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폭설로 농산물값 들썩…연말 변수에 '3%대 물가' 둔화 흔들

정종훈 2023. 12. 24.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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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 모습. 뉴스1

휘발유·경유 가격은 점점 내려가는데, 한파·폭설 여파로 농산물값은 들썩이고 있다. 이런 엇갈리는 지표에 3%대 고공행진 중인 물가의 연말 둔화 가능성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8월부터 넉 달째 3%대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다. 상승 폭이 10월 3.8%에서 지난달 3.3%로 꺾였어도 고물가 흐름은 여전하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아마 12월엔 3.3%(11월)보다 소폭이나마 하향세를 보이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지만, 이달 말 발표될 소비자물가지수에 '먹거리' 변수가 나타났다.

따뜻했던 겨울 날씨가 최근 일주일새 영하 20도 수준의 강추위와 폭설로 급변하면서 농산물 가격은 빠르게 치솟고 있다. 2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18일 ㎏당 3723원이던 대파 소매 가격은 나흘 뒤인 22일 4513원으로 약 21% 뛰었다. 배추·무 소매가도 한 달 전과 비교하면 개당 400원가량 상승하면서 각각 3000원, 1800원 안팎이다. 깻잎·양배추·상추 등도 며칠간 꾸준히 오르면서 평년 시세를 웃돌고 있다. 재배지 피해나 운송 지연 등으로 이들 농산물 공급에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전북 지역에 사흘간 최대 58㎝의 폭설이 내린 가운데 22일 익산시 용동면 한 비닐하우스가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파손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농산물이 30개월 만의 최대 상승 폭(13.6%)으로 물가 상승세를 주도했는데, 이달 역시 비슷한 우려에 직면했다. 올해 내내 이상기후로 농산물 작황이 부진했던 가운데, 연말엔 한파·폭설이 겹치면서 장바구니 물가가 불안해진 셈이다. 24일 들어 '북극 한파'는 다소 풀렸지만, 전국 곳곳에 눈이 내리는 등 날씨 변수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그나마 하반기 들어 올랐다가 점차 안정을 찾는 석유류 가격이 물가에 숨통을 터주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경유 평균 판매가는 이달 셋째 주까지 11주 연속 하락하고 있다. 24일 오후 2시 기준 휘발유값은 L당 1583.73원, 경유값은 L당 1501.66원을 기록했다. 특히 경유는 8월 초 이후 처음으로 1400원대 복귀를 눈앞에 뒀다.

배럴당 70달러대에서 오르내리는 국제유가는 당분간 큰 변동이 없을 전망이지만, 예멘 반군 발(發) 수에즈 운하 통행 차질이 장기화하면 기름값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단기적으론 큰 문제가 없겠지만 사태가 길어지면 국제유가, 해상 운임 등이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2일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연 정부는 수에즈 운하 통행 차질·국내 한파 영향 등 불확실성을 고려해 물가 안정 점검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가격이 불안한 오징어·과일 등의 공급 확대를 추진하고, 내년 농축수산물 할인엔 2418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다만 1~11월 소비자물가가 3.6% 상승한 상황에서 12월 물가도 3%대 상승률이 유력한 만큼 올해 정부의 연간 전망치 3.3%를 달성하긴 어려워졌다.

세종=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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