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식스 2곡 '동시 역주행' 인기... 데뷔 10년 차 팀에 무슨 일이?

김상화 2024. 1. 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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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예뻤어'-'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동반 상승세

[김상화 기자]

 데이식스
ⓒ JYP엔터테인먼트
 
'도로나 주차장 등에서 자동차의 지정된 진행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운전하는 것'을 지칭하는 역주행(逆走行)은 그리 반갑지 않은 단어 중 하나이다. 그런데 분야가 다른 대중 음악계에선 좋은 의미, 긍정적인 뜻을 지니고 있다. 처음 발표되었을 때만 하더라도 큰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몇 개월~몇 년 정도 시간이 지난 후 어떠한 사건, 일을 계기로 재조명 받으면서 각종 인기 순위를 장식하는 노래를 두고 우리는 역주행이라는 표현을 빗대어 쓰곤 한다.  

벌써 10년 전 일이 된 EXID의 '위 아래'를 비롯해서 브레이브 걸스의 '롤린'(2017년 발표, 2021년 인기) 등은 유튜브 직캠 또는 편집 영상 등의 뒤늦은 주목에 힘입어 그해를 장식한 대표적인 케이팝 음악으로 자리잡았다. 이후 다양한 곡들이 지각 인기를 얻으면서 늦어진 출발을 뛰어 넘는 사랑을 받곤 했다. 그리고 2024년 새해 벽두에도 이와 같은 '역주행' 노래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 주인공은 다름아닌 록그룹 데이식스(DAY6)이다. 지난 2015년 JYP엔터테인먼트 최초의 록밴드로 등장했던 이들은 당시만 하더라도 TV를 통한 홍보 대신 클럽 공연 부터 매달 신곡 2곡씩을 발표하는 강행군으로 실력을 쌓아 왔고 어느새 '믿고 듣는 팀'이라는 평가를 받기에 이른다. 그런데 최근 각종 음원 순위에서 데이식스가  지난 2017~2019년에 걸쳐 발표한 음악들이 속속 이름을 올리면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멤버 전원 군복무를 마치고 완전체 활동을 재개한 이들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데뷔 10년 차 밴드의 재조명
 
 데이식스
ⓒ JYP엔터테인먼트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 멜론의 일간 순위에서 '예뻤어'(2017년 발표)는 지난해 12월 마지막주에 깜짝 순위에 진입한 이래 해를 넘겨 1월 2일자 순위에선 85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런가 하면 지난 1일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2019년 발표)가 진입에 성공했고 같은 순위에서 63위로 껑충 뛰어오르는 급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또 다른 음원 사이트 지니, 벅스 등에선 이보다 먼저 순위에 오르면서 여타 가수들의 최신곡들과 인기 경쟁을 펼치는 기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아는 사람은 다 안다"는 데이식스의 음악이지만 그동안 이 팀의 음악을 순위표에서 찾아보는 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각종 콘서트, 페스티벌 등 무대 위주로 활동하면서 미디어 노출이 많지 않았던 탓에 이른 바 '음원 성적' 측면에선 이들이 지닌 실력 대비 저평가를 받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최근 들어 엑소(EXO)의 '첫눈', 비비지(VIVIZ)의 'Maniac' 등 지각 인기곡들이 대거 등장하는 요즘이지만 데이식스의 연이은 역주행 인기는 이전까지 사례와는 좀 다른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이미 3~4년 전부터 재평가의 분위기가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기부터 시작된 역주행 조짐
 
 2023년 12월 22~24일 거행된 데이식스 콘서트 'The Present : You are My Day'
ⓒ JYP엔터테인먼트
 
2020년 코로나 펜데믹은 데이식스에게도 큰 치명타가 되었다. 공연 위주 활동팀이다보니 완전히 손발이 묶인 셈이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건강상 문제로 인해 신보를 내놓고도 미디어 프로모션을 전혀 하지 못하는 악재도 겹쳤던 시기였다. 그런데 이 무렵부터 2017년 2월 공개된 디지털 싱글 < Every DAY6 February > 수록곡 '예뻤어'를 언급하는 아이돌 그룹 멤버, 팬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몇몇 타 그룹 팬덤, 커뮤니티 등에서도 '좋은 노래'라는 칭찬이 하나 둘씩 쏟아졌고 잠시나마 실시간 순위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이후 노래방 순위에서도 꾸준히 이름을 올리는 등 입소문을 타면서 존재감을 드러낸 '예뻤어'는 데이식스가 무려 4년 만에 개최한 지난해 12월 단독 콘서트를 전후로 인기의 재점화를 이루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지난 2018년 출연했던 KBS <열린 음악회> 라이브 영상은 현재까지 450만 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조용하지만 착실한 상승세를 기록했다.  

