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공급 줄어 상저하고” vs “PF위기 번지면 최악 침체”
지난해 부동산 시장은 ‘상고하저(上高下低)’의 흐름을 보였다. 연초부터 정부가 대대적인 규제 완화에 나서면서 상반기에는 집값이 상승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10월 이후 조정되는 분위기다. 고금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집값이 다시 오르면서 부담을 느낀 수요자의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와 반대인 ‘상저하고(上低下高)’를 전망하는 의견이 우세하다. 다만 상승과 하락 요인이 혼재해 불확실성은 지난해보다 더 클 것으로 예측된다. ▶주택 공급난 우려에 따른 전세 시장의 움직임 ▶정부의 규제 완화 수준 ▶금리 인하 시점 ▶PF(프로젝트파이낸싱)와 가계 대출 증가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 등에 따라 부동산 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주택 공급 부족은 상승 압박 요인으로 꼽힌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전국 주택 인허가 물량은 29만4471가구로 2022년 같은 기간보다 36.9% 줄었다. 착공은 17만378가구로 같은 기간 52.4% 감소했다. 인건비와 원자잿값이 치솟으면서 공사비 부담이 커진 데다 부동산 PF 시장 경색으로 건설사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서다.
전셋값 상승세도 향후 매맷값을 끌어올릴 변수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는 1만921가구로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00년 이후 가장 적다. 새 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하면 통상 30% 정도는 전·월세로 나오기 때문에 신규 입주 물량은 전·월세 시장 안정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올해 전셋값이 전국 2.7%, 서울 4.0%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27조원 규모의 ‘신생아특례대출’과 20조~30조원 규모의 ‘청년주택드림대출’ 등을 통한 부동산 시장으로의 유동성 확대도 집값 상승세를 부추길 수 있다. 지난해 초 집값 반등을 주도한 ‘특례보금자리론’(약 40조원 규모)의 역할을 대체할 것이란 전망이다. 또 메가시티 논의, 1기 신도시 정비사업 추진 속도,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등이 ‘집값 불쏘시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금리 움직임도 지켜봐야 한다.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지난달 29일 기준 주담대 고정금리는 연 3.34~5.66%로 집계됐다. 지난달 초(3.82~6.12%)와 비교하면 하단 기준 0.5%포인트가량 낮아졌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올해 2분기까지는 보합세를 보이다 금리 인하 시점이 드러날 3분기 이후에는 소폭 상승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많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여전히 집값이 높은 수준이고, 경제 위기 우려도 상존한다”며 “지역과 상품에 따른 양극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구조 개선작업)으로 드러난 PF 부실과 가계대출 증가 등에 따른 금융시장의 불안은 집값 하락 압박 요인이다. 두성규 목민경제연구소 대표는 “부동산 PF 위기가 금융권으로까지 전이될 경우 최악의 부동산 침체기를 경험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일단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할 목적으로 스트레스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도입하는 등 대출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PF로 인한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수요가 살아나야 하지만 정부는 당장 수요진작책을 쓰기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도 최근 “여러 규제를 신속하게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수요를 자극할 수 있는 부분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가 정부에 요구하는 대책은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 완화, 미분양 주택 세제 완화, 오피스텔 주택 수 제외 등이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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