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금융권’ 고금리에 상생금융, 대형 횡령까지 다사다난

조계원 2023. 12. 2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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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의 2023년 계묘년이 마무리되고 있다. 금융권은 올해 계속되는 고금리 충격과 반복되는 금융사고에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이는 국민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상생금융과 금융사의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변화를 불러왔다. 금융사들의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한 행보는 올해를 넘어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고금리가 불러온 이자장사 비판과 상생금융

2023년 많은 국민이 대출 이자 상환에 허덕였다. 코로나19 대유행 전 1~2%에 불과하던 대출금리가 5%대까지 치솟은 고금리 상황이 올해까지 지속된 영향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취급은행 가계대출 금리는 올해 1월 4.84%에서 3월 5%를 넘어섰으며, 11월 5.08%까지 상승했다. 

금융권은 국민의 고통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코로나 시기 늘어난 대출과 고금리 영향을 받아 막대한 순익을 기록했다. 4대(KB‧신한‧하나‧우리) 금융지주의 3분기까지 누적 순익은 13조6000억원으로 역대급 수준을 보였으며, 연간 실적은 16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금융권을 향한 ‘무리한 이자 장사’ 비판을 불러왔다. 특히 연초 은행권의 성과급을 두고 돈 잔치 비판이 거셌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2월 “'은행 돈 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원회는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하면서 상생금융이 올해 금융권 주요 화두로 등장했다. 

이에 3월 은행을 중심으로 금융권의 1차 상생금융 방안이 나왔다. 당시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은 총 6000억원대 금융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대출금리 인하와 수수료 면제 등 국민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이 핵심이다.

다만 계속되는 고금리 상황에 경기 침체까지 발생하면서 금융권을 향한 2차 상생금융 요구가 다시 제기됐다. 이번에도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 강도 높은 비판에 나섰고 정치권에서는 횡재세 도입을 위한 법안까지 발의됐다. 

정부의 압박에 은행권은 이달 2조원 규모의 지원방안을 추가로 발표했다. 2차 상생금융 방안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이자를 1조6000억원 환급하는 내용이 골자다. 은행권은 정부의 요구에 따라 코로나19와 고금리·고물가 상황에 몰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지원에 중점을 두고 2차 상생금융 방안을 마련했다.

이밖에 계속된 고금리 상황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의 악화를 불러왔고 이는 새마을금고 뱅크런 사태와 최근 태영건설의 부도설로 이어지며 금융시장의 불안을 가중했다. 

BNK경남은행 본점.   경남은행

계속되는 금융사고, 떨어진 소비자 신뢰

고금리가 불러온 충격만큼 올해 각종 금융사고 또한 금융권에 큰 충격을 선사했다. 금융권은 지난해 우리은행의 700억원대 횡령 사고를 계기로 내부통제 강화에 나섰지만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들이 드러나면서 소비자 신뢰 회복에 성공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 했다. 

대표적으로 BNK경남은행에서는 우리은행의 횡령 규모를 뛰어넘는 3000억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검찰에 따르면 경남은행 PF담당 간부 이씨는 출금전표 등을 위조·행사하는 방법으로 회삿돈 3089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금융감독원의 검사결과 DGB대구은행에서 직원들이 고객 몰래 개설한 주식계좌가 총 1662건에 달했고, KB국민은행에서는 증권대행부서 직원들이 고객사의 미공개 정보를 취득해 해당 기업 주식을 미리 사들이고 총 127억원 규모 매매 차익을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은행(ELT)과 증권사가 판매한 주가연계증권(ELS)의 내년 상반기 대규모 손실이 예고된 상황에서 불완전판매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점도 소비자 신뢰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아울러 지난 4월 발생한 무더기 하한가 사태 당시 키움증권 내부 임원의 특수관계인이 주가 급락 직전에 특정 종목을 150억원 규모로 팔아치운 사실이 드러나는 등 금융사에 대한 소비자 불신은 좀처럼 가라않지 안았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상생 경영을 강조했다.  KB금융지주

상생과 소비자 신뢰 회복 외치는 금융권

계속된 고금리와 반복되는 금융사고 충격은 올해 금융권의 경영 무게추를 상생경영과 내부통제 강화로 옮겨가는 변화를 불러왔다. 금융산업이 소비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되는 만큼 소비자의 외면을 받고 생존할 수 없다는 판단의 결과다. 

지난 11월 취임한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사회와 끊임없이 ‘상생’하는 경영을 강조하면서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주는 경영에 나설 것을 강조했다. 올해 3월 취임한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또한 ‘고객 중심’ 경영을 선포하면서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소비자 보호부문’을 신설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새로 취임한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 역시 상생금융과 내부통제 강화를 강조하기는 마찬가지다.

금융권의 변화를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됐다. 금융사고 발생시 금융사 임원은 물론 CEO 제재 근거가 올해 법적으로 마련됐다. 사전에 임원별로 금융사고 책임을 정해놓은 책무구조도 도입을 골자로 하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 여기에 당국은 금융권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모범관행과 내부통제 혁신 방안을 지속적으로 보완하며 금융권의 변화를 유도했다.

금융권의 고객 신회 회복을 위한 노력은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기업의 ESG경영이 강조되면서 금융권의 상생경영도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가 됐다”며 “금융권의 상생경영과 내부통제 강화는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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