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넣고 뺄 수 있는 아파트 나온다… 평면의 진화

강창욱 2024. 1. 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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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앤땅]
롯데건설이 최근 공개한 신개념 주거평면 '이고 스페이스' 예시. 롯데건설 제공


건설사들이 ‘3베이·4베이’ ‘방 셋에 화장실 둘’ 등으로 정형화한 아파트 실내 구조에 변화를 주며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현관 주방 화장실 알파룸 등 각 공간 형태를 소비자 취향에 맞춰 재구성한 평면부터 거주자가 원하는 대로 벽을 세워 직접 공간을 구성할 수 있는 기술까지 선보였다.

롯데건설은 가족 수와 미래 소비층 니즈를 반영해 새롭게 구성한 전용면적 84㎡ 기준 주거 평면을 최근 공개했다. 염두에 둔 소비자는 1980~90년대생이다. 평면 연구에 참여한 설계 전문가들도 같은 연령대로 구성했다.

새 평면은 자신만의 공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한 ‘이고 스페이스’와 밖에서 하던 활동을 집에서도 할 수 있도록 한 ‘엔터 라운지’로 구별된다. 주방을 콤팩트하게 변형하고 화장실 등을 해체·재조합하면서 현관 공간을 넓혔다. 확장한 현관 공간을 어떻게 쓸지로 ‘이고 스페이스’냐, ‘엔터 라운지’냐를 선택하게 된다.

롯데건설 '엔터 라운지' 평면도. 롯데건설 제공


엔터 라운지 평면은 현관에서 이어지는 별도 공간을 가족끼리나 지인, 반려 동·식물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한 구조다. 초점을 어디에 맞추느냐에 따라 식물 특화, 반려동물 특화, 육아 특화, 홈오피스 특화 공간이 된다.

이고 스페이스 평면은 다양하게 꾸밀 수 있는 독립 공간과 거실 사이에 작은 테라스(이고 테라스)를 둬 두 공간이 완전히 구분된 느낌을 주도록 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고 스페이스를 넓게 쓰고 싶으면 테라스까지 활용하면 된다. 롯데건설은 다도, 홈트레이닝, 홈스파, 악기연주 공간으로 각각 구성한 특화 예시를 제시했다.

두 평면은 욕실 겸 화장실 배치가 다르다. 엔터 라운지는 여느 아파트처럼 샤워부스가 딸린 화장실을 거실에서 침실로 이어지는 복도로 뺐고, 이고 스페이스는 독립 공간 바로 옆(현관 앞)에 붙여 멀리 가지 않아도 되도록 했다. 이들 평면은 기존 30평대 아파트의 작은 방으로 쓸 공간을 하나 통째로 활용하는 식이라 침실은 2개가 된다.

롯데건설 '이고 스페이스' 평면도. 롯데건설 제공


삼성물산은 아파트를 지탱하는 기둥을 주거 공간 밖으로 배치하는 ‘넥스트 라멘구조’를 개발하면서 모듈 방식(조립식) 건식바닥과 벽체로 실내를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는 ‘인필(채워넣기식) 시스템’을 함께 고안했다. 어디 하나 튀어나온 곳 없이 사방이 평평한 실내 공간을 확보하고 이곳을 거주자가 원하는 대로 채울 수 있게 했다.

기둥식 구조라고도 부르는 라멘구조는 기둥 위에 보를 대고 슬래브(아래층 천정이자 위층 바닥이 되는 콘크리트판)를 얹으며 건물을 올리는 공법이다. 기둥이 건물을 떠받치기 때문에 실내에 벽체를 자유롭게 세울 수 있지만 기둥과 보가 집 안 곳곳에 돌출되고 가구나 가전을 배치하기 어렵게 한다는 게 단점이었다. 이 때문만은 아니지만 국내 아파트는 대부분을 기둥 대신 콘크리트 벽체 위에 슬래브를 얹는 벽식구조로 짓는다.

삼성물산은 벽식구조를 탈피하고 라멘구조의 단점까지 극복하면서 평면 구성의 유연성을 높였다. 옷장 책장 같은 가구이면서 하나의 벽이 되는 자립식 가구는 일반 붙박이 가구처럼 한번 설치하면 고정되는 게 아니라 언제든 원하는 위치로 옮겨가며 공간을 재구성할 수 있다. 욕실은 공장에서 미리 제작해 집 안에 배치하기만 하면 되도록 했다.

이동 가능한 자립식 가구를 직접 움직여 공간을 재구성하는 모습의 예시. 삼성물산 제공


넉 달 전 이 시스템 공개 당시 김명석 삼성물산 주택본부장은 “지금까지 집에 라이프스타일을 맞춰왔다면 차세대 래미안(삼성물산의 아파트 브랜드)에서는 집이 고객의 삶을 맞춰가는, 진정한 의미의 주거 패러다임이 실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새로운 구조와 평면 개발 등을 마무리해온 삼성물산은 올해 시험 적용으로 성능을 검증할 계획이다.

대우건설은 아파트 증축형 리모델링 사업에 적용하는 특화 평면을 최근 리뉴얼(재단장)했다. 리모델링 특화 평면은 비확장 발코니, 욕실·수납공간 부족 등 구축 아파트가 가진 여러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2022년 개발됐다. 기존 아파트가 어떤 구조였느냐에 따라 계단식 관통형, 계단식 일반형, 복도식 1베이, 복도식 2베이로 나뉜다.

계단식 관통형은 계단실을 기준으로 두 가구의 현관문이 마주 보는 타입이다. 이 평면을 40평형 이상 대형 면적에 적용하는 경우 전용면적 20%가 늘어난 증축 평면에서 ‘침실 4, 욕실 3, 가족실’ 구성과 세대분리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세대분리형은 아파트 한 채를 두 개의 거주공간으로 나눠 현관, 욕실, 주방 등을 독립시킨 구조다.

대우건설 리모델링 리뉴얼 평면의 내부 테라스(그린라이프 테라스) 예시. 대우건설 제공


40평형 이상에는 샤워부스와 욕조가 함께 있는 대형 부부욕실을 설치하고 현관 입구에 의류 관리기와 건식 세면대를 배치했다. ‘집 안에 들이는 자연 한 평’이라는 콘셉트로 ‘그린라이프 테라스’라는 이름의 내부 테라스를 조성한 것도 차별점이다. ‘시그니처 아일랜드와 조망형 다이닝’ 조합으로 꾸밀 땐 주방에 대형 아일랜드 작업대 겸 바 테이블이 놓인다. 거실 쪽 알파룸의 비내력벽을 없애고 거실과 연결된 카페 같은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

계단식 관통형 중 기존 34평형을 증축한 101타입에는 테라스하우스처럼 돌출 개방형 발코니를 적용했다. 실내에는 정원, 홈카페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발코니 공간을 설치했다. 계단식 일반형과 복도식 1베이·2베이 타입도 전면과 후면을 확장해 침실과 거실 공간을 추가로 확보하고 주방을 개선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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