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플래너 안 쓸래요" ‘비동행 웨딩’ 바람

이지은 2024. 1. 3.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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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식비 아껴서 신혼집 가전제품 하나라도 더 사는 게 낫죠."

올해 9월 결혼을 앞둔 박지영 씨(29)는 최근 웨딩플래너 없이 예비 신랑과 둘이서만 드레스 매장을 방문했다.

오는 5월 결혼을 앞둔 유모 씨(31)는 "요즘 예식장 식비가 올라 식대가 7만원에서 10만원까지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보증 인원도 최소 250명이라 식대로만 1000만원 훌쩍 넘게 돈을 써야 한다. 비동행 웨딩으로 100만원이라도 아껴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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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부지 예식비용에 직접 결혼준비
"불편하지만 100만원이라도 아껴야죠"

"예식비 아껴서 신혼집 가전제품 하나라도 더 사는 게 낫죠."

올해 9월 결혼을 앞둔 박지영 씨(29)는 최근 웨딩플래너 없이 예비 신랑과 둘이서만 드레스 매장을 방문했다. 박 씨는 아직 플래너를 대면한 적이 없다. 플래너와의 대화는 2~3일 건너 주고받는 메시지가 전부다. 박 씨가 드레스와 예식장 취향을 메신저로 전달하면 플래너는 매장을 예약해 전달 사항을 고지해주는 식이다.

박 씨는 다른 예비 신부들과 달리 드레스 소재부터 웨딩홀 예약까지 스스로 선택지를 좁혀나가야 했다. 하지만 비 동행 웨딩으로 예식비를 150만원가량 절약할 수 있었다며 감내할 만한 불편이라고 말했다.

고물가에 예식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비대면 웨딩플래너를 통해 결혼을 준비하는 이른바 '비 동행 웨딩'이 예비부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일반적 웨딩플래너와 달리 비대면 플래너에게는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돼 예식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비 동행 웨딩의 인기는 구글 검색 트렌드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1년간 집계된 구글 검색 통계 따르면, 비 동행 웨딩은 '결혼 준비' 관련 연관 검색어 순위에서 2위를 차지했다. 비 동행 플래너를 주선하는 한 웨딩업체의 온라인 카페 회원 수도 2일 기준 96만명이 넘는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도 비 동행 웨딩 관련 질문 및 후기 게시글이 약 400건 넘게 올라왔다.

비 동행 웨딩은 웨딩업체가 온라인으로 예비부부와 웨딩 플래너를 매칭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통상 플래너는 예비부부들의 결혼 준비 일정을 조율해주고 준비과정을 조언해주는 일종의 비서 역할을 한다. 비대면 플래너는 수수료를 받지 않는 대신 온라인으로 예식 일정 조율을 돕는다.

비동행 웨딩을 선택한 예비부부들은 비용 절감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오는 5월 결혼을 앞둔 유모 씨(31)는 "요즘 예식장 식비가 올라 식대가 7만원에서 10만원까지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보증 인원도 최소 250명이라 식대로만 1000만원 훌쩍 넘게 돈을 써야 한다. 비동행 웨딩으로 100만원이라도 아껴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결혼식의 필수 준비물로 꼽히는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비용은 수백만 원까지 절약할 수 있다. 실제로 대형 비동행 웨딩 3곳의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예약 비용은 160만~200만원 초반대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반대로 동행 웨딩업체는 최소 350만원에서 많게는 700만원이 넘는 곳도 있어 비대면 플래너를 이용하면 150만원에서 최대 400만원까지 예식비를 절감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신혼집 전세금을 모으는 데 저축한 돈을 다 써야 했다는 이 모 씨(34)도 비 동행 웨딩을 택했다. 이 씨는 "서울 구축 아파트 전세금도 거의 4억은 넘어서 가진 돈을 모두 쓰다 못해 대출까지 받아야 했다"며 "여기에 가전제품을 사려면 1000만원은 훨씬 더 드는지라 차라리 결혼식 비용을 줄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결혼식을 위한 블로그를 만드는 예비부부들도 있다. 일부 비 동행 웨딩업체들이 서비스 이용한 후기 글을 올린 고객에게 포인트를 지급하고 있는 점을 활용하기 위함이다. 박 씨는 이 포인트를 위해 매일 1건씩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있다.

그는 "포인트를 모아 결혼 비용을 300만원이나 아꼈다는 사람도 봤다. 예식비 100만원만 아껴도 로봇청소기 한 대를 살 수 있다"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렇게까지 돈을 아껴서 결혼해야 하는지 한숨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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