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마을 걷고 기도하고 묵상… 어느새 마음에 평안이

장창일 2024. 1. 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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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끝자락이었던 지난달 29일.

기자를 맞이한 가평우리마을재단 상임이사 오경제 목사는 "쁘띠프랑스를 설계한 강병근 건국대 교수가 이곳도 설계해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가평우리마을을 세운 주체는 분당우리교회(이찬수 목사)다.

인공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숲속 마을을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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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휴식과 회복의 공간 ‘가평우리마을’ 가보니
경기도 가평의 가평우리마을 전경. 청평호와 접한 나지막한 언덕에 붉은색 지붕을 얹은 건물들이 동화 속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가평=신석현 포토그래퍼


한 해의 끝자락이었던 지난달 29일. 달리는 차 옆으로 청평호가 시원하게 펼쳐졌다. 얼마나 달렸을까. 나지막한 언덕에 붉은색 지붕을 얹은 유럽풍 건물이 여러 채 보였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가평우리마을’이었다. 인근 프랑스 문화마을 테마파크인 ‘쁘띠프랑스’와 닮은 외관이 눈길을 끌었다.

기자를 맞이한 가평우리마을재단 상임이사 오경제 목사는 “쁘띠프랑스를 설계한 강병근 건국대 교수가 이곳도 설계해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가평우리마을을 세운 주체는 분당우리교회(이찬수 목사)다. 교회는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에게 쉼과 회복을 주기 위해’ 이 공간을 만들었다. 적지 않은 교회가 교외에 기도원을 세우는 것과 사뭇 다른 행보다.

가평우리마을에 조성된 기도실 내부 전경. 가평=신석현 포토그래퍼


시설 안팎으로 조성된 수려한 경관만 보면 흡사 고급리조트 같지만 위락시설은 아니다. 교회는 장애인과 상처받은 이들을 비롯해 소외 이웃을 위한 공간으로 자리잡길 꿈꾸고 있다. 축구장(7140㎡) 9개를 합쳐 놓은 면적인 6만6115㎡(2만여평) 부지에 장애인 작가를 위한 갤러리, 기도실, 도서관, 체육관, 장애인과 가족을 위한 숙소 등 20개 가까운 건물이 들어서 있다. 방대한 규모와 세심하게 조화를 이룬 건축미가 연신 감탄사를 자아내게 만들었다.

이찬수 목사는 최근 교회 회지에 가평우리마을을 ‘복지적 섬김의 공간’으로 규정했다. 이 목사는 “긴 기다림 끝에 가평우리마을이 문을 열었는데 우선 성도들께 휴식과 회복을 주는 쉼터가 되길 바란다”면서 “조금 더 자리잡은 뒤 장애인과 그 가족, 소외계층 등 도움이 필요한 여러 계층을 위한 휴식 공간으로 확장해 복지적 섬김을 실천하고 더 나아가 신앙이 없는 분도 기독교의 환대를 체험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가려 한다”고 말했다.

휠체어 장애인의 이동을 돕기 위해 설치된 경사로. 가평=신석현 포토그래퍼


‘배리어프리(barrier free)’ 개념을 도입해 설계한 시설 곳곳에는 장애인 램프가 설치돼 있었다. 장애인 숙소동은 휠체어가 움직이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배려한 흔적이 엿보였다. 배리어프리는 장애인도 편하게 살 수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제도적 장벽을 허무는 걸 의미한다.

공간이 주는 평안함은 가평우리마을의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인공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숲속 마을을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실내로 들어가면 ‘숨’이라는 이름의 아로마 향이 풍겼다. 이 향은 건축을 위해 처음 퍼냈던 흙냄새를 구현해 냈다.

‘침묵 티 하우스’에서 묵상하고 있는 방문객들. 가평=신석현 포토그래퍼


회복과 쉼, 치유와 묵상을 위한 시설이라는 건 ‘침묵 티 하우스’에서 깊이 체감할 수 있었다. 청평호 방향으로 배치된 개인 좌석은 티 하우스의 상징과도 같다. 조용한 시설에서도 유독 고요한 곳으로 꼽을 만했다. 티 소믈리에의 안내를 따라 각 계절에 어울리는 잎과 꽃, 열매, 뿌리를 우려낸 차를 음미하며 묵상하는 자리다. 20분 남짓 묵상하며 찬송가 79장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를 마음속으로 읊조렸다. 지난 한 해 동안 마주한 일들로 탁해진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았다.

가평우리마을은 전 재산을 기탁한 한 권사의 헌금이 마중물이 됐다. 이후 한 집사 부부가 부지 전체를 기증하면서 구체화됐다. 이외에도 적지 않은 교인들의 후원과 기도로 완공됐다. 30여개의 객실도 있는데 일반인이 홈페이지를 통해 자유롭게 예약해 묵을 수도 있다.

오 목사는 “장애인과 소외계층뿐 아니라 자립준비 청년과 청소년을 위한 공간으로도 적극 활용할 예정”이라며 “이웃 섬김의 사명을 가진 교회가 완전히 새로운 접근을 한 첫 사례로, 유익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차근차근 사역을 확장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가평=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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