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장 예약 다 끝났어요" 서울 열 중 일곱은 '4일장'

김민욱, 김민주 2023. 12. 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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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와 계절 등 영향으로 사망자가 늘면서 화장시설이 부족해지자 삼일장이 사라지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의 한 화장시설 자료사진. 뉴시스

고령화로 사망자는 늘어나는 데 화장(火葬)시설은 부족하다 보니 전국 곳곳에서 화장대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장사시설 이용이 쉽지 않자 아예 4일 이상 장례를 치르는 유족이 늘고 있다.


대도시 화장시설 늘 '예약 전쟁'


28일 한국장례문화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24일까지 전국적으로 사망 후 3일 차 화장 비율은 63.8%로 집계됐다. 4일 이상 대기했다가 화장한 비율은 36.2%다. 장례 문화로 3일장을 선호하는 가운데 국민 10명 중 4명 가까이가 4일 이상 장례를 치렀다는 의미다. 3일장 수요를 화장시설이 받쳐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별로 보면 더 심각하다. 서울은 이달 들어 3일차 화장률이 33.6%까지 떨어졌다. 전국에서 가장 낮다.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화장예약서비스 ‘e하늘’ 시스템을 보면 28일 오전 9시 기준 서울시가 운영 중인 화장장인 승화원(경기도 고양시)과 추모공원(서초구) 2곳 모두 30일까지 예약이 꽉 찼다. 시간이 지나면서 중간중간 예약 취소가 발생하긴 하나 금세 새 예약이 접수됐다. 28일 숨진 서울 시민의 유족은 강원도·충북 등지로 원정 화장을 떠나지 않으려면 발인을 하루 이틀 미룰 수도 있다. 원정 화장을 하면 비용이 최대 8배가량 더 든다고 한다. 다른 지자체 주민에겐 화장 비용을 비싸게 받기 때문이다.
신재민 기자


사망 전 화장장 예약...유골함 임시안치도


인천지역 유일 시립 화장장인 인천가족공원도 30일까지 예약이 찼다. 이달 3일 이내 화장률 45.8%를 보인 경기도는 그나마 도내 4곳 화장장 가운데 성남시장례문화사업소와 용인평온의숲만 30일 일부 시간대 화장로 예약이 가능했다. 대도시인 부산·대구 등도 3일 차 화장이 어려운 건 마찬가지였다. 부산시 유일 공설 화장시설인 영락공원에서도 이달 들어 3일 차 화장률이 한때 57.2%를 기록했다. 장례업계에 따르면 사망진단 전 아예 화장장을 예약해두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지자체는 3일장 수요를 맞추려 임시 화장로를 가동하거나 화장로 운영시간을 늘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유골함을 하루 동안 임시 안치하기도 한다. 한 장례지도사는 “요즘 해가 짧다. A화장장은 오후 늦게 마지막 화장하고 나면 날이 어두워진다”며 “이러면 어쩔 수 없이 유골함을 납골당 대신 유족 차량 트렁크나 집에 임시 안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서 어르신들이 장기를 구경하고 있다.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뉴스1

'다사(多死)사회' 오는데 화장장 태부족


화장시설이 부족한 것은 그만큼 짓지 않아서다. 혐오시설로 분류된 화장장은 대부분 입지선정부터 격렬한 반대에 부딪힌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전국 화장시설은 61곳이며 연간 34만6680구를 화장할 수 있다. 지난해 화장한 사망자(34만2128구)보다는 많아 보이나 사망 시기, 지역이 다르다 보니 3일장 수요와 공급 간 불일치 현상이 일어난다.

전문가들은 초고령화에 따른 ‘다사(多死) 사회’가 되면, 화장 대란을 걷잡을 수 없다고 한다. 통계청은 2030년대 사망자가 41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계했다. 이는 현재 화장 가능 용량을 넘는다. 그나마 경기도 양주시가 백석읍에 새 화장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 시설도 2028년에나 첫 삽을 뜰 전망이다.


전문가, "3일장 장례문화 근본 변화를"


박태호 장례와 화장문화연구포럼 공동대표는 “양주처럼 화장장을 지을 수 있는 곳은 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행정절차를 줄여줘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3일장 대신 유족 상황에 맞게 3일 이내 장으로 치르는 장례문화를 장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민욱·김민주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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