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사단 임실 이전 10년…군부대-지자체 상생 모범 되다

김용권 2023. 12. 27.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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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주민 반대 딛고 지역민 ‘든든한 가족’ 정착
다양한 친민 정책 호응 … 임실군도 각종 지원 맞손 성과
육군 제35보병사단 장병들이 서해안 경계작전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전국 최정예 지역방위사단으로 꼽히는 35사단은 2014년 임실로 이전한 뒤 군부대와 지자체간 지역 상생 협력의 모범이 되고 있다. 35사단 제공.


지난 10월5일 전북 임실군 생활체육공원 운동장에서 뜻 깊고 흥겨운 행사가 열렸다. ‘2023년 나라사랑 어울림 콘서트.’ 이날 행사는 육군 제35보병사단이 임실로 부대를 이전한 지 10주년을 앞두고 국립임실호국원의 ‘보훈’과 제35사단의 ‘호국’이 함께 한 색다른 문화의 장이었다. 콘서트에서는 태권도 시범을 시작으로 K-팝 댄스, 팝페라, 35사단 군악대 공연, 나라사랑 플래시몹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35사단 상징탑. 35사단 제공.


◇ 사단, 조기 정착 위해 부단히 노력

2014년 임실군 임실읍에 새 둥지를 튼 35사단이 새해 1월2일 공식 부대 이전 10주년을 맞는다.

35사단은 당시 주민 반대 등의 어려움을 딛고 군부대와 지자체간 지역 상생 협력의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임실군과 사단의 상호 신뢰와 합심은 ‘민‧군(民·軍) 화합’의 모범이 되고 있다.

35사단은 10년전 우여곡절 끝에 전주시 송천동에서 임실군으로 이전했다. 당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컸고 전주시-임실군의 협상도 난항이 많았다.

그러나 35사단이 지역 주민들과 동화하고 조기 안착을 위해 흘린 땀방울로 10년새 새로운 역사가 쓰여지고 있다. 사단은 당초 애물단지가 될 수 있다는 주민들의 우려를 말끔히 털고 지금은 ‘듬직한 효자’로 자리잡았다.

10년 전 임실은 인구 2만 9000여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65세 이상의 비율이 30%가 넘었다. 저녁만 되면 인기척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임실읍내엔 활기가 돌면서 도시형 생활 주택과 아파트, 프랜차이즈 상가 등이 속속 들어섰다.

35사단내 김범수관에서 열린 신병교육 수료식. 35사단 제공.

사단은 먼저 주민과 친해지고 지역에 보탬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다른 지역에서 공급받아 오던 주·부식재료의 일부를 임실에서 생산한 청정농산물로 대체했다. 장병들에게 신선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지역 농가의 판로확보와 소득 보장을 도왔다.

월 2~3차례 이뤄지는 신병 입·퇴소식을 밖으로 나와 임실공설운동장에서도 진행했다. 행사가 끝나면 임실 읍내가 들썩였다. 신병들과 이들을 면회 온 부모, 친지들이 식당과 카페들을 가득 메웠다. 연간 훈련병 6500여명에 가족, 친지, 면회객 등을 합쳐 모두 7만명 이상이 임실군을 찾고 있다.

더불어 사단 간부와 가족들의 전입으로 인구 감소세에 다소나마 방패 역할을 하고 있다.

김성인 인사참모(중령)은 “군 인구가 2만 6000여명으로 줄었지만 35사단과 제6탄약창 장병이 7.7%인 2000여명을 차지하고 있다”며 “사단이 임실에 보름자리를 마련한 이후 적잖은 지방재정 수입이 추가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사단은 직접 추진하는 시설공사와 부대 운영유지비 등 사업 집행 예산으로 매년 580억여원을 지출하고 있다.

지난 10월5일 임실군 생활체육공원에서 열린 ‘2023년 나라사랑 어울림 콘서트’에서 참가자와 공연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35사단 제공.


◇ 임실군도 장병 지원 적극 나서

사단의 적극적인 노력에 임실군도 아낌없는 장병 지원정책을 펼쳤다.

임실군은 2019년 7월부터 외출 장병들을 위해 수송 버스를 제공하고 있다. 외출 장병에게 매달 임실사랑상품권 2000원권 2매, 이발비 6000원(수료식 훈련병 5000원권)을 지원하고 있다. 또 장병들이 외출·외박시 편히 이용할 수 있도록 지역 관광과 공공 체육시설 무료 이용 혜택을 주고 있다.

