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보다 워라밸”… 대기업 생산직 2040세대 구직 줄섰다

김혜원,황민혁 2024. 1. 1. 04:09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교대 근무제 특성상 정해진 시간에만 일하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철저히 보장받습니다. 특근이나 야근을 하면 수당 계산이 확실하고요. '꼰대' 상사의 업무 지시 스트레스가 없는 것도 장점이죠."

A씨는 31일 "아무래도 육체적 노동 강도는 센 편이지만 교대 근무 특유의 시간 배분으로 계획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다"면서 "관리자의 고압적인 지시나 간섭으로부터도 자유로워 현재 직무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신노동의 시대]
‘공돌이’ 비하 옛말… 고연봉·정년보장 인기
‘퇴근 후 온전한 자기 시간’ 최대 강점 꼽혀

“교대 근무제 특성상 정해진 시간에만 일하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철저히 보장받습니다. 특근이나 야근을 하면 수당 계산이 확실하고요. ‘꼰대’ 상사의 업무 지시 스트레스가 없는 것도 장점이죠.”

현대자동차그룹 생산직 직원 A씨(34)의 말이다. 그는 완성차 최종 공정인 의장 파트에서 전장 부품과 배선 작업을 담당하고 있다. 입사 10년 차인 A씨는 1직 근무 주간에 오전 7시에 출근해 오후 4시 전 칼같이 공장을 빠져나온다. 사내 배드민턴 동호회에서 땀을 흘린 뒤 귀가해도 시간이 넉넉해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하다. 부인과 자녀 둘과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최근에는 캠핑카도 샀다. A씨는 31일 “아무래도 육체적 노동 강도는 센 편이지만 교대 근무 특유의 시간 배분으로 계획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다”면서 “관리자의 고압적인 지시나 간섭으로부터도 자유로워 현재 직무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A씨는 세전 9000만원대 연봉을 받으며 사실상 공무원처럼 정년을 보장받는, 이른바 대기업 ‘킹산직’(왕을 뜻하는 킹과 생산직의 합성어)이다.


상대적으로 학력 대비 높은 연봉과 60세 정년을 보장하는 대기업 생산직은 자동차를 비롯해 정유·석유화학, 철강, 반도체 등 제조업 채용시장에서 사무직 이상의 인기를 끌고 있다. 취업준비생들이 생산직 인기 최상위 기업으로 꼽는 국내 한 정유사 7년 차 직원 B씨(28)도 업무 강도 대비 높은 연봉과 풍성한 복지, 무엇보다 퇴근 후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점을 최대 강점으로 꼽았다. B씨는 “다른 직군에 비해 승진 경쟁 부담이 덜하고 일반 사무직보다 고용 안정성이 뛰어난 편”이라며 “전문성과 기술력이 필요한 분야라서 경력이 쌓일수록 개인 역량도 기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 킹산직의 일상에는 광풍에 가까운 대기업 생산직 인기의 비결이 담겨 있었다. 특근이나 잔업 수당을 포함해 연간 1억원 안팎의 돈을 손에 쥐면서 명문대 출신의 대기업 사무직 친구보다 물질적으로 부족하지 않고, 정신적으로는 보다 여유로운 삶을 산다는 자부심이 크다. 예전에는 ‘공돌이’라는 사회적으로 비하하는 인식이 깔려 있었지만 그런 시각은 거의 사라졌다.


대기업 생산직은 채용문이 비좁지만, 입사하기만 하면 중도이탈 없이 정년까지 근속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고졸 또는 2년제 전문대 등 저학력의 2030세대가 기댈 마지막 취업시장이기도 하다. 국민일보와 인터뷰한 A·B씨 모두 다시 취업 시기로 돌아가도 사무직을 택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기업 인사 담당자는 “4년제 대졸자나 이미 취업한 직장인이 자격증을 따 생산직에 재도전하는 사례도 많다”면서 “40대 이상도 심심찮게 눈에 띄며 영업 직군에서 생산직 전직 신청을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생산직 전성시대에도 ‘그늘’은 있다.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간 양극화 현상이 대표적이다. 서울시 강남 소재 회사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던 C씨(28·여)는 인천시 남동공단에 있는 화장품 업체 생산직으로 이직해 극심한 스트레스에서는 벗어났다. 다만 C씨의 급여 수준은 최저임금을 겨우 넘는다. C씨는 “일터에 20대는 나 혼자고 40~50대 여성이나 외국인 노동자가 많다”면서 “출근 당일 야근 통보를 받는 경우가 주 1~2회로 근무 여건은 열악한 편”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하도급사 생산직 D씨(32) 역시 “원청사 직원을 보면 처우가 하늘과 땅 차이라서 박탈감을 느낀다”고 했다.

김혜원 황민혁 기자 kime@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