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히 인정받지 못하는 경력, 제대로 인정해주세요"

신재용 2023. 12. 2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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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일하는 교육공무직 노동자를 만나다 15-2] 제주여자상업고등학교 신행화 선생님

[신재용 기자]

[이전 기사] 이름도 낯선 구육성회직원, 학교의 산증인입니다(https://omn.kr/26tgn)

- 임금체계가 다른 교육공무직과는 다르고, 지역마다 다릅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지방공무원 보수규정을 '준용'하니까 그래요. 관리자가 '(지방공무원 보수규정대로) 줘도 되고, 안 해줘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해도 문제가 없었던 것 같아요. 만약 어느 직원이 호봉을 올려달라고 요구를 한다면요. 관리자가 그 직원을 좋게 생각했다면 호봉을 올려주겠죠. 그 뒤로 누가 호봉이 올랐다는 소문이 나요. 그러면 다른 학교의 구육성회직원이 '왜 나는 호봉승급이 안 되냐'고 요구할 수도 있잖아요. 그랬을 때 호봉을 올려주는 학교도 있었을 거고, 절대 해주지 않은 학교도 있었을 거고요.

그런 (관리자들의) 생각 차이로 학교마다 차이가 나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호봉이 1년마다 오르는 지역도 있고 안 오르는 지역도 있고, 호봉이 오르되 상한이 있는 지역도 있고요. 특히 제주도는 더 열악합니다. (구육성회직원들이) 노동조합에 늦게 들어가기도 했고, 호봉제를 적용받긴 하지만 전국 최하위, 9급 2호봉을 적용받고 있습니다(기자 주 : 인터뷰 시점에서는 9급 2호봉을 적용받았지만 집단임금교섭 결과로 9급 3호봉을 적용받을 예정이다)."

- 제주 지역의 구육성회 선생님들은 다른 지역 선생님들보다 더 낮은 임금을 받고 있는데, 자세히 알려주세요.
"학교장 채용을 하던 상황이었는데, 그 당시에는 '학교회계 세출예산 편성지침'이라는 게 있었어요. 해마다 학교 내부 예산을 어떻게 쓸 것인지를 정해놓은 건데요. 거기에 '지방 기능직 공무원 10급 보수기준으로 지급하되, 기능직 10급 1호봉을 지급한다'라는 문구가 있더라고요. 그 문구로 인해 제주도는 구육성회직원들의 호봉승급이 원천봉쇄된 거죠. 모든 구육성회직원이 10급 1호봉 임금을 받다가, 14년도에 9급 1호봉을 받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2019년 집단임금교섭 결과로 2호봉으로 올랐어요.

근데 다른 지역 선생님들을 보면 11호봉, 17호봉… 호봉 상한이 있기도 하지만, 어찌됐건 호봉이 계속 오르는 지역이 있죠. 아무래도 제주도라는 곳이 섬이고 폐쇄적이라 그렇지 않을까요? 육지에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 인지하는 것도 많이 늦었고, 노동조합 활동도 늦게 시작했어요. 다 같이 노조 가입한 게 2018년이에요. 피켓팅도 하고, 파업도 같이하고. 그러면서 근속수당이라는 것을 받기 시작했어요."

다른 교육공무직원이 전국적으로 같은 임금을 적용받는 것과 달리, 구육성회직원의 임금은 지역마다, 지역 안에서도 학교마다 다르다. 앞서 말한 것처럼 학교마다 관리자의 판단에 따라 개인의 호봉승급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해가 바뀌어서 호봉을 올리면 1호봉이 오르고, 몇 해 동안 호봉을 올리지 않으면 호봉이 계속 묶이기도 했다.

교육청 내부에도 '2년에 1호봉 승급', '4년에 1호봉 승급' 등의 지침이 있어서 경력을 온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노동조합의 투쟁으로 1년에 1호봉 승급으로 많이 바뀌었다. 그러나 30년 넘게 일했는데 11호봉을 적용받는다든가, 반대로 경력이 적은데 호봉은 더 높은 경우 등 경력을 온전히 인정받지 못한 이전의 상황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그나마 다른 지역은 정기적이든 부정기적이든 호봉이 올랐는데, 제주도는 장기간 1호봉으로 묶여있었다. 2019년에 2호봉이 됐고, 2024년에 3호봉이 된다. 승진이나 승급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일한 만큼의 경력을 온전히 인정받지 못하는 게 옳은 일일까?

- 관련 활동이나 투쟁이 있었나요?
"2018년도에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그해 12월에 투쟁을 했죠. 당시 수요일마다 피케팅하고, 조를 짜서 구호 만들어서 같이 외치기도 하고요. 12월 11일에 1일 경고파업을 했어요. 그리고 1주일 후인 18일부터 21일까지 구육성회직원들만 직종파업에 들어갔고요. 한 직종만 파업한 게 전국 최초라고 하더라고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1호봉 승급을 강력하게 요구했죠. 9급 1호봉에서 2호봉으로 올려달라는 취지로요. 교육청은 절대 올려줄 수 없다고 했고요.
 
