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줄 쥔 회사, 택시노동자 가혹하게 옥좨"

유청희 2023. 12. 2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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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목소리]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이삼형 정책위원장 인터뷰

[유청희 ]

추석 명절을 앞둔 9월 26일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해성운수분회 방영환 분회장이 임금 체불 해결과 택시 완전 월급제 시행을 요구하며 스스로의 몸에 불을 붙였다. 2019년 노조를 설립한 이후부터 그는 회사로부터 끊임없이 탄압을 받았다. 불이익 변경 근로계약 서명을 강요받은 그는 근로계약을 거부했고 해고도 당했다. 2023년 봄부터 227일간 1인 시위를 지속했고, 해성운수 대표에게 폭행까지 당했다.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택시발전법)과 근로기준법에 반하는, 변형된 사납금제인 성과급 배분을 위한 기준운송수입금을 정하고, 이를 미납하는 경우 택시기사에게 배상책임을 지운 불법 근로계약을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요구였다. 정당한 노조 활동을 폭력으로 방해한 해성운수 사업주를 처벌하고, 택시 완전월급제가 제대로 이행돼 전국 택시노동자의 생존권이 지켜지는 것도 그렇다.

10월 6일 그가 사망한 후 공공운수노조와 시민노동사회단체는 "완전월급제 이행! 택시노동자 생존권 보장! 책임자 처벌! 방영환 열사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대책위원회)를 꾸리고 회사의 유가족에 대한 사과, 고용노동부 및 서울시의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대책위원회 활동을 이끌어가고 있는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이삼형 정책위원장을 만나 곪을 대로 곪은 택시 산업의 문제, 방영환 열사 사망 후 활동 등을 들어보았다.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해성운수분회 방영환 분회장이 9월 스스로 몸에 불을 붙이고 사망했다. 사실상 변형된 형태로 존재하는 사납금제와 노동조합 탄압 등 택시 업계 문제가 산적해있다. 사진은 노동지청 앞에서 일인시위 중인 택시지부 이삼형 정책위원장.
ⓒ 이삼형
 
안전보건 사각지대 택시 노동

우리가 택시에 대해서 주로 들어온 것은 사납금제, 카카오택시의 시장 장악 등이다. 그러나 택시 노동자들은 건강하게 일할 권리 측면에서도 매우 취약하다. 차를 오랫동안 운전하는 노동자들의 경우, 화물운전 노동자들의 경우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택시 노동자들의 건강이 좋을 수가 없다. 이들은 좁은 차 안에서 같은 자세로 오랫동안 앉아 일하며 발생하는 인간공학적 문제, 야간 노동,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뇌심혈관계 질환 등에 많이 노출되어 있다. 교통사고 위험에도 대처해야 하고, 승객과의 다툼이나 폭력에 대한 스트레스에도 시달린다.

"택시는 노동안전 분야에서 굉장히 사각지대에 있는 게 가장 안타까워요. 아마 산업재해로 통계를 내면 택시 산업이 최고 많을 거예요. 그런데 산재 신청조차도 안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택시 기사 중 심근경색, 뇌출혈, 뇌경색 같은 걸로 일하다가 돌아가신 분들이 부지기수거든요. 커피, 담배도 많이 하고, 바로바로 화장실에 가기 어려우니 방광염도 많이 겪습니다. 예전 통계 자료에 60%가 다 방광염 겪는다고 나온 적도 있어요.

버스 운송 노동자들의 경우 근로기준법 59조 특례 조항에서 제외해 장시간 노동을 막았어요. 택시도 그렇게 해달라고 요구했는데 안 되었죠. 근무 끝나고 11시간 이상 휴식 시간을 줘야 한다고 하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택시 기사뿐만 아니라 승객들의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인데도 바뀌질 않고 있어요."

방영환 열사가 오랫동안 투쟁했던 것 그리고 그만큼 투쟁이 힘겨웠던 것은 택시 업계의 오래된 탈법, 위법 관행이 사라지지 않은 데 원인이 있다. 대부분의 택시 회사가 기사와 개별적으로 맺은 보충 협약을 통해 법에 규정된 월급보다 적은 돈을 지급하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사납금제는 사라졌지만, 택시 회사들은 편법을 써오며 이를 유지하고 최저임금조차 지키지 않았다. 그러면 노동자들은 또다시 긴 소송전에 들어간다. 긴 소송전 끝에 노동자들이 이런 현실을 바로잡으면, 택시 회사들은 다시 노동시간을 줄이면서 임금을 깎는다.

"2020년 1월 1일 사납금제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택시발전법 11조의 2는 완전 월급제를 얘기하고 있어요. 주 40시간 이상의 임금을 주라는 법이 시행되니까 사업주들이 듣도 보도 못한 변형된 사납금제를 시작합니다. 일단은 성과 월급제예요. 하루 16시간씩 일해서 돈을 회사에 많이 가져다 주면 성과급을 준다는 얘기입니다. 회사는 '기준 수입금'을 정하면 안 되지만, 성과급 배분을 위한 기준금을 정할 수는 있어요. 여기서 문제가 생겨요. 성과급 배분을 위한 기준금을 정했으면 더 벌어온 돈을 몇 대 몇으로 나눌 것인지 정해야 하잖아요? 이게 묘하게 몇 년 전에 사라진 사납금처럼 되는 거예요. 성과급 배분을 위한 기준금을 정해놓고 여기에 부족하면 임금에서 공제해버려요. 도로 사납금제잖아요. 우리가 또 고소·고발하면 실차 시간으로만 산정해서 임금을 줘요. 그러면 임금이 확 줄어들죠.

