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야놀자, 인터파크 공연 티켓 관련 통계는 ‘꼼수’

장지영 2024. 1. 3.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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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티켓 판매액’ 대신 ‘공연·티켓 거래액’… 전시, 스포츠 부문 포함 언급 없어
인터파크가 2023년 12월 19일 발표한 ‘2023 공연·티켓 거래액’. 그동안 사용하던 공연 티켓 판매액 대신 공연·티켓 거래액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전시나 스포츠에 대한 수치는 아예 언급돼 있지 않다. 인터파크트리플

‘공연 티켓 판매액’과 ‘공연·티켓 거래액’의 차이는 무엇일까.
국내 최대 티켓 예매 사이트인 인터파크는 매년 2월 초·중순 전년도 공연 티켓 관련 통계를 발표해 왔다. 판매액과 공연 편수, 구매자 특성, 장르별 인기 순위 등을 망라한 인터파크 통계는 그동안 국내 공연시장의 중요한 자료로 사용됐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가 2019년 6월부터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을 운영하면서 2020년부터 전체 공연 티켓 판매 규모를 파악하게 됐지만, 그 이전만 해도 전체 시장의 60% 정도를 차지하는 인터파크의 통계를 토대로 추산했다.

KOPIS는 분산된 공연 티켓 예매정보를 통합하여 공연시장 정보를 제공하는 전산시스템이다. 현재 인터파크, 티켓링크, 예스24, 멜론티켓 등 주요 예매처와 자체발권시스템을 보유한 공연장 등 전국 총 162개 티켓발권시스템과 연계되어 데이터를 수집한다. KOPIS가 2022년까지 대중음악을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에 라이브 엔터테인먼트 산업 규모를 이해하는 데도 역시 인터파크 통계가 중요했다.

그런데, 인터파크가 지난 2022년 5월 여가 플랫폼 기업 야놀자에 인수된 이후 상황이 바뀌었다. 지난 12월 29일 인터파크트리플이 발표한 2023년 티켓 관련 통계는 허술하다 못해 ‘꼼수’라고 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인터파크의 전자상거래 부문을 분리해 야놀자의 종속기업으로 편입한 인터파크트리플은 ‘티켓인터파크, 2023 공연·티켓 거래액 역대 최대 1조 원 돌파’라는 제목의 짧은 보도자료를 12월 29일 공연 담당 기자들에게 일제히 보냈다. ‘1조원’이라는 상징성 때문인지 대부분의 기자가 인터파크 보도자료를 토대로 앞다퉈 기사를 썼다. 앞서 지난해 11월 KOPIS가 3분기까지의 공연 티켓 판매액이 총 8295억인 만큼 분기별 티켓 판매가 가장 높은 4분기를 더하면 1조원 돌파가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다만 인터파크트리플의 보도자료를 보면 볼수록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제목이 ‘공연·티켓 거래액’으로 기존의 ‘공연 티켓 판매액’과 미묘하게 달랐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3년 1월 1일~12월 17일 예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거래액은 역대 최고치인 1조원을 돌파, 코로나19로 위축됐던 공연 수요가 폭발하며 기존 최고 기록이었던 2022년 8459억원보다 18% 이상 늘어났다. 앞서 인터파크의 지난해 2월 보도자료에는 2022년 공연 티켓 판매액이 6651억원으로 나와 있다는 점에 1년도 안돼 수치가 매우 커진 것을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공연·티켓 거래액’이 공연만이 아니라 전시, 스포츠 등의 티켓을 모두 합한 것이기 때문이다. 인터파크는 공연 분야에선 압도적 위상을 자랑하지만 전시와 스포츠 분야에선 다른 티켓 예매 사이트에선 그 반대의 위치다.

문제는 보도자료 안에 전시나 스포츠 수치에 대한 언급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공연·티켓 거래액’을 언급한 후 예매 티켓 수를 밝히지 않은 채 TOP 10에 랭크된 공연으로 뮤지컬 4편, 서커스 1편, 대중음악 콘서트 5편의 이름을 밝히고 있다. 이어 최다 티켓 예매 고객이 515건을 예매했다는 등 고객들의 공연 관람 행태에 대해서도 짧게 서술했을 뿐이다. 지난해 2월 보도자료를 몰랐다면 ‘공연·티켓 거래액’을 ‘공연 티켓 판매액’으로 오해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공연 담당 기자들은 물론 공연계 관계자들도 그렇게 이해했다.

게다가 이커머스 플랫폼이 관행적으로 발표하는 거래액이 ‘실거래액’ 아닌 ‘총거래액’인 경우가 많은 것도 인터파크트리플의 보도자료에 의문을 느끼게 만든다. 총거래액은 취소, 환불 등 실질적으로 수익이 돌아오지 않는 부분까지 거래액에 포함한 것이다. 공연 티켓 예매 사이트의 경우 다른 이커머스 플랫폼과 비교해 캐스팅, 날짜, 시간에 따른 변경이 많아서 취소율이 30%에 이를 정도로 높다. 총거래액과 실거래액과의 차이가 클 수밖에 없는데, 수치를 왜곡해 실적을 부풀리는 행위에 다름없다.

블루스퀘어 등 인터파크가 운영하는 공연장들. 인터파크

끝으로 이번 보도자료가 나온 시점이나 통계를 낸 기간 역시 공연시장의 기본 데이터로 활용하기 어렵다. 공연 티켓의 경우 실제 공연보다 앞서 예매가 이뤄지기 때문에 티켓 판매액은 실제로 공연이 이뤄진 날짜에 맞춰 통계를 낸다. 그래서 한 해가 지난 뒤에야 공연 취소 등을 반영해 2월 초·중순 최종 티켓 판매액을 발표해온 것이다. 오히려 인터파크가 2023년 말 서둘러 발표한 자료는 자칫 공연 시장에 대한 오해나 오류를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해 야놀자 플랫폼 커뮤니케이션팀 관계자는 “인터파크가 매년 2월 초중순에 공연 티켓 판매액 보도자료를 냈던 것을 잘 알지 못했다. 그리고 야놀자는 ‘거래액’을 통계의 기준으로 활용해 왔다. 이번 자료에 나온 거래액은 총거래액이 아니라 실거래액이다”고 해명했다. 이어 “12월에 공연 통계 보도자료를 낸 것은 한 해를 정리하는 의미와 함께 신년 맞이 이벤트(티켓 할인)를 하기 위해서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야놀자 플랫폼 커뮤니케이션팀 관계자는 “‘공연·티켓 거래액’으로 표기하면서 왜 전시와 스포츠 관련 수치는 하나도 없어서 공연 티켓만인 것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키느냐”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지 못했다. 뒤늦게 이번 보도자료의 문제점을 알게 된 공연계 관계자들은 “인터파크는 국내 대표 티켓 플랫폼인 만큼 통계도 신중하게 발표해야 한다”면서 “혹시 이번 보도자료가 향후 인터파크에 대한 야놀자의 운영 또는 입장 변화를 암시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았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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