또 다른 역주행 인기곡이자 2019년 발표된 미니 5집 < The Book of Us > 머릿곡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도 비슷한 과정을 밟고 있다. "페스티벌에서 떼창 부르기 좋은 곡"으로 나름의 존재감을 보였던 이 노래는 지난 2022년 당시 군복무 중이던 원필-영케이-도운 등 3인조 편성으로 <불후의 명곡> 국군의 날 특집 무대에 등장했고 이를 계기로 유튜브, 인스타그램 릴스 영상 등을 통해 재평가가 이뤄졌다. 그리고 완전체 활동이 본격화된 지난달부터 다시 한번 재반등에 돌입했다.  

출발은 늦었지만 좋은 음악이 있었기에...
 
 지난달 22-24일 거행된 데이식스 콘서트 'The Present : You are My Day'
ⓒ JYP엔터테인먼트
 
데이식스의 반등에는 영케이의 예능 출연도 한몫을 차지한다. 지난달 종료된 MBC <놀면 뭐하니?> 프로젝트 그룹 '원탑'의 멤버로 영케이가 합류하면서 뒤늦게 데이식스를 알게 되었다는 시청자들도 적지 않았다. 수년간 KBS 쿨 FM <데이식스의 키스 더 라디오> DJ로 활동해왔지만 대중들에게 노출이 적었던 영케이는 지난해 화제를 일으킨 걸그룹 하이키의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 작사가로 주목 받은 데 이어 뒤늦은 예능 출연을 통해 재능을 뽐내면서 팀에게 긍정적 요소를 안겨줬다.

하지만 데이식스가 데뷔 10년 차에 접어든 2024년을 맞아 상승세를 보이게 된 건 이들이 그동안 쌓아온 내공, 그리고 좋은 음악의 힘 덕분이다. 흑인 R&B 음악에 기반을 둔 JYP의 록그룹이라는 뭔가 이질적인 요소는 팀의 데뷔 초반만 하더라도 한때 선입견을 갖고 데이식스를 바라보게 만들기도 했다. 6인조로 시작했던 팀은 멤버 탈퇴 등을 거쳐 4인조로 축소되는 우여곡절도 경험했다.  

2017년 매월 2곡의 신곡을 발표하고 콘서트도 여는 'Everyday DAY6' 프로젝트를 거치면서 밴드로서의 음악적 성장을 이뤄낸 이들은 탄탄한 실력을 갖춘 그룹으로 어느새 인정 받았다. 그런가 하면 각 멤버들도 솔로 음반, 피처링 등을 통해 다채로운 매력을 속속 뽐내고 있다. 성진-영케이-원필 등 개성 강한 목소리가 조화를 이루면서 안정감 있는 악곡과 연주와 결합된 음악은 이젠 확실한 보증수표 같은 완성도를 언제든지 보여주고 있다. 

"데뷔 1주일 만에 1위" 같은 깜짝 돌풍이 흔한 요즘 음악계에서 데이식스의 행보는 좋은 본보기를 만들어 준다. 보컬 멤버로 회사에 입사했지만 댄스그룹을 준비하다 악기 연습을 하게 되는 등 본인 스스로 밴드로 데뷔할 거라 예상하지 못했던 팀이 바로 데이식스였다. 비록 출발은 늦었고 남들 안 하는 장르(록)라는 약점은 이제 남들과는 구별되는 팀의 차별화를 이뤄냈다. 생동감 넘치면서 수려한 멜로디로 조용히 음악팬들의 귀를 즐겁게 만들어준 4인조 그룹은 이제 우리 음악계의 역주행 모범 사례에 자신들의 이름을 새롭게 아로새겼다.

덧붙이는 글 |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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