택시 노동자들이 대부분 고령입니다. 정년에 가까운 상태죠. 그래서 근로계약 기간이 이미 다 종료된 상태인 분들이 많습니다. 회사는 1일짜리 근로계약을 체결해요. 이런 사람들이 최저임금 요구하면 계약 종료해 버립니다. 전부 다 촉탁직으로 고용된 일용직이에요. 법인택시 끝나고 개인택시(10년 무사고 근속한 택시기사에게 국가가 택시를 제공하는 제도) 운행하기 위한 '무사고, 근속 제도'가 아직도 살아 있어요. 한 대에 2억 가는 개인택시를 운행하고 싶은 택시 노동자들의 목숨줄을 회사가 쥐고 있는 거예요. 그런 식으로 노동자들을 옥죕니다."

심각한 노동조합 탄압

불법이 횡행하고 노동자들이 노동권을 박탈당한 채 일하는 택시 업계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것은, 너무 많은 것을 잃는다는 것을 뜻한다. 방영환 열사는 해성운수분회를 설립한 순간부터 끊임없이 가학적 노무관리를 당했다. 부당해고가 인정되어 복직했지만, 법을 위반한 변형된 사납금제 근로계약서(근무시간을 줄이고 실차 시간에 대해서만 임금을 지급)에 서명하도록 강요받았다. 심지어 해성운수 대표는 열사를 명예훼손하고 물리적 폭행까지 가했다(현재 폭행 건으로 해성운수 대표는 구속된 상태다).

"근로계약서 강요한 것과 노동조합 탄압은 연관돼 있습니다. 그리고 전국적인 상황이에요. 우리 조합원들 전체한테 이렇게 하고 있어요. 법제화된 후 사업주들이 노동시간을 마음대로 할 수 없잖아요. 그런데 택시 노동자들이 고령화되고 고용 불안에 시달리니까 개별적으로 불러서 개별 근로계약서 사인을 강요해요. "그냥 실차 시간으로만 줄게, 시간 줄여서 줄게" 하는 거죠. 근로계약서에 민·형사 문제 제기하지 않는 걸로 깨알처럼 써요. 사인해야 고용이 유지되니까 다 하죠. 목숨 바쳐서 월급제 법제화한 건데, 사업주가 맘대로 하려고 하니까 방영환 열사가 거부했던 거죠. 완전 월급제는 이미 법적으로는 완성이 되어 있지만, 현장에 정착이 안 되는 거죠.

활동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기본 세 번은 해고당합니다. 낡은 차 타는 건 기본으로 생각해야 하고요. 임금체불에 시달리다가 7~8년 동안 고소·고발하면서 받아내야 해요. 차 한 대에 우리 조합원 4명 배차를 하기도 합니다. 그만큼만 벌게 하겠다는 거죠.

대책위에서 요구하는 것 중 하나는 법 위반한 표준 임·단협이 아니라 법을 위반하지 않은 온전한 월급제 도입입니다. 고인의 명예 회복 차원에서, 법령에 따르는 완전 월급제 근로계약서를 고인과 체결하라는 것이에요. 사과 요구도 같이하고 있습니다."

방영환 열사는 생전 고용노동부에 해성운수의 임금체불 사실에 대해 진정을 넣었다. 노동부는 제대로 감독하지 않았고, 열사가 사망한 후에야 해성운수에 대한 감독에 들어갔다. 그 결과 재직·퇴직 노동자들에게 휴일근로수당, 연차미사용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았고, 최저임금과 퇴직금을 적게 지급하는 등 최저임금법 등 5개 법 위반 사실을 적발했다. 대책위원회는 해성운수가 속한 동훈그룹 20개 사업장의 임금협약서를 확보해 최저임금법 위반, 야간근로수당 미지급, 휴일근로수당 미지급 사실을 확인했다. 대책위원회는 동훈그룹 소속 전체 사업장에 대해 조속한 근로감독을 실시할 것을 노동부에 요구하고 있다.

"이 모든 책임은 고용노동부 남부지청, 그리고 서울시에 있어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과 택시발전법은 서울시 담당이고 노동법하고 체불임금은 고용노동부 관할이잖아요. 고인이 돌아가시고 나서야 행정력을 집행하고 있어요. '고인 말이 맞았구나.'하고 체불임금 부분도 다 확인해 주고 있잖아요. 지금처럼만 하면 전국적으로 안 될 리가 없죠. 30년 동안 우리가 한 얘기는 행정관청이 제대로 움직이면 완전 월급제는 정착된다는 거거든요. 다만 행정관청이 제대로 하느냐 마느냐만 남는 거죠."

너무 오랜 기간 뿌리 깊어 온 택시업계의 불법 행위는 마치 한국 사회의 부패가 농축되어 들러붙은 것만 같다. 관행이라 부르기도 어려운 불법 행위에 거대 노동조합이 바꾸기보다 오히려 합작하고 있어 가능한 현실이다. 일부의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택시 노동자들이 적정한 노동시간 일해서 적절하게 월급을 받아 건강하게 노동하는 것에 더 많은 이들의 관심이 필요한 때다.

"고용노동부 남부지청이나 서울시가 고인이 돌아가시고 나서야 제대로 하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이게 최고로 불안해요. 장례를 치르고 나면 도로 마찬가지일 것 같거든요. 국토교통부 원희룡 장관과 서울시장 오세훈이 '법 위반 사항 없다'라는 로드맵을 가장 먼저 줬어요. 그런데 이 사람들은 현장 택시 노동자를 그동안 만난 적이 없어요. 사업주들을 만나서 월급제 법안 때문에 택시 회사 다 망하게 생겼다는 말만 들었죠. 시민단체하고도 전혀 소통하지 않아요. 완전월급제를 만든 것은 택시노동자들이 과로하지 않도록 하는 것과 더불어, 이용하는 시민들의 안전 때문이기도 하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유청희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24년 1월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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