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의 여왕, 디자이너 인디아 마다비를 파리 7구의 스튜디오에서 만나다

2023. 12. 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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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디자인, 인테리어, 장식예술, 시노그래피를 혼합해 장르의 경계를 허물어온 인디아 마다비. 그녀를 파리 7구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스튜디오 회의실에서 인디아 마다비. 벽에는 영감이 되는 이미지와 드로잉이 붙어 있다. 테이블 위에 놓인 오브제는 빌라 메디치 프로젝트의 침대 모형들.

인디아 마다비는 파리와 뉴욕에서 건축과 산업디자인, 그래픽디자인을 공부하고 각종 공간에 컬러를 입히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해 나가는 여성 디자이너다. 1962년 테헤란에서 이란과 영국계 부모 사이에 태어난 그는 미국 · 프랑스 남부 · 독일 등 여러 나라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각기 다른 문화를 경험하면서 다양한 색채와 빛으로 상상력을 채워나갔다.

인디아 마다비가 수집해 온 아트 피스와 드로잉 그리고 재료들.

“미국에서 보낸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텍스 에이버리(Tex Avery) 감독의 애니메이션과 테크니컬러(Technicolor) 같은 다양한 컬러가 떠올라요. 그 후 이주한 독일에서 느꼈던 무채색의 삶은 텍스 에이버리와 많이 달라 간극이 컸죠.”

사무실과 스튜디오 사이의 복도. 인디아 마다비가 디자인한 오브제와 프로토타입이 놓여 있다.

그녀의 다채로운 작품은 다양한 장르를 과감하게 혼합한다. 인디아 마다비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크리스티앙 리에그르(Christian Liaigre) 밑에서 7년 동안 경력을 쌓고 2000년 자신의 스튜디오를 오픈한 뒤 2003년 첫 가구 컬렉션을 출시했다. “저는 평생 디자인과 인테리어, 제품 디자인, 그래픽디자인 등의 경계를 허물기 위해 노력해 왔어요. 다양한 규모의 디자인을 좋아하고, 리테일과 럭셔리 부문 모두를 위한 작품을 만들죠. 실제로 이 모든 것은 양립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오브제와 아트 디자인의 경계가 불분명해졌잖아요. 좋은 현상입니다.”

스튜디오에 들어서면 보이는 전경. 살롱과 회의실이 오픈 스페이스로 연결돼 있다. 컬러플한 소파와 테이블, 스툴이 인디아 마다비의 컬러 팔레트를 보여준다.

페일 핑크와 피스타치오 컬러, 옐로 커리 컬러 등이 만개한 인디아 마다비의 작업은 ‘컬러의 여왕’이란 별명을 탄생시켰고, 모두의 기억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인디아 마다비는 색채로 구조화된 공간과 자신만의 스토리 전개 방법, 장소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는다. 그래픽 효과와 선명하고 강렬한 팔레트 사이의 대비를 자주 다루는데, 컬러를 하나의 ‘재료’로 보는 것이다. “프로젝트에 따라, 그 속에서 말하려는 바에 따라 컬러 역시 달라져요. 컬러는 우리 눈에 가장 많이 띄는 요소이기 때문에 조금 위험하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이 제 작업은 컬러를 입히는 데 국한돼 있다고 생각하지만 레이아웃이나 인테리어 디자인 그리고 스토리텔링 등이 기반돼야 하는 작업이에요. 컬러는 프로젝트에서 이야기하려는 것이나 내러티브를 뒷받침합니다. 단순한 개념으로 치부할 수 없어요.”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작업실. 다양한 재료들이 진열돼 있다.

2023년 4월 선보인 이탈리아 로마의 빌라 메디치 작업은 그녀의 커리어에 새로운 획을 긋는 프로젝트였다. 인디아는 이 프로젝트야말로 흥분과 열정을 동반하는 동시에 고민도 컸던 작업이었다고 고백했다. 가장 주목했던 이미지는 이 빌라의 드비시 · 갈릴레오라는 두 객실이었다. 각각 컬러플한 상감 세공으로 장식한 높은 침대를 설치해 침대에서 곧바로 아름다운 빌라 정원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작업실에서 제작된 비숍 스툴의 미니어처 버전.

“이미 충분히 아름다운 장소를 어떻게 역사와 조화를 이루면서 내 흔적을 남길 수 있을지 끝없는 질문을 던졌죠. 빌라 메디치는 그 자체로 강렬한 힘을 지니고 있는 장소이기 때문에 굳이 충돌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빌라에서 지내는 경험을 좀 더 승화하고 싶었어요.” 인디아는 무미건조하고 캐릭터가 없는 공간을 지양하고, 공간에 여러 오브제를 배치해 자연스러우면서도 편안한 디자인을 탄생시킨다.

런던 스케치 레스토랑에 사용된 소파의 미니어처 버전.

“공간 작업은 도면에서 시작합니다. 기능과 동선, 조명을 고민하죠. 가장 중요한 점은 제가 만드는 공간에 다른 이들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에요. 허영심을 최대한 배제하고 겸손한 마음을 지키려 합니다. 나보다 사람들이 공간에서 느끼는 경험이 더 중요하거든요.” 인디아 마다비의 스튜디오 한쪽에는 연도별로 분류한 바인더가 가득하다. “처음 스마트폰을 마련했을 때부터 찍은 사진들, 즉 제 삶을 연도별로 담았죠. 저는 여기서 찾을 수 있는 다양한 인간의 흔적을 좋아해요. 제 모든 추억과 친구, 여행,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죠. 저는 매일 이 바인더를 참고하고, 제가 좋아하거나 감동받았던 이미지를 떠올려 분위기나 가구, 배경을 만듭니다.”

아들의 어린시절 사진을 비롯해 다양한 이미지와 드로잉으로 가득하다. 본인의 모습을 3D 프린트해 만든 조각상도 놓여 있다.

주로 그녀를 사색하게 하고 영감을 주는 것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들이다. 사물의 보이지 않는 측면과 편안함, 시각적 · 신체적 · 정서적 편안함 등 모든 것에 관심을 둔다. “저는 모든 곳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장인 정신과 공예 기술에 애착이 있고, 공동 작업을 통해 물건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이해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죠. 그래서 우선 사용된 재료와 사명, 지속 가능한 것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작업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런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일상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어요. 무수히 많은 바인더에 담긴 제 일상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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