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 박차고 승천한 용… 아침 해를 여의주로 머금다

남호철 2023. 12. 27.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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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진년 ‘용의 전설’ 따라 전남 고흥
전남 고흥군 영남면 용암마을 옆 용바위 언덕 위에 조성된 용 조형물이 이른 아침 떠오른 해를 입안에 담고 있다. 이곳은 용과 관련된 전설을 품고 있어 ‘용의 해’를 맞아 여행하기에 안성맞춤이다.


2024년 갑진년(甲辰年)은 ‘용(龍)의 해’다. 용 관련 지명은 전국적으로 산, 강, 호수, 마을, 섬 등 곳곳에 널려 있다. 전남 고흥군 영남면 우천리 용암(龍岩)마을도 그 가운데 하나다. 고흥은 연말연시 일출·일몰 여행지로도 그만이다.

용암마을 용바위는 용과 관련된 전설을 품고 있다. 어릴 때부터 활쏘기 솜씨가 뛰어난 마을주민 류시인의 꿈에 백발노인이 나타나 용추에서 두 마리 용이 승천하려고 싸울 때 한 마리의 용을 활로 쏘아 죽이지 않으면 마을에 큰 불운이 닥친다고 전한다. 류시인이 가보니 청룡과 흑룡이 격렬하게 싸우고 있었다. 류시인은 활을 쏴 흑룡을 명중시켰다. 싸움에서 이긴 청룡은 마을 앞 바위를 딛고 승천했다. 그 바위가 용바위다.

마을 앞 포구에서 널따란 반석을 따라 들어가면 용이 승천한 흔적을 볼 수 있다. 맑고 푸른 바다가 넘실대는 드넓은 반석과 주위를 에워싼 기암괴석들이 먼저 반긴다. 화산 폭발로 흘러내린 용암(熔岩)은 차가운 바다를 만나 기기묘묘한 바위들을 만들어 놓았다.

반석 가운데 선명하고 길쭉한 흔적을 지닌 용바위.


그 가운데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거대한 수직의 용(龍)바위. 바다와 접한 높이 약 120m의 바위산 절벽 가운데 약 5m 너비의 신비한 자국이 바다와 만나는 바닥에서 절벽 꼭대기까지 이어진다. 바다에서 나온 용이 절벽을 훑으며 하늘로 오른 듯하다. 되돌아 나오면 용암마을 포구 한쪽에 용의 머리처럼 보이는 용두암이 있다.

바로 옆 계단을 오르면 용바위 꼭대기에 이른다. 용이 승천한 흔적이 이어지는 곳에는 황금빛 용 조형물이 위엄을 뽐낸다. 용 조형물은 대체로 입에 여의주를 물고 있는 형상이지만 이 곳 용은 손에 움켜진 채 입을 벌리고 있다. 아침 해가 입에 들어가면 영락없이 여의주를 물고 있는 모습이다.

바위 꼭대기에서 벗어나면 용바위와 고흥우주발사전망대를 이어주는 ‘미르마루길’이다. 미르는 용을, 마루는 하늘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3.37㎞ 길이의 해안 탐방로에는 용굴과 몽돌해변, 사자바위 등 멋진 풍경이 널려 있다.

절벽 아래 있는 용굴은 현재 폐쇄돼 접근 불가다. 싸움에서 진 흑룡이 화를 참지 못하고 류시인을 공격해 죽인 뒤 이곳에 숨어들었다고 한다. 궂은 날이면 용이 울부짖는 소리가 바람을 타고 10㎞ 떨어진 곳까지 들린다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몽돌해변에 도착한다. 매끈한 돌멩이가 한데 모여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몽돌이 구르며 빚어내는 달그락거리는 청아한 소리가 귀를 어루만진다.

몽돌해변 앞 바다에 큰 바위 하나가 시선을 끈다. 사자가 웅크린 옆 모습을 닮아 사자바위라는 이름을 얻었다. 승천한 청룡은 류시인의 용맹에 감동해 죽은 류시인을 몽돌해변 앞 수호바위로 만들었다.

나로우주센터에서 17㎞ 떨어진 우주발사전망대 야경.


이어 고흥우주발사전망대다.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하는 로켓을 맨눈으로 관측하는 가장 가까운 지점이다. 직선거리로 약 17㎞ 떨어져 있다. 지난 5월 25일 국내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용처럼 날아올라 대기권 밖에 ‘여의주’인 위성을 토해놓았다. 2027년까지 4차례의 추가 발사가 예정돼 있다. 이제 ‘높이(高) 떠서 흥(興)하는’ 고흥에서 승천하는 건 ‘전설의 용’이 아니라 ‘21세기의 용’ 우주발사체다.

고흥의 일출 및 서핑 명소인 남열해돋이해수욕장.


바다를 정면에 놓고 오른쪽에는 남열해돋이해수욕장이 발아래 보인다. 길이 350m 정도인 아담한 해변은 밀가루처럼 고운 모래로 덮여 있고, 백사장 뒤편엔 30~40년 된 곰솔 250여 그루가 숲을 이루고 있다. 고흥군의 대표 일출 명소다. 리아스식 해안의 특징을 지닌 고흥의 해변들은 대부분 호수처럼 잔잔한데 남열해수욕장은 시원한 파도를 볼 수 있는 곳이다. 덕분에 대회를 개최할 만큼 서핑 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득량만 섬들과 환상적 풍경을 펼쳐놓는 중산일몰.


고흥의 일몰 명소는 남양면 중산리다. 중산일몰전망대에서는 넓은 갯벌을 배경으로 노을빛이 물드는 낙조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보성과 고흥 사이 바다인 득량만에 징검다리처럼 펼쳐진 크고 작은 섬들이 일몰과 어우러진 풍경이 환상적이다.

앞 바다에 소가 누워 있는 모양을 닮은 우도가 있다. 소섬 또는 쇠섬이라고 불리다가 우도로 바뀌었다. 물이 들어오면 섬이 되고, 물이 빠지면 육지와 연결된다.

여행메모
우미산 천년숲길 7㎞ 2시간 30분 소요
삼치회·붕장어탕·황가오리회 ‘별미’

자가운전으로 가면 남해고속도로 고흥나들목이 편하다. 대중교통으로는 서울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고흥까지 하루 3차례 버스가 운행한다. 약 4시간 15분 소요된다. 고흥공용버스정류장에서 벌교(과역, 남양, 동강) 방면이나 순천·과역 방면 농어촌버스 이용, 과역버스터미널에서 남열리 방면 농어촌버스 환승, 용암 정류장 하차하면 용암마을에 닿는다.

미르마루길은 1시간쯤 소요된다. 우미산 천년의 숲길도 있다. 곤내재→1삼거리→2삼거리(용암전망대)→중앙삼거리→우암2,1전망대→우암마을로 이어지는 7㎞에 2시간 30분 걸린다.

고흥은 맛여행지로도 이름나 있다. 가장 앞자리에 놓을 것은 삼치회다. 지금이 제철이다. 나로도항은 일제강점기에 삼치 파시가 열릴 정도로 이름을 날린 포구였다. 나로도 여객터미널 인근에 갓 잡은 삼치를 회로 내는 식당이 여럿 있다.

녹동항은 근해에서 갓 잡은 신선한 해산물이 모이는 포구다. 붕장어탕이 유명하다. 된장을 풀고 고춧가루를 넉넉하게 뿌려 국물이 진하고 구수하다. 황가오리회도 별미다. 식감은 차지고 쫀득하다.

고흥=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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