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 "데뷔 30주년, 아직도 연기하는 현장이 설레" [D:인터뷰]

류지윤 2024. 1. 1.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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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33일 만에 천만 돌파

배우 정우성이 1994년 '구미호'로 데뷔한 이후 약 30년 만에 '서울의 봄'으로 첫 '천만 배우'라는 영광을 거머쥐었다. 정우성의 역대 출연작 중 최고 흥행 영화는 668만 명이 관람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이었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영화로 사회적 신드롬을 일으키며 개봉 33일 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지난해 '범죄도시3' 이후 두 번째 천만 영화다. 개봉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관객 수는 하락하지 않고 있다. 1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12월 31일 '서울의 봄' 일일 관객 수는 32만 6435명으로 박스오피스 1위인 '노량: 죽음의 바다'와 약 2만여 명 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정우성은 김성수 감독에게 '서울의 봄' 이태신 역을 제안 받고 거절했었다. 전작 '헌트'(2022) 속 캐릭터와 유사해 보이는 지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에 김성수 감독은 끊임없이 정우성을 설득했고, 결국 제안을 받아들였다. 사실 정우성은 '비트', '태양은 없다', '무사', '아수라'까지 함께했던 김 감독이기에, 우려보다 신뢰가 컸다.

"하든 안 하든 모니터링을 함께 해달라고 부탁하셨어요. 보면서 '어려운 작품을 하시네?' 싶었고 캐스팅 과정도 전해 들었어요. 저에게 제안이 오겠다는 예상도 했고요. 그런데 제가 '헌트'를 끝낸 직후라, 거절했죠. 두 작품 모두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인물의 대척점에 있어 유사한 구도였거든요. 제가 거절하는 이유를 말씀드렸더니 개봉 시점과 내용도 전혀 다를 거라고 자신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일단 하겠다고는 했는데 이태신을 어떻게 그려야 할지 몰라 감독님께 마음적으로 많이 의지했어요."

정우성이 연기한 이태신의 모티프가 된 실존 인물은 장태완 수도경비사령관이다. 그러나 정우성은 오히려 실존 인물에서 한 발 짝 떨어져 이태신을 만들어가려고 했다.

"영화를 준비하기 위해 모티프 사건을 공부할 때도 있지만, 이태신만은 이야기에서 멀어진 채 찾아가는데 집중했습니다. 각자 사회 구성원으로 맡고 있는 직업이 있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이태신이라는 사람은 자신의 군부에 충실하고 수도 사령관으로서 정당성을 지키려는 인물이죠. 대의명분에 자신을 얻으면 배타적이고 맹목적일 수 있는데, 이태신은 남들이 어떻게 사는지 보다는, 자신의 본분에 충실하려는 점을 잘 표현해 보고 싶었습니다."

이태신은 반복되는 하나회와의 전쟁에서 궁지에 몰리게 된다. 다른 인물들은 고함을 지르고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고함을 지르고 협박을 일삼지만 이태신은 그런 상황 속에서도 감정적으로 표출하지 않는다. 정우성은 그것이 이태신을 완성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차분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했어요. 개인적으로 다가옴에 있어서 이성적으로 대처하려고 했어요. 부딪치는 게 아니라 한걸음 뒤에서 물러서고 바라보고 관찰하고 이해하려고 했죠. 영화 보신 분이 '캐릭터를 떠나 정우성이라는 바다에 황정민이라는 고래가 헤엄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라고 해주셨어요. 감독님은 처음에 불과 불의 대결을 떠올렸는데, 점차 '이건 불과 물의 싸움이 돼야겠다'라고 생각이 바뀌셨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물의 이태신을 지향했기에, 그 표현을 듣고 감동했죠."

정우성은 민머리 특수 분장을 한 전두광 역의 황정민이 부러웠다. 분장의 기운까지 황정민을 돕는 것만 같았다. 정우성은 모든 분장을 마친 후 현장에서 만난 황정민에게 타 죽지 않으려고 엄청 노력했다고 밝혔다.

"보통 페르소나, 가면이라고 하는데, 그 가면 뒤에 숨을 수 있는 캐릭터라 너무 부럽더라고요. 테스트컷만 봐도 정민 형의 기세가 느껴졌어요. 배우가 의상을 입는 순간 의상을 통해 얻는 기운이 있는데 이태신은 흰머리를 붙이는 게 전부였거든요."

'서울의 봄'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결말을 모두 알고 있다. 역사가 스포일러인 '서울의 봄'이 가지고 있는 진정한 무기는 다양한 인간의 본능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사건의 결말을 보여준다기 보다는 감독님은 사건이라는 큰 틀 안에서 인간을 보이고 싶어 했습니다.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죠. 사건의 승자와 패자를 가르려 하지 않는구나를 느꼈어요. 저는 이태신이라는 인간이 자기 본성에 대한 선택을 보여주면 됐어요. 우리 모두에게 전두광이 있을 수도 있고, 육군본부의 우유부단한 장군들이 있을 수도 있고, 또 이태신 처럼 자기 직무에 충실한 사람도 있을 수도 있어요. 다만 이태신을 통해 어떤 의미가 전달되길 원하지는 않았고요.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캐릭터는 그 의미를 따라가게 되니까요. 의무는 주어지는 거지 강조해서도 전달할 수도 없다고 생각해요. 다수가 공감할 때 의미가 되는 거죠."

2023년 정우성은 연출작 '보호자'를 통해 상업 영화 감독으로 관객과 만났으며 '서울의 봄'을 개봉시켰고 현재 ENA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에 출연 중이다.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은 정우성은 그 동안의 활동을 되돌아보며 여전히 연기에 대한 설렘을 가질 수 있음에 감사했다.

"몇 년 동안 미친 듯이 달렸구나 싶어요. 일이 있음에 감사하고, 현장이 즐거워요. 작품이 얹어준 피로도, 다른 작품으로 해소하고 보상 받는 느낌이거든요. 그런데 이제 조금 차분히 돌아보고 한 템포 쉬어야 하지 않나란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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