부대의 입소식이나 수료식 행사가 있을 때 임실필봉농악 공연을 선보이고 무료 음료 봉사를 진행하고 있다. 모범 장병 명단을 추천받아 관내 관광지 순회, 119 안전체험, 치즈 만들기 체험, 영화관람 등을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지역 맛집과 숙박업소 등을 담은 안내문을 제공하고 장병들에게 음식값을 할인해 주도록 유도했다.

이와 더불어 군은 임실 버스터미널 인근에 볼링장과 군 장병·주민들을 위한 복합센터를 지을 계획이다. 임실고 인근에는 200세대 군무원 아파트 건립도 추진하고 있다.

심민 군수는 “처음엔 주민 반발이 많았으나 35사단은 최강의 향토방위는 물론 우리 군의 든든한 가족이 됐다”며 “장병들로 인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앞으로도 사단과의 상생 협력에 적극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 창설 58년 … ‘충경’ 정신 계승 다짐

35사단 장병들의 헬기 낙하 훈련. 35사단 제공.


35사단은 1955년 창설됐다. 전북지역과 서해안의 철통방어를 책임지고 있다.

‘충경부대’로 불리는 35사단은 명실상부 전국 최정예 지역방위사단이다. ‘충경’은 임진왜란때 64세의 나이에도 전주성을 굳건히 지켜냈던 ‘충경공 이정란 장군’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그의 호에서 따온 것이다.

그동안 ‘운봉지구 대침투작전’을 비롯 101회에 걸친 대간첩작전을 실시, 무장공비 33명을 사살했다. 또 26차례의 밀입국차단 작전을 수행하면서 660명의 밀입국자를 검거했다.

지난 7월 익산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수해복구작업을 펼치고 있는 35사단 장병들. 35사단 제공.


각종 재난 시에는 누구보다도 앞장섰다. 지난 여름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을 때는 익산을 중심으로 14일간 하루 평균 1200여명의 인원과 47대의 장비를 투입, 호우 피해 복구작업을 도왔다.

2019년 코로나19 차단 방역활동 등을 비롯해 산불 진화작전, 폭설 대비 제설작전 등 지역주민들의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나갔다. 코로나19가 확산될 때는 준전시 상황으로 인식하고 시외버스터미널과 버스정류장, 상가 등의 소독활동은 물론 지자체와 함께 주민 집집을 방문해 방역활동을 벌였다.

폭염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던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에서도 사단은 신속한 지원을 이어나갔다. 침구류 세트, 발전기, 트럭 등 장비와 함께 연인원 950여 명의 병력을 지원해 냉각터널 설치, 교통통제, 식자재 운반, 의료지원 등을 했다. 당시 사단의 잼버리 지원은 세계 여러나라에 우리 군의 우수성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는 평을 들었다.

이밖에 2002 한‧일 월드컵대회와 무주 세계태권도 대회 등에서 경비 지원 임무를 완벽히 수행했다.

사단은 이 같은 전과와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 20회, 국방부 장관 표창 39회, 참모총장 표장 25회’ 등 124회에 이르는 표창을 받았다. 특히 올해 2월 통합방위태세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우리 사단은 전북지역도 언제든 최전방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선승구전(先勝求戰)의 통합방위작전 수행체계를 각오로 만반의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습니다.”

성경민 공보정훈참모(중령)은 “해상침투와 내륙침투, 각종 테러 행위 등 다양한 상황을 가정해 전북으로 침투한 적을 조기에 격멸할 수 있는 민·관·군·경 통합방위작전태세를 상시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혁재 35사단장. 35사단 제공.


35사단의 지역사회와 주민들을 위한 발걸음도 다양하다. 올해는 ‘부대창설 기념 음악회’ ‘지역주민 초청행사’ ‘부대이전 10주년 기념 민·군 화합행사’ 등의 친군 활동을 펼쳤다.

35사단은 2025년 창설 70주년을 맞는다.

오혁재 사단장은 “우리 사단과 임실군의 상생협력 과정과 결과는 전국 지자체와 군부대의 큰 귀감이 되며 민·군 협력의 모범사례로 자리잡았다”면서 “사단과 지역경제 상호 발전의 토대는 군에 대한 지역주민의 사랑과 신뢰 덕분”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이어 “앞으로도 지역과의 상생 협력이 더욱 빛날 수 있도록 적극 기여할 것”이라며 “동시에 도민들이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최정예 지역방위사단으로서 확고한 전투준비태세 확립을 위해 계속 훈련하겠다”고 말했다.

임실=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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