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구 아파트 화재에 두딸 살리고 떠난 아빠…눈물의 발인

나경연 2023. 12. 28.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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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성탄절 새벽 서울 도봉구 아파트 화재 당시 생후 7개월, 두살 난 딸들을 살리고 숨진 박모(33)씨의 발인이 28일 진행됐다.

평소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박씨의 발인은 가족과 교회 신도, 지인 등 약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예배 형식으로 진행됐다.

박씨의 아내 정모(33)씨는 사고로 인한 부상으로 어깨와 허리에 골절상을 입어 발인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날 오전 7시쯤 서울 노원구의 장례식장에서도 같은 화재로 숨진 임모(37)씨의 발인식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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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구 한 병원에 차려진 박모(33)씨 빈소. 연합뉴스.


지난 성탄절 새벽 서울 도봉구 아파트 화재 당시 생후 7개월, 두살 난 딸들을 살리고 숨진 박모(33)씨의 발인이 28일 진행됐다. 유족과 지인들은 눈물로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이날 오전 7시30분쯤 서울 동대문구 한 병원에 마련된 빈소에 박씨를 배웅하기 위한 지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평소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박씨의 발인은 가족과 교회 신도, 지인 등 약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예배 형식으로 진행됐다.

조문객들은 빈소 앞 고인의 사진을 보며 한참 서서 말을 잇지 못했다. 턱시도를 입고 활짝 웃는 사진은 결혼식 사진으로 알려졌다. 빈소에 들어가기 전 재차 심호흡하던 여성은 “같은 교회에 다니고 있다. 너무 많이 울어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다”며 눈물을 훔쳤다. 박씨와 같은 교회를 다니는 조문객들은 그를 신앙심이 깊은 사람으로 기억했다. 아내도 교회 청년부 활동을 하다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발인에 참석하기 위해 빈소로 향하던 고인의 대학 동창은 동아리 이름이 적힌 근조화환 문구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는 “빈소에서 발인 전 마지막 예배를 드리기로 했다”며 침통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박씨는 대학에서 학생회장을 맡을 정도로 교우관계가 좋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장례식장엔 ‘평생 함께할 친구들 일동’ 등 중·고교 동창과 대학교 내 모임에서 보내온 화환 10여개가 놓여 있었다.

박씨의 직업은 약사였다. 그의 부모님과 친누나 역시 약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박씨가 가족들을 보며 자연스럽게 약사를 꿈꿨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와 함께 일했던 동료들은 박씨를 ‘따뜻하고 친절한 사람’이라고 기억했다.

박씨의 운구차를 둘러싸고 마지막 기도를 하고 있는 유족과 조문객들. 나경연 기자


오전 8시쯤 빈소에서 여러 사람의 흐느낌 소리가 찬송가와 함께 들려왔다. 30분쯤 지나 예배를 마친 유족들이 운구 차량이 있는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이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서로의 어깨에 기대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울음을 그치지 못한 유족들은 옆 사람들의 부축을 받으며 겨우 주차장까지 걸어갔다.

운구 차량 앞에서 마지막 기도를 마친 이들은 다 같이 찬송가를 불렀다. 몇몇 이들은 찬송가를 부르다가 목이 메는 듯 힘겨워했고, 찬송가가 끝나갈 때쯤에는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유족들은 아예 주저앉아 “어떡해”라며 오열했다.

박씨의 아내 정모(33)씨는 사고로 인한 부상으로 어깨와 허리에 골절상을 입어 발인에 참석하지 못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부상 정도가 심해 자유롭게 이동이 힘든 상황이다. 전날 오후 박씨의 입관 때에도 구급 침대에 실린 채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7시쯤 서울 노원구의 장례식장에서도 같은 화재로 숨진 임모(37)씨의 발인식이 진행됐다. 화재 최초 신고자인 임씨는 가족들을 모두 대피시키고 자신은 화재 현장을 빠져나오지 못했다.그는 11층 계단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임씨의 사인을 ‘연기 흡입으로 인한 화재사’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26일 소방 당국, 한국전기안전공사 관계자 등 총 21명의 인력을 투입해 화재 현장 합동감식을 진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합동감식결과 브리핑에서 “현장에서 인적 요인에 의한 발화를 뒷받침하는 결정적 증거물이 나왔다”며 “부주의에 의한 발화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결정적 증거물은 담배꽁초와 라이터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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