 제주 지역 구육성회직원 선생님들이 파업 투쟁을 하는 모습
ⓒ 신재용
 
그때 1호봉도 못 올려준다고 하니, 그럼 어떻게 처우개선을 할 거냐고 물었죠. 다른 공무직원보다도 급여가 낮은 상황이었거든요. 교육청은 수당을 주겠다고 하더라고요. 수당을 얼마나 주겠냐고 하니, 그 당시 교육공무직 근속수당이 32,500원이었거든요. 그만큼 줄 거냐고 하니 그건 또 아니래요. 연간 총액으로 계산하는데 1유형보다는 급여가 많으면 안 된대요. 제주도는 1유형을 교원 대체 직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근속수당 32,500원에서 만 원 빼고 22,500원으로 계산하니 1유형보다는 낮고, 2유형보다는 약간 높았어요. 그래서 2018년 파업의 결과로 2019년 3월부터 근속수당 22,500원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1년당 25,000원이에요. 21년 상한이 있으니 저는 525,000원을 받고 있죠. 아직 2유형 선생님들보다 적진 않지만, 임금교섭이 잘 돼서 근속수당과 기본급이 오르면 그만큼 저희는 뒤처지게 되는 거죠.

- 노동조합이 생기기 전부터 학교에 계셨습니다. 노동조합이 없었을 때와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제가 입사할 때만 해도 교육청에서 인건비를 내주는 직종은 조리원, 조리사 정도였어요. 그때가 급식을 시작하는 시기였죠. 지금의 조리실무사 직종만 해도 학생들이 낸 급식비에서 일당으로 인건비를 받았던 시기예요. '학교회계직' 시절이죠. 그러다가 노동조합이 생기고 가입한 덕분에, 여러 직종이 급여도 조금씩 오르고 처우도 많이 개선된 건 확실해요.

2022년도에 노동조합이 교육청과 단체협약을 맺었죠. 그전에는 유급병가가 21일이었는데, 지금은 40일로 확대됐죠. 공무원은 60일이지만요. 자녀돌봄휴가도 없었다가 유급으로 자녀돌봄휴가나 육아시간도 사용하고 계시는 분들도 많고요. 근무환경이 많이 나아지고 있죠. 노동조합에 가입해서 이만큼 달라졌다고 생각해요.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특히 파업 나간다고 하면 처음에 학교에서는 대단한 것처럼 생각했는데, 제가 노동조합 운영위원회에 매달 참여하고 그러니 이제는 그러려니 하시네요(웃음). 하여튼 노동조합 활동한다고 뭐라고 할 시기는 지났죠."
 
 제주도 구육성회직원들이 교육청 앞에서 피켓팅 하는 모습
ⓒ 신재용
 
- 학교에 오래 계셨던 만큼, 여러 에피소드가 많을 것 같습니다. 가장 기억나는 일을 말씀해주신다면요?
"딱히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없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이 학교가 제 모교이기도 해요. 제주도에서 상업계 고등학교가 몇 개 있었는데, 전부 인문계로 전환하고 유일하게 이 학교만 남아 있어요. 저를 직접 가르치셨던 선생님들과도 일해봤죠. 학생 때 뵙던 선생님이, 제가 학생이었으니까 제 이름을 직접 불렀어요. 그러다 몇 년 같이 일하다 보니 성 뒤에 '선생'을 붙여서 '신 선생'이라고 부르시더라고요.

그리고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학교 교장 선생님으로 오셔서 되게 애틋한 느낌이 있었죠. 전출 가셨다가 다시 오신 분도 있고, 학교에 세 번을 같이 만나서 근무한 선생님도 계시고요. 오래 있다 보니 이런 사례들이 많네요.

제가 다닐 때는 주산과 부기를 배우고, 타자기로 타자를 쳤죠. 지금은 컴퓨터실에서 애니메이션 제작도 하고, 저는 회계를 손과 계산기로 했는데 요즘은 전산회계라고 해서 프로그램으로 공부를 하죠. 많이 바뀌었고, 신기하죠.

졸업하고 얼마 안 됐을 때까지만 해도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마라'는 이야기가 있어서 애틋하게 바라봤는데, 지금은 점차 바뀌어서 교권이 하락했다는 이야기도 있잖아요. 학교에 있으면 그런 게 많이 보여요. 선생님이 뭐라고 하면 저희 세대는 그 순간이 지나고 '저 선생님 왜 저래'라는 식으로 하는데, 지금은 당장 그 자리에서 '내가 무슨 잘못을 했냐'고 하는 학생들을 많이 봤어요."

- 이 글을 보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교육공무직원들이 직종에 상관없이 각자 일터에서 본인의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외부에서 봤을 때도 교사나 공무원이 아닌 공무직원도 학교 교육의 일원으로 많이 생각해주셨으면 해요. 모나지 않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시고, 격려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서이초 사건 등으로 교사들이 겪는 어려움이 많이 드러나고 있다. 누군가는 학생 인권이 너무 강조된 결과라고 하고, 다른 편에서는 학생 인권과 교권이 서로 상충하는 게 아니라고 한다. 교권과 학생 인권 사이에서, 교육공무직 등 다른 교직원이 겪는 어려움이 드러나지 않는 건 아쉬운 부분이다. 법으로 보수, 복무 등이 규정된 교원이나 공무원과 달리 교육공무직원은 '행정직원 등'이라는 문구로 그 존재가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민원 등을 받는 최일선에 있음에도, 이들이 겪는 어려움도 드러나지 않는다. 신행화 선생님뿐 아니라 교육공무직 직종인터뷰를 진행한 다른 교육공무직 선생님들이 했던 말 중에는 '학교에는 교육공무직원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많았다.

교육공무직은 학교 곳곳에 있으며, 이들의 노동이 없으면 학교는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학교는 더이상 공부만 하고, 학교 종이 울리면 집에 가는 곳이 아니다. 그리고 교육공무직들이 가입한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교사의 권리, 학생의 권리, 그리고 모든 교직원의 권리가 지켜지는 평등학교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노동과세계>에도 기고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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