브리핑을 오후 6시40분쯤 돌연 취소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환자 정보기 때문에 병원이 임의적으로 밝힐 수 없어 당에서 브리핑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에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주치의 대신 이 대표의 수술 경과를 발표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2일 오후 7시40분경 “혈전(피딱지) 제거를 포함한 혈관재건술을 받았다. 내경정맥이 손상된 것이 확인됐고, 정맥에서 흘러나온 혈전이 생각보다 많아서 관을 삽입한 후 수술을 시행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이 회장은 “의료진이 브리핑을 하지 않아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정맥 자체에 관을 삽입하는 일은 없다”면서 “아마 수술 후 피가 고이지 말라고 넣는 드레인(수술 후 조직의 빈 공간에 삼출액, 혈액을 배출하기 위한 고무 재질의 튜브)을 가리켜 ‘관을 삽입했다’고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드레인은 중증이거나 혈전이 많아서 삽입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수술 때 넣는 일반적인 튜브”라고 설명했다.
△헬기 이송 비용=이 대표는 응급환자인 만큼 비용은 소방청이 부담한다. 부산소방본부 관계자는 “화재, 구조, 구급 등 모든 소방 서비스는 개인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없다”